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에서 엄마가 된 이후, 뭔가 발견하고 놀란 것이 있다. 프랑스 엄마들은 다 직장에 나가서 일을 할 줄 알았다. 대기자 명단이 1년치나 밀려있기는 하지만 영유아시설이 잘 되어 있고, 휴가를 잘 쓸 수가 있고, 복직이 보장된 출산휴가를 받으니 얼마나 일하기 좋은가? 내가 프랑스에서 엄마가 되어 다른 엄마들을 만나보니 일하지 않는 엄마들도 상당히 많다는걸 발견하고는 엄청나게 놀랐다.
무엇보다, 일하지 않아도 되는 이유는 남편의 월급으로 -충분하든 빡빡하든- 살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그렇다면 일하는 모든 엄마는 남편 월급이 모자라기 때문? 그건 절대 아니다. 남편 월급으로도 충분히 살 수 있어도 일이 좋아서 일터로 돌아가는 엄마들도 많다.
일터로 돌아가지 않는 엄마는? 일하기가 싫어서가 아니라 직장에서 받는 스트레스가 싫어서 직장으로 돌아가고 싶은 생각이 아예 없는 경우도 있고, 내 아이가 처음으로 입 떼고 말하는 걸 보고, 처음으로 걷는걸 보는 등 아이가 하루가 다르게 커가는 모습을 가까이서 지켜보고 싶어서 가정주부를 '선택'하는 경우도 있고, 월급 받아 보모 탁아비를 내고나면 남는 돈이 없어서 일을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경우,애를 맡기자니 탁아소든 보모든 엄마만큼 못 할꺼라 여겨 끼고 사는 경우도 있다.
실례로 우리 옆집에 사는 프랑스 아줌마들을 보면 한 아줌마는 아이를 보모에게 풀타임으로 맡기고 자기는 파트타임으로 비서일을 하고, 다른 아줌마는 전업주부로 세 아이를 키우는데 1주일에 하루 보내는 유아원에도 아이를 만2살이 지나서 보낸다. 직장을 다녔던 인데 이제 복직은 더이상 전혀 생각하지 않고 아이들 뒷바라지에 전념하는 것 같다. 파트타임 job은 아이를 가진 여성들이 가장 이상적으로 바라는바다. 나가서 일도 하고, 아이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도 충분히 가질 수 있고. 문제는 전문직에서 파트타임을 구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며, 파트타임직을 구한다 하더래도 엄마 스케줄에 맡게 아이를 파트타임으로 맡아주는 탁아시설은 없다는거다.
탁아시설로는 5명의 인원이 15~20명의 아이를 맡아보는 탁아소가 있고, 자기집에 아이 2명만 받아서 맡는 보모가 있다. 탁아소가 당연히 보모다 훨씬 저렴하다. 보모에게 맡기면 맡는 아이 수가 적으니 좀더 많은 신경을 써줄 것 같지? 꼭 그런 것도 아닌 것 같다. 놀이터에 나가보면 아이와 따라나온 이가 보모인지 엄마인지는 한눈에 확연히 보인다.
보모와 엄마는 어떻게 다를까? 아이가 놀 때 아이는 쳐다보는 둥 마는 둥 하고 핸드폰 꺼내서 끊임없이 전화하거나 옆에 있는 아줌마와 시간가는 줄 모르고 수다떠는 사람, 이건 보모다. 아이가 넘어져서 울 때, 시간이 좀 걸린 후에야 보호자가 나타나는 경우, 이건 보모다. 시간이 '조금' 걸린게 아니라 아예 아무도 안 나타나서 애를 일으켜 주려고 가면, 애가 나한테 단번에 안기는데, 얘를데리고 놀이터를 한 바퀴 도는 경우도 있다. 미아가 아닐까 걱정하면서 경찰에 신고할까 하는 순간에 보모가 나타나서 데리고 사라지더라. 이런 보모는 신고를 해서 면허정지를 해야되지 않을까 싶다. 그럼 엄마와 동행하는 경우는 어떨까? 아이가 놀이에 집중하지 못할 때, 옆에 와서 놀이를 도와주고 놀아주는 사람, 이건 엄마다. 아이가 울 때, 쏜살같이 바로 달려와 안아주는 사람, 이건 엄마다. 한 아이가 다른 애를 못살게 굴거나 무례하게 굴 때, 바로 달려와서 제지시키는 사람, 이건 엄마다. 벤치에 앉아 유유히 핸드폰으로 전화를 하더라도 아이에게 수시로 시선을 주는 사람, 이건 보모가 아니라 엄마다. 수다를 떨어도 큰소리로 정신없이 수다떠는 사람, 이건 백이면 백, 보모다.
이런 보모들을 보고 불안해서 -남편 월급이 여유롭지는 않아도-직장으로 복귀하지 않고 아이가 학교에 갈 때까지 데리고 키우는 프랑스 엄마들도 있다.모든 보모가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하지만 니나노 보모를 보고 있노라면 불쌍한 애보다도 '어쩌다 저런 사람에게 애를 맡겨나.. 돈벌러 직장에 갔으니 알 도리가 없겠지' 싶어 얼굴도 모르는 그 애 엄마가 처량해진다.반면에 프랑스에 사는 한 한국엄마는 자기가 아이 성장과정에 맞춰서 잘 데리고 놀아주지 못하는 것 같다는 이유로 보모를 찾아다가 애를 맡겼다. 더구나 직장에 다니지도 않고, 딱히 하는 작업이 있는 것도 아니고, 뭘 할 지 계획도 없으면서 보모에게 아이를 풀타임으로 맡겨버렸다. 남편 월급 하나로 월세와 보모 탁아비 대기가 불가능할텐데 그런거 전혀 모르고 저지른 일 같았다. 이유는 아이의 교육을 위해서란다 ! 한국 엄마들의 교육열이 엄청나다지만 이건 그릇된 판단이다. 한국에서 흘러오는 소식과 인터넷 기사들을 보면 '자식 교육을 위해서'라는 명분으로 아이에게 못할 짓 하는 엄마들이 많은 것 같다. 내가 만난 그 한국 엄마도 그중 하나였겠지 싶다. 프랑스 엄마들 중에도 직장에 다니지 않으면서 아이를 타인에게 풀타임으로 맡기는 이는 한 명도 못 봤다. 진정한 교육이란 무엇일까?
이야기 둘. 주변에 아는 엄마들이 아이들을 학교(ecole maternelle)에 보내기 시작한다. 프랑스는 만 3살이면 학교에 가는데, 책가방을 매고 학교에 가는 것도 아니고, 숙제도 없다. 만 5살까지는 학교에서 놀고 노래하고 배우기는하는데 숙제는 없고, 머 그렇다. 첫 1년은 아침 수업(?)만 있는데, 부모 중 한 명이 일을 하지 않는 경우는 아이를 11시반에 찾아오고, 부모가 다 일을 하는 경우는 점심도 먹이고 낮잠도 재워서 저녁 4시반~5시에 찾아올 수가 있다.
ecole maternelle 2년차부터는 낮잠시간이 사라지고 오후까지 학교에서 보내고 온다.재미있는건 급식이다.부모가 다 일을 하는 경우는 학교에서 급식을 주지만, 한 부모가 일을 하지 않는 경우는 11시반에 아이를 찾아와집에서 점심을 먹인 뒤 오후 2시까지 학교에 다시 데려다 줘야한다. 초등학교도 마찬가지다.한국엄마들, 전업주부는 점심에 애를 찾아와 밥을 먹여 학교에 다시 보내야한다면, 도시락 싸기보다 더 한 그 수고를 할 수 있을까?전업주부라고 아이를 급식에서 제외시키고, 학교에 가서 애를 찾아다가 점심먹여 오후에 다시 데려다줘야 한다면 한국 엄마들은 아마 데모라도 하지 않을까?이래저래 요즘 교육에 대해서 많이, 참 많이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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