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Parents 교육/육아

야자할래? 존대할래?

아이는 앵무새처럼 말을 따라한다. 그래서 말을 배우는 아이 앞에서는 화딱지나는 기사를 읽으면서도 욕도 못한다. 내가 아이에게 반말을 하면, 아이는 반말을 자연스럽게 하고, 내가 아이에게 존대를 하면, 아이는 존대를 자연스럽게 한다. 아이는 반말과 존대가 뭔지도 모른다. 그저 내가 하는 말을 따라할 뿐이다. 우리 부부가 서로의 이름을 부르며 부르니까 우리 애가 즈 아빠와 나를 이름으로 부른다. 웃기기도 하지만 어찌나 황당하던지. 그런데이럴 때 교정을 해주지 않고, 웃긴다고 피식~ 웃기만 하고 넘어가면 아이는 '엄마를 즐겁게 해주기 위해서' 계속 같은 행동을 하게 된다. 그래서,"넌 나를 이름으로 부르는게 아니라 '엄마'라고 부르는거야. 이 세상에 나를 '엄마'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은 너 하나밖에 없어."

 

반말과 존대를 가르치는 것도 수월치 않다. 나이가 많은 이는 적은 이에게 반말을 하고, 적은 이는 많은 이에게 존대를 하는게 한국의 문화이고, 나도 그런 말습관을 따르고 있지만 아이가 어느날 '왜?'라고 물게 된다면 솔직히 그 이유에 수긍하지는 못한다. 나이가 아주 많은 사람이거나 초면의 경우라면 존대를 쓰는게 당연하지만 나이가 몇 살 많고 적다고 반말과 존대가 갈리는 것에 솔직히 난 동의하지 못한다.한국의 드라마를 보면 연인이나 부부 사이에서 남자들이 대개 나이가 많다보니 남편은 부인에게 반말을 하고, 부인은 남편에게 존대를 하는데, 내가 이런 풍경을 굉장히 싫어하다보니 애한테 존대와 반말을 설명하기도 참 불투명한 상황에 처해있다.

 

하긴 반말에는 '기어오르는' 느낌이 없지 않아 있다. 때문인지아빠는 내가 반말을 하면 '내가 니 친구냐?'라고 하셔서 늘 존대를 했고, 엄마와는 늘 반말로 대화했다. 마음의 거리가 가까왔던 사람은 당연히 엄마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마의 자존심인지 고집인지 에다가 한국 사회 전반에 깔려있는 유교질서의식 때문이었는지 엄마는 내게 친구가 되어주지는 못했다. 엄마하고 친구처럼 지내는 친구를 보면 그게 참 부러웠다. 난내 딸에게 가장 좋은 친구가 되어 주고 싶다. 기쁠 때도 슬플 때도 화가 날 때도 문제가 생겼을 때도 토론을 하고 싶을 때도 가장 먼저 생각나서 달려오는 친구말이다.이런 상황이다보니 내가 내 아이에게 존대를 강요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문제는 한국에 있는 친척들을 만나러 언젠가 한국에 가게 되면 벌어지겠지. 특히 느그 할아버지. "미안하다. 엄마가 너무 개방적이어서"라는 변명을 하게 될 수 있다면 행복하리라.

 

어교육상 아이에게 일부러 존대를 하지만 반말도 반이상은 하는 것 같다.일단은 아직아이의 어휘가 짧고, 문장도 짧기 때문에 교정이라할 것이 많지 않지만 존대로교정을 해주는 경우는 뭔가를 부탁할 때 뿐이다. '물 주세요' '뿡뿡이 보고 싶어요' 그렇지 않으면 한국에 전화할 때.반말은 하더라도 바른말하기, 막말 절대 금하기를 철칙으로 삼는다. 예컨대, '야!'라고 부른다거나 '너' 대신에 이름을 부른다거나 '-해라'체로 말하는 것등은 금한다. 예를 들면, '밥 먹어' 대신에 '밥 먹자' 또는 '밥 먹을까?'

 

불어에는 반말이 있을까? 반말에 해당하는 tutoyer(뛰뚜와이에)와 존대에 해당하는 vouvoyer(부부와이에)가 있지만 한국어의 반말/존대와 개념이 다르다. 한국에선 나이를 수직으로 나열해 위에서 아래로 반말, 아래서 위로 존대말을 하지만 불어에서 vouvoyer는 초면이거나 서로 잘 모르는 사이에서,

tutoyer는 아는 사람들끼리 또는 초면이래도 학교 학생들 사이에서 쓴다. 나이의 많고 적음은 tutoyer와 vouvoyer를 가르는 기준이 되지 않기 때문에 상대가 tutoyer를 하면 이쪽에서도 tutoyer를 해도 된다. 하지만 예외는 있다. 교수나 나이 많은 노인이 tutoyer를 하는 경우, tutoyer로 해도 잘못은 아니지만 그쪽에서 '말 놓으라'고 할 때까지 일단 vouvoyer로 가는게 안전하다.우리 남편은 직장 동료들과는 다 tutoyer를 하지만 상사에게는 vouvoyer를 한다고 하더라구.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나고등학교 다닐 때, 불어 교과서에 보면, 청소년기의 학생과 아줌마/아저씨가 길에서 만나 인사하는 장면에서 학생은 vouvoyer로 Comment allez-vous?하고 vouvoyer하고, 아줌마/아저씨는 Comment vas-tu?라고 tutoyer하는데, 이거 잘못됐다. 둘이 서로 vouvoyer를 하든가 서로 tutoyer하는게 정상이다. 한국식 사고방식에다가 불어를 적용한 한국 불어 교과서, 잘못됐습니다. 그게 잘못됐다는 것을 프랑스에 와서야 알았습니다. 지금은 교과서에 어떻게 실렸나 모르겠네요. 아시는 분??? 그 이상의vouvoyer에 관한 더 자세한 얘기는 다음에 언제 날 잡아서 하자.

 

불어로 얘기할 때 우리애 언어교육을 위해서 vouvoyer로 할까? 아니다. 다 tutoyer로 말한다. 길가다 모르는 사람이 말을 걸 때, 나에게는 vouvoyer로 하지만 아이에게는 tutoyer로 한다. 아이가 듣는 말은 당연히 tutoyer가 많다. vouvoyer는 학교에 가서 머리 커지면 배우겠지. 난 한국말의 반말도 '나중에 커서 존대와 반말을 구분할 수 있는 논리적 판단력을 갖우면 그때는 예의차원에서 배우면 되겠지'라고 생각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아이가 한국어로 존대말을 할 때는 부탁할 때와 한국에 전화할 때, 두 경우 뿐이다.

 

국제커플인 분들이 내 블로그에 와서 자녀 언어 교육에 대한 도움말을 얻고 가신다기에 이 글을 쓰게 됐다. 아이의 한국어 교육은 나 역시 평생 숙제인 과제라서 중간중간 중간발표를 하면서 고백성사를 해야할 것 같다. 한국어 혼자 가르치려니 너무 힘들다. ㅠㅠ 그래서 요즘 발견한게 있는데, 야후 꾸러기!!! 거기 가면 우리말로 동화도 읽어주고, 동요도 불러준다.해외에 계신 한국 부모님들께 꼭 알려주고 싶다.www.yahoo.co.kr에 들어가서 '꾸러기' 메뉴를 찾아 들어가면 된다. 네이버에도 '쥬니버'라는게 있지만 영상과 노래가 자주 끊겨서 아니올시다다. '야후 꾸러기' 덕에 내가 하루 왠종일 라디오처럼 떠들고 노래하지 않아도 되더란 말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