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마니아 엄마가 해산한 지 열흘이 넘었다. 애 낳아본 사람은 알지만 첫1~2달은 불면의 생노동의 기간이며, 이 생노동을 다 잊어버리게 하는 마약은 아이의 움직임과 잠자는 모습에 있다. 젊은 엄마가 '잘 하고 있나?'싶어 오늘 전화를 걸었더랬다. 수유는 잘 되는지, 졸려 죽을 지경에 폭탄맞은 집이 되어 있지는 않은지.. 시어머니는 어제 가셨고 친정엄마도 오늘 가신다니 이제 함 가볼까? 하고 전화를 했더랬다. 엄살 한번 떨지 않는 아낙네가 전화를 받자마자 바~로 나오는 말이 "애가 밤낮으로 울어대요~" 오늘 가겠다던 친정엄마가 비행기 일정을 닷새 늦췄다는걸 보니 걱정이 되어 발을 떼지 못하는 모양인갑다. "준비되는대로 이따 갈께!"
내가 출산하고 한 달쯤 지났을 무렵 애를 들었다 놨다하니 손목이 아파서 손목에 압박붕대를 하고 있었더랬는데, 우리애랑 출생시 몸무게가 같았던 (3.7kg) 그 집 애를 들으니 이건 모 새의 깃털처럼 가벼운 것이 팔 하나로 번쩍 안아지더만. 참고로 우리 애, 이제 어언 14kg가 넘는다. 무거워 죽겠지만 버스 올라 탈 때, 얘 한 팔로 번쩍 안아서 탄다. 엄마는 정말 강하다. ㅠㅠㅋ
친정엄마도 잠 못 자, 애엄마도 잠 못 자, 낮이고 밤이고 가리지 않고 우는 아이 앞에서 모두가 넉다운이 되었더만. 얼굴을 보니 피곤이 쌓여 허옇게 떴고, 친정엄마는 '이렇게 우는 애는 첨 본다. 잠도 안 자고 운다. 불만이 많~은 애기다'라며 불평을 하신다. 사주팜도 다녀갔다는데 대책이 없다.
욕실, 방, 거실 돌아다니면서 아기 환경에 대한 이런 코치 해주고, 조언 해주고, 방에 들어가 수유하고 있는 애엄마 따라들어가 수유 코치 해주고.. 사주팜이 이 집에 와서 뭘 해주고 간건지 도대체 알 수가 없었다.
그 집 아이를 본 지 10분만에 울음을 그치게 만들었더니 애기 할머님 말씀, "세상에, 얘 이러는 거 첨~~ 본다! 이런 적이 없었어!" 조금 후, 잘까 말까 잘까 말까하는 애를 애엄마가 어렵게 애를 재웠다. 할머니도 쉬러 들어가셨다. 정확히 10분만에 할머니가 불만이 가득한 표정으로 우는 애를 안고 나왔다. "누가 이 애를 아십니까?"
그런 애를, 그 집에서 나오기 30분 전, 잠에 골아 떨어지게 해놓고 왔다. 밤낮으로 우는 애가 이상이 있는건 아닌가 싶어 소아과의사를 보러 나간다고 하길래 같이 집을 나왔다. 건강에 이상이 있는 애가 아니고, 의사에게 보인다해도 의사가 해줄 수 있는게 없을꺼라고 말했지만 애기 엄마로서는 의사를 한번이라도 봐야 마음이 놓인다는 걸 알길래 말리지 않았다. 집에 와서 전화해보니 의사 말은 '아이에게 아무 이상 없다' 했다고, 의사 앞에서 진찰받고 나서도 아이는 내가 재운 이후로 세상 모르게 계속 자고 있다고. 정말 고맙다고. 오늘 저녁 어깨에 힘이 실리는 것이 뿌듯~하더라고.이젠 둘째를 가져도 힘들지 않게 키울 수 있을 것 같다.
루마니아 애기 엄마 외에도 사실 가끔 -아주 가아끔- 네이버 육아카페에 가서 질문과 답에 답을 달아주고 오는데, 보면 '알고 있어야 할 육아'에 대해서 모르고 있는 부모가 예상 외로 상당히 많은 것 같다. 답변이라고 달리는 것도 구체적인 답변이 아니라 '우리애는 이렇더라' '그러더라고 하더라'는 식의 답변이다.이 글을 읽는 첫애를 가진 엄마들이 내게 도움말을 구해온다면 -'우리아이 영재만들기' 이런거 말고- 시간나는대로 육아관련 책과 전문지를 많이 읽으라고 권하고 싶다.내가 답변해주는 지식의 90% 이상은 육아서적과 육아잡지에서, 나머니 10%는 인터넷 자료, 세미나, 전문가와의 상담에서 얻어진 것들이다. 그러는 나도 사실 첫 한 해는 정신없어 많이 헤맸다. 헤헤~ 서로 다른 이론들 사이에서 갈팡질팡하기도 했는데 이젠 그 가운데서 나만의 육아철학이 생겨지는 것 같다. 어쨌든간에 애 키우기, 걸어온 길보다 갈 길이 훨씬 멀다. 에고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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