시사 카테고리에서는 <임신한 김주하앵커, 뉴스진행? (1)>에 이어 남녀차별이 엄연히 존재하는 한국의 앵커문화에 대해서 논한다.
2. 남녀차별이 엄연히 존재하는 한국의 앵커문화
프랑스에서는 저녁뉴스의 임신문제로 뉴스진행을 하네마네 논의할 여지조차 없다고 이전 글에서 이미 언급했다. 반면, 프랑스에서는 저녁뉴스 앵커가 임신문제로 출산휴가를 신청할까말까 고민할 여지도 없다. 왜? 여성앵커들이 50대 가까운 중년들이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처음으로 여성앵커를 기용했을 때가 기억난다. 중년의 남성앵커 옆에 대학 갓 졸업한 여성앵커가 앉았다. 하지만 '앵커'는 이름일 뿐 그저 한 송이 꽃에 지나지 않았다. '방송계의 신데렐라'라는 별명이 붙을만큼 아름다운 그녀는 남성앵커가 뉴스 한 토막을 진행하고나면 옆에서 고개나 끄덕일 뿐이었다. 저녁뉴스에 나와 고개만 끄덕이라면 나도 그 자리에 앉아 할 수 있다. 그녀만큼 얼굴이 받쳐주지 않아서 그렇지. 입을 여나보다 싶으면 남성앵커의 토막멘트에 장단이나 맞추어 "예, 그렇죠. 안타깝네요." 남성앵커의 부름에 대답을 한다해도 꽃은 의미가 되지 못했다. 그렇게 한 40분 지나면 뉴스는 끝났고, 난 '옆에 저 여자 대체 뭣하러 나온거야?' 갸우뚱거렸다.
이후에 라이벌 방송사에서 '방송의 꽃' 경쟁을 하듯이 백지연 아나운서를 등장시켰고, 빵빵한 학벌과 인맥 때문인지 총명함 때문인지 할 말 하는 앵커다운 앵커의 진면모를 보여줬었다.지금도 간혹 스틸셧으로 보이는 한국 저녁뉴스 앵커들을 보면 남자는 40대 이상의 중년이요, 옆에 다소곳이 앉은 여성앵커는 서른을 넘기지 않은 듯 젊다.
프랑스 TV채널의 저녁뉴스를 맡는 앵커를 보면, 남자앵커와 여자앵커가 있는데 늘 독자진행을 한다. 남성앵커가 사회를 맡는 날이 있고, 여성앵커가 사회를 맡는 날이 있다. 30대 중반으로 보이는 여성앵커를 제외하면 나머지 앵커들은 모두 오 십 줄은 된 듯한 중년들이다. (비슷한 나이의 유명인을 들자면 토니 블레어 정도?) TF1과 France 2 양쪽 채널 모두 저녁뉴스 앵커에 여성을 채용하는데, 다들 지긋한 연륜을 자랑한다.'앵커의 여왕'으로 불리는 여성앵커의 얼굴에는 주름살이 자연스레 앉았고, 듣기 좋게 가라앉은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전달하는 그녀의 뉴스진행은 매우 안정적이다.폭력, 살인, 화재 등을 전하는 뉴스마저도 푸근하게 들린다면 억지가 지나치나?
자식이 있어도 이미 장성했을 이 나이 정도 되면 폐경기가 되서 임신때문에 뉴스진행을 더 하네 못하네 고민할 여지도 없다. 한국에는 중년 남성앵커가 장기출연을 하는데, 왜 이런 멋진 중년 여성앵커는 없는걸까? 여성앵커는 왜 젊어야만 할까? 왜 남성앵커보다 어려야만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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