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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언제 키우냐? 굿바이 백남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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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씨 별세

 

사흘 전엔 200년 전에 죽은 볼프강의 생일이라더니, 어제는 백남준의 별세로구나.

백남준, 정명훈, 조수미, 장한나 등 해외에서 유명한 '한국을 빛내는 자랑스러운 한국인'에 대한 기사를 볼 때 마다 빠지지 않고 약방의 감초처럼 등장하는 지리멸렬한 문구가 있다 :'한국이 낳은!'.

 

미혼모가 입양아 보내는 것도 아니고, 한국은 낳기만 하고 육아(?)는 나몰라라냐? 한국은 대체 언제쯤 키우냐? 백남준의 경우, 전후사정상 한국에서 예술하는게 힘들었다고 치자. 아니, 실제로 그랬다. 밥 한 끼도 제대로 못 빌어먹던 그 시절에 그 비싼 돈을 허접쓰레기(?)같은 예술에 쳐바르는 놈은 안마당 우물에서 돈이 펑펑 솟는 운수대통한 놈이었거나 지에미 가슴에 대못을 박을 정신나간 놈이었을게다.  다행히도 그는 전자였고, 그의 어미는 그를 밀어댔다.

 

"나는 운이 정말 좋았어. 우리 엄마가 돈이 많아서 뉴욕, 파리, 독일 등 가고싶은대로 다 보내줬거든. 엄마가 내 물주였지"라고 백남준은 고백했다. 하긴 나도 공연, 영화, 전시보러가서 이렇게 비아냥거릴 때가 있다. "돈이 튀어서 주체를 못하는게야." 물론 별 영양가없는 작품에 돈 쳐바르고 광고만 삐까번쩍하게 한 작품 앞에서만!

 

부자엄마 못 둔 내가 침만 질질 흘린다고 울엄마가 하루 아침에 부자가 되는 것도 아니고, 나도 조만간 엄마가 될 마당에 그런 쓰잘데없는 부러움을 가진들 무엇하리? 아쉽게도 백남준 이후로 한국은 세계적으로 내로라할 비디오 아티스트를 더이상 낳지 못했다. 백남준 이후로 하나의 쟝르로 굳어진 비디오 아트도 많은 발전과 변화를 거듭했고, 현존하는 top video artist를 꼽으라면 누가 뭐래도 빌 비올라(Bill Viola)다. 작년에 바스티유 오페라에서 <트리스탄과 이졸데>를 공연했는데, 그가 무대를 맡았다. 오~! 2박3일짜리 바캉스를 반납하고 그 돈 짤짤 털어 공연보러가지고 남편을 꼬득였다. 오페라 무대를 가득 장식한 빌 비올라의 작품을 본 뿌듯함 반 ^^v, 하룻밤 고작 5시간의 공연비로 바캉스비를 털린 출혈 반. ㅠㅠ

 

어쨌거나 '한국낳은' 백남준을 파리, 독일, 뉴욕이받아키우고,일본인마누라가보살펴서, 뼈는뉴욕땅에묻힌다하니 같은 한국인이라는 자부심보다 우리 조국은 대체 언제쯤 우리를 낳고 또 키워주나? 하는 원망이 더 크다.나도 한국이 낳았는데, 이팔청춘 다 지나도록 한국남자는 하나 안 따라더니 삼십 넘어 어쩌다 불란서 남자를 만나서 -내게도 일어날꺼라고 생전 생각 못했던- 결혼까지했다.한국사회에만 들어가면 이래저래 돌 많이 맞던 나도, 세계적으로 성공만하면 나중에 내가 부르지 않아도 한국이 제발로 찾아와서 친한 척 좀 해주는거지? 그런거지? 음음??

 

한국이 낳았으되 한국인이 아닌 한국인 백남준. Goodbye, Nam-june Paik.

 

 

 

* ps: 근래들어 한국이 낳고 키우는 유망한 영화인들이 몇 되지요. 그중 세계적으로 가장 큰 인정을 받는 한국 영화감독? 한국이 낳고, 유럽이 키웠으나 한국으로 돌아가서 한국의 구박을 받으면서도 꿋꿋하게 작업하시는 분, 김기덕 감독 말입니다. 우리 세대와 다음 세대들에서는 점점 더 환경이 나아지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