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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logie 친환경

친환경/무공해 제품과 소비자 가격

'친환경세제가 일반세제에 비해 값이 너무 비싸면 외면당하지 않을까?' 우려하시는 도모네님께서 정곡을 찌르셨습니다. 친환경세제에서 얘기가 시작됐지만 bio제품이란 테두리로 묶어 무공해 식료품도 함께 얘기하겠습니다. 실제로 이곳 프랑스의 경우, 무공해 식료품는 일반 식료품보다 일반적으로 20~30% 비싸고, 친환경 세제는 일반 세제보다 50~100% 비쌉니다. 식료품도 나름인데, 무공해 달걀은 약 50% 비싸고, 무공해 고기의 경우, 가격 차이가 3배나 나기까지 합니다. 3배 정도 차이나면 환영받기 진짜 힘듭니다. 제가 아는 프랑스 분은 피가 뚝뚝 떨어지는 고기, 그니까 blue로 익혀먹는 고기 광이신데, 무공해/친환경으로 방향을 트신 후로는 차라리 고기 안 먹고 거의 채식주의자처럼 생활하십니다.

 

한 제품이 일반화되기 위해서는 가격이 -시쳇말로- 착해야지요. 그게 시장경제의 원칙입니다. 하지만 가격만이 소비의 기준이 되지는 않습니다. 예컨대, 식료품 A가 B보다 가격이 절반이나 싸다고 해도 그 제품에 방부제, 화학색소, 인공가미료가 들어가 있으면 전 사지 않습니다. 2배 비싼 B의 절대적인 가격이 내 예산 안에 있으면 사고, 예산을 너무 넘어서면 사지 못하는거죠. 염소표백제보다 2.5배 비싼 100% 친환경 섬유표백제를 8유로에 살 수 있다고 결정하고, 일반 닭보다 3배 비싼 18유로짜리 무공해 닭은 살 수 없다고 결정하는 것처럼 말이죠. 식료품 A는 안 사먹는 거고, B는 못 사먹는 거지만 그렇다고해서 A를 먹지는 않겠다는 겁니다. 만약 B가 어느날 30% 가격할인을 한다면 저는 잠정적인 소비자로서 장바구니에 B를 2개, 3개씩 사들고 오겠죠.

 

무공해 식품이 일반 식품보다 왜 그렇게 비싼걸까? 무공해 식품만 고집하시는 저희 시아버지께 물었습니다. 그분은 직접 밭에서 재배한 채소, 자기가 직접 낚은 생선만 드시는 약간 골때리는 분이십니다. "무공해 식품, 좋은건 알겠는데 일반 식품보다 왜 그래 비싼거에요?"  물으니, "무공해 식품은 농약도, 인공비료도 치지않고, 자연에서 얻어진 거름만 갖고 키우는데, 그렇게 키우면 재배시간이 상대적으로 오래 걸리기 때문에 일반 식품보다 가격을 낮출 수가 없는거지."

 

가격이 비싸도 이유를 알기 참 힘든 제품들이 시장에는 많이 나와있습니다만 무공해 식품, 친환경 세제들이 상대적으로 비쌀 수 밖에 없는 이유를 들으니 납득이 가더군요. 친환경 세제의 경우, 자연에서 얻은 소재로 만든 뒤, 소비 후 완전분해되지만, 일반 산업 세제는 화학물질로 만들어져 자연에 방출될 경우 분해가 되지 않거나 분해를 시키는데 시간이 오래 걸린답니다. 거품이 잘 나야 세탁이 잘 되는 줄 알고, 거품이 버걱버걱 날 정도로 세제를 들어붓느라 과다한 양의 세제를 소비하고 있다지요. 하지만 치약도 그렇고 빨래세제도 그렇고 거품과 세탁효과는 정비례관계가 아니라는 건 너무나 잘 아실 겁니다. 저는 안 써봤는데 친환경 샴푸의 경우, 거품이 잘 일어나지 않는다고 해요. 그렇다고 때가 안 빠지는게 아니지요. 때는 빼지만 거품을 일지 않을 뿐이에요. 일반 세제에는 거품을 버걱버걱 일어나게 하기 위해서 세탁효과와는 상관없는 화학물질을 집어넣는 답니다. 빨래가 끝나면 그 물들 다 분해가 되지 않은 채로 하수로 내려가겠죠. 바닷속엔 누가 삽니까? 물고기와 조개가 살지요. 그거 누가 먹습니까? 프랑스에 있다가 1년반만에 처음으로 한국에 들어갔을 때, 아버지께서 '뭐가 제일 먼저 먹고 싶냐?'길래 '회가 먹고 싶어요' 했더니 말씀하시데요. "이제 회 먹고 싶다는 생각을 버려라. 한국의 바다가 많이 오염되서 먼바다에 나가서 잡아온 참치 아니면 못 먹는다." 

 

이 세상에는 사회가 허용하는 많은 것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 모든 것들이 결코 좋은 것들은 아닙니다. 먹는 카테고리 안에서만 얘기를 하자면, 식료품 검열을 거쳐 시판되고 있는 숱한 식료품과 수퍼마켓 진열대에 쌓인 초콜렛에 뒤덮힌 과자들, 체인을 늘려가는 패스트 푸드들. 식품청의 검열을 거쳤고, 정부가, 사회가 허용하고 있지만 방부제, 화학색소, 인공가미료, 필요이상으로 당도와 몸에 해로운 지방이 많이 함유된 음식들, 거기 독성물질이 들은 것도, 마약이 들은 것도 아니지만 결코 몸에 좋은 것이 아니거든요. 미국 쇠고기도 한우보다 훨씬 싸지만 소비자로부터 외면당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가격만이 전부는 아닙니다.

 

문제는 소비자의 현명한 판단과 선택에 달려 있습니다. 이제 우리는 소비자체만이 아닌 소비 이전과 이후의 것들에 대해서도 심각하게 고려해야 할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나의 소비가 얼마만한 쓰레기를 방출할 것이며, 자연을 얼마나 파괴하는지, 이 커피와 차가 제3국가 아이들을 착취하면서 얻어진 것은 아닌지 등.주위에서 너무나 많은 증거들을 보고 있는데, 세계 대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그걸 피부로 직접 느끼지 못하고 자기와는 '아직' 상관없는 일인 양 여기고 있습니다.자신의 예산 안에서 무엇을 사고, 무엇을 포기하는가, 내(우리)가 선택하는 것이 나(우리)를 그리로 이끌 것이라는 신념으로 행동하셔야 합니다.

 

일반세제보다 2배 비싼 친환경세제를 써보니 가격대 성능비, 대만족입니다. 2배 비싼만큼 걱정거리가 싹 사라져 마음이 편해졌거든요. 청소세제의 독성으로 실내공기오염이 실외보다 더 심각하다는거 아시죠?  하수로 내보내는 수질오염 제로를 위해서 산건데, 실제로 써보니 실내공기가 청정해졌어요. 청소 도중에, 청소 후에 독한 냄새가 코를 찌르고 머리를 아프게 했는데 그게 다 사라져 실내 공기가 좋아졌습니다. 맨손으로 설거지하면 손이 헐던 것이 이제는 더이상 문제가 되지 않게 되었어요. 세제로 부엌청소하고나서 잔여물질이 남을까봐 수도 없이 헹궈내고 닦아내던 것이 소량의 물로도 말끔하게 지워졌습니다. 혹여 잔여분이 남는다해도 걱정이 되지 않구요. 빨래도 세제냄새를 없애려고 이중헴굼을 2번, 3번 돌리던 것을 이제 100%자연세제를 쓰니까 이중헹굼 1번으로도 말끔히 헹궈져 세제가 섬유에 전혀 남지 않아요. 집에 아직 쓰던 화학세제들이 남아있고, 이것들을 쓰기는 하겠지만 이것들 바닥이 보이면 다시는 사지 않을꺼에요. 이 모든 각종 화학물질들이 하수로 들어가면 수질오염이 얼마나 심할까 생각하면 끔찍합니다.

 

친환경/무공해 제품을 찾는 소비자가 늘면 늘수록 가격이 낮아질 것입니다. 환경과 건강을 해치는 제품을 외면하는 현명한 소비자가 늘면 늘수록 그 제품은 시장에서 사라질 것입니다. 한국에는 친환경세제가 현재 Ecover라는 유럽상표에서 수입되고 있기 때문에 가격이 더 비싼 것 같습니다. 이곳에도 친환경세제 중에 Ecover가 제일 비싸요. 하지만 꼭 그 상표가 아니더래도 유럽 환경인증 로고 (아래 그림), 프랑스 환경인증 로고를 받고 시중에 출시되는 상대적으로 가격이 덜 비싼 친환경 상품들이 여럿 나와있습니다. 

 

한국은 전통적으로 프랑스보다 훨씬 더 친환경적인 문화 속에 있고, 소비자들이 이곳보다 훨씬 깐깐해서 조만간한국에서도국내생산하는 업체들이 생겨나고, 환경인증 로고를 받아 출시된 제품들이 나온다면 가격도 낮아질꺼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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