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올가을이면 만 3살을 넘으므로 학교(에꼴 마테르넬)에 간다. 말은 학교지만 한국의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버금간다. 숙제도 없고, 교재도 없고, 책가방도 없고, 도시락도 없다. 한국과 다른 점은 도시락을 싸줄 수 없고 (환호를 질러야 되나?), 도시락 대신 학교에 가서 애를 찾아 집에 데려와 점심을 먹이고 다시 학교로 데려다 줘야 하고* (환호가 나오려다가 쏙 들어가지?), 무엇보다 국립이라 학비가 없다.
* 첨가설명: 급식을 시킬 수도 있다. 부모 둘 다 일을 할 경우는 당연히 급식을 주고, 부모 둘 중 하나가 일을 하지 않으면 집에서 점심을 먹는걸 원칙으로 한다. 급식을 하지 않을 경우, 유아학교 첫 해에서는 오전수업만 하고 집에 와도 된다. 오후엔 2시간 낮잠을 재우기 때문이다. 학교에서 재우나 집에서 재우나.. 자는 시간동안은 엄마는 자유모드.두번째 해부터는 점심을 먹이고 오후수업을 위해 학교에 데려다줘야 한다. 학교(수업)-집(점심)-학교(수업), 이런 점심 시스템은 고등학교 3학년까지 계속된다. 한국은 어린이집도 점심 먹인 후에 집에 보내드만, 집에서 엄마가 해주는 밥을 먹이도록 하는프랑스 교육시스템, 결코 '엄마 편하기 위주'가 아니다.
부모가 다 일을 해도 어쩌다 점심을 챙겨줄 수 없는 경우가 생긴다. 예컨대 지난 번처럼 낮 12시에 장례식에 가야하는 경우. 학교에 아이를 데려다주면서 아침에 급식을 하루 신청할 수도 있다. 이건 학교가 급식을 선불제로 하는지 후불제로 하는지에 따라 다르다. 급식비는 부모의 벌이에 따라 다르다. 지난 해 소득세 세금신고서를 시청에 제출하면 알아서 계산해준다. 먹고 사는게 어렵지 않은 중간층이면 맞벌이든 혼자벌이든 급식비의 100%를 내고, 저소득층이나 자녀가 많은 집은 납부비율이 줄어드는 걸로 알고 있다.
프랑스에서 학교라하면 에꼴 마테르넬(3~5살)부터 대학까지 모두가 국립이며, 따라서 등록금은 없다. 소수의 사립학교는 제외하고 말이다. 국립대학의 경우, 돈을 어느 정도 내는데 그건 등록금이 아니고 보험, 도서관 사용료, 학생증 발급료 등이다.
에꼴 마테르넬은 의무교육은 아니며, 입학 조건은 그 해에 만 3살이 될 것, 그리고 기저귀 뗄 것!참고로 의무교육은 에꼴 프리메르(초등학교, 만 6살~)부터다.가을 에꼴 마테르넬 입학을 위해서는 2~3월에 시청에 등록하라고 공고가 붙는다. 시청에 등록하는 날, 집에서 가까운 학교를 배정해주고 학교에 가서 교장과 헝데부를 잡으라고 알려준다. 학교에 가서 아이 서류도 내고 교장도 봤다.
수업이 없으면 학교에서 뭘 할까? 교재가 없다 뿐이지 학교에서 노래도 배우고, 춤도 배우고, 그림도 그리고, 자유놀이도 한다.매주 수요일에는 수업이 없으니 올 9월부터는 일주일에 나흘 아침 자유시간이 생기는거다. 야호! 이름만 들어도 아름다운, 오~ 자유~ 그 이름~ 나는 말할 수 없네~ 그 이름~ 속에 있는 즐거움~ 나는 말할 수 없네~ 울아이는 '난 학교 안 가'하고 늘 말하는데, 물론 이해는 하지.. 한번 가기 시작하면 앞으로 한 20년은 쉬지 않고 가야하는 거잖니. 하지만 배움의 즐거움이란, 선생님을 만나고 친구를 사귄다는 즐거움이란 엄마와 보내는 시간에 못지않게 기쁜거란다. 학부모가 된다는 사실에 너무나 뿌듯하다. 기대만빵. 에꼴 마테르넬에 대한 더 자세한 이야기는 올가을에. 두둥~ ^^
이러니만큼 요즘은 자연히 육아, 교육, 자연친화에 관한 관심이 많아져 프랑스 사회정치와 점점 거리가 있는 글들이 올라가고 있다. 동떨어진다고 여겨지면 아예 따로 블로그를 열 지도 모르겠다. ^^;
'France 프랑스' 카테고리의 다른 글
머리 끄댕기는 미스 프랑스들 (0) | 2009.04.29 |
---|---|
유색인종은 청소부고, 책도 안 읽는더란 말이냐? (0) | 2009.04.10 |
'우주'를 주제로 열린 카니발 (0) | 2009.04.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