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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ents 교육/육아

국제커플의 언어교육: 니도 애 커봐

요즘 어째 계속 육아 관련 글만 올리는 듯한데.. 여튼. 한국 엄마든, 중국 엄마든, 뉴질랜드 엄마든간에 국제결혼한 여성들과 어쩌다 마주쳐 이야기를 하게 되면 가장 먼저, 언어교육을 대화의 소재로 꺼내게 된다.

 

'한국어로 말할 기회가 없었다'기에 '자녀분들과 한국말로 얘기하지 않으세요?'했더니 '다 불어로 얘기한다'고 하셨다. 말은 안 하시는데 '이유가 있었다'고 하시고, '한국말을 어디 쓸데가 있겠냐'며 '우리 윗세대같지 않아서 강요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강요해서도 안되고, 나이가 들어 선택을 할 나이가 되었을 때, 한국어를 배우겠냐고 물어봤더니 아니라고 해서 가르치지 않았다'고 하셨다. 만 세 살 된 자식 키우면서 '나는 한국말로 말하게 시켜요'라고 해봐야 '니도 애 커봐. 그러면 알어'하는 듯한 표정. 그분의 자녀는 중국어를 포함해서 4~5개 국어를 하는 인텔리인 듯 했다. '그러니 이런 애들에게 한국어까지 하라고 할 수가 없죠'

 

솔직히 말해서 나도 현재진행형이라 자신있게 말할 수가 없다. 10년 후, 20년 후, 내 아이가 한국어를 계속 하게될 지, 한국어로 말할 지, 불어를 포함한 외국어만 구사할 지, 한국어를 더 깊이 배우고 싶다고 할 지. 사람마다 육아방식도, 자녀 교육방식도 다르다. 내 방법이 옳다고만 할 수 없다. 그 분은 그분의 생각대로 키웠을 것이고, 자녀들도 다 바르게 컸을 것이다. 

 

딱 한 번 마주쳤던 한 한국 엄마가 있는데, 아이와 불어와 영어로 말하느라 애기 엄마와 나는 한국어로 대화가 가능해도 그집 아이는 한국어를 이해하지 못했다. 나와 육아법이 다르게 그렇게 자라는 아이도 있다는 걸 나는 인정한다. 그리고 그런 아이가 올바르게 크지 않았다고 얘기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다만 나와 육아법이 다를 뿐이다,라고 생각한다. 조금 아쉬울 뿐이다. 자식과 외국어로 대화하고 있는 그 분의 상황에 있다면 나라면 마음이 좀 허한게, 뭔가 아쉬울 것 같다는거다.

 

그분 의견에 동의하는 건 아니다. 한국에 있는 모든 부모와 친척들이 다 돌아가셔서 안 계신다 하더라도 내가 모국어로 얘기하는 한, 나는 내 자식과 모국어로 얘기하고 싶다. 그건 '넌 한국말을 배워야 해'라기보다 앞서 ''엄마는 있잖아... 너랑 내 모국어로 얘기하고 싶어'다. 한국말이 필요없어서... 그래, 한국말 쓰는 나라, 북한과 남한, 두 한국 빼고는 없다. 외국나가도 알아주지 않고. 하지만 필요에 의해서 언어를 배워야 한다면 이 세상에 없어져야 할 언어가 대부분이다. 모두가 영어, 불어, 서반아어, 중국어, 러시아를 배우면 된다. 하지만 모국어는 '필요'에 의해서 배우는게 아니지 않은가? 내가 필요해서 낳은 자식이 아니고, 내가 필요해서 한 결혼이 아니고, 내가 필요해서 만나는 친구 아니고.. 이 세상의 모든 소중한 것들은 필요와 상관없이 관계맺어지는 것들이 아닐까?

 

그 한국 여성만큼 프랑스에서 오래 사신 (20년) 대만여성분을 전철에서 만났는데 그분은 또 내게 이렇게 말했다. '아이한테 한국말 하게 시키세요. 불어로 대꾸하려고 해도 한국말 하게 시키셔야 해요. 내 중국친구도 아이가 어릴 때는 '불어로 하면 왜 안돼? 왜 중국말로 해야돼?'라고 반발했는데 이제 19살이 되서는 엄마한테 '고맙다'고 그래요.'

 

영어를 모국어로 쓰는 엄마 앞에서 자식이 불어로 대꾸를 하더라. '왜 영어로 말해야돼? 남들은 다 불어로 하는데!' 그 아이에게 내가 영어로 말했다.

'왜냐하면 네 엄마의 모국어가 영어기 때문이지.

모국어란 너에게 국적을 쥐어준 나라의 말이 아니라, 너의 엄마(mother)의 언어(language)야.

그게 모국어(mother language)란 말의 뜻이야. 

네가 엄마를 선택할 수 없었던 것처럼, 모국어도 선택할 수 없는거야.

그게 쓸모가 있건 없건간에.

왜냐면 그건 네가 태어나기 전에 이미 그렇게 정해져 있는 거였거든.

네 엄마의 모국어가 영어라면, 너의 모국어도 영어야.

그건 네가 선택할 수 있는게 아니야.

국적? 그건 전혀 의미가 없어.

내 딸은 국적은 프랑스인이야. 하지만 그앤 한국인 엄마를 두었어.

그렇기 때문에 내 딸의 모국어는 한국어야.

나? 나도 국적 바꿀 수 있어. 국적을 바꾼다고내가 프랑스인이 되나?

여권상으로는 가능하겠지, 하지만 난 한국에서 근 30년을 살았다구.

내 뿌리는 한국에 있고, 국적을 바꾼다한들 난 죽을 때까지 한국인일꺼야.

그건 내가 선택한다고 바뀌는게 아니라 그냥 그런거야.

이 세상은 네가 선택할 수 있는 것, 선택하고 싶은 것만 있는 건 아니야.'

 

한 젊은 한국엄마 말이, '한 한국 아이가 학교에서 놀림을 당하고 돌아왔대요. '넌 중국인도 아니고, 프랑스인도 아니야'라구요' 학교에서 동양인이라고 놀림을 당하는 일이 있나보다. 덧붙여 '때로는 동양언어를 쓰기 꺼려지는 상황이 있다나봐요.' 못 들어본 얘기는 아니고, 생각해보지 않은 바는 아니다.이 세상 사람 모두가 같은 방식으로, 인생에 대한 같은 안경을 쓰고, 같은 교육을 받으며, 같은 철학을 갖고, 같은 길을 걸어가는게 아니니 상황에 대한 대처방안이 다 다르겠지.

 

앞서 말한 한국여성분의 아이들은 정체성에 고민할 나이도 다 지나 이미 이십대 중반이 되도록 다 컸는데, 아니 커버렸는데 내가 무슨 말을 하리오?주관이 첨예하게 대립하면 나는 그럴 때 상대를 다치지 않게, 또한 나를 꿇고 들어가지 않으면서 상황을 어떻게 수습해야 될 지 잘 모르겠다. '오늘 되바라진 어린 것을 만났다'고 치부해도 상관없으니 마음에 상처 받으시지 않으셨기를.

 

(육아를 포함해) 교육은 30년을 바라보는 나무심기 같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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