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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ents 교육/육아/Grossesse 임신

10월 20일: 암흑 속에 반짝이는 불빛 하나

양가 어르신들과 가까운 친척들은 '축하한다'고 난리인데, 막상 나는 임신이 되고도 아무런 생각이 없다. 입덧을 하는 것도 아니고, 배가 당장 불러오는 것도 아니고 얼떨떨~. 역시나, 출산경험이 있는 친척언니가 '착상이 잘 되었는지 보자'며 산부인과에 언니의 진료예약이 있는 날, 내 손을 잡아끌고 병원에 데려갔다. 
 
나: "난 여기 보험도 안 되어 있는데 생돈 내야되는거 아냐?"
친척언니: "산부인과는 원래 보험처리가 안돼"
나: "잉? 그럼 보험료는 뭣하러 내는거???"
 

내가 뭘 아나.. 가자는대로 따라갔지. 엄마 손 잡고 감기 예방주사 맞으러 가는 기분으로 쫄래쫄래 따라들어간 곳은 압구정에 있는 호산산부인과. 간호사며, 의사며, 환자며.. 여자들만 왔다갔다 하는 것도 낯설었고, 그것도 배가 불룩한 여자들을 한곳에서 여러 명 보는 건 더 낯설었다. '내 배도 언젠가는 저리 되는겨???' 아, 낯설음. ㅠㅠㅋ

 
언니의 진료가 끝나자 간호사가 나를 진료실로 불렀다.
"임신테스트를 했다고 하시니, 소변검사는 생략하고, 초음파로 태아의 착상상태를 보죠."
 
아랫도리를 진료실에 있는 치마로 갈아입고 진료대에 누웠다. 잠시 후, 컴퓨터 단말기의 스크린이 켜지고, 사촌언니가 내 머리 쪽의 커텐을 열고 들어와 함께 초음파 스크린을 주시했다. 전체적으로 하얀게 둘러쌓인 가운데 고추 모양의 검은 물방울 무늬가 보였다.
 
"물방울 무늬가 보이시죠? 그게 아기집입니다. 아기집이 잘 생성되었네요. 자, 숨을 잠시 멈춰보세요."
합!!! 숨을 멈추자 아기집 속에 불빛 하나가 반짝반짝 거렸다.
 
"깜빡깜빡 반짝이는게 보이시죠?"
"네"
"그게 뭔지 아세요? 아기의 심장입니다."
"아.....!"
 
순간 한 줄기 눈물이 주루룩 떨어졌다. 생명이 잉태되기 시작되는 가장 첫순간부터 세상 하직하는 날까지 심장은 쉬지않고 저렇게 뛰는 거로구나! 아무 것도 안 보이는데, 심장부터 만들어져서 콩당콩당 새 생명이 내 안에서 생겨나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도 신기하고 경이로왔다.내 눈으로는 암만 봐도 모르겠는데, 의사선생님 말씀에 의하면 아래 사진의 +부터 +까지가 아기라고 한다. 이제 겨우 2mm. 1초에 2번씩 암흑 속에서 반짝이는 신호를 보내는 불빛, 그것이 숨쉬고 있는 한 생명의 출발이라니! 두 눈 뜨고 보고 있어도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놀랍고 경이로울 뿐이었다. 프랑스로 먼저 돌아간 남편이 저 스크린을 나와 함께 봤다면 그 느낌이 어떠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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