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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ualités 시사

탤런트 옥소리와 니콜라 사르코지

블로깅을 잠시 쉬려고 했는데, 삘이 꽂히는 날은 글을 써야겠다. 흠.

 

'탤런트 옥소리씨, 간통죄 위헌심판 제청 신청'이란 기사를 읽었다. 타인의 사생활을 '기사'라고 다루는 걸 보니 늘 그렇듯 수준낮은 웹서버 기사겠거니 했는데, 아.. 미치겠다 정말. 공중파 타는 SBS뉴스다!!!

(관련기사 :http://news.sbs.co.kr/section_news/news_read.jsp?news_id=N1000370330)

 

하나.

개인적인 바램밖에 안 되겠지만 난 '간통죄'라는 말을 폐지했으면 좋겠다. 부부 중 한 사람이 다른 사람과 놀아나면 '잘못(fault)'을 저지른거지 그걸 '죄(crime)'라고 부를 수는 없다. 이 세상의 모든 잘못을 한 자를 죄인 취급해야할까? 간통은 마치 사고같은거다. 차사고를 냈다고 해서 가해자를 '죄인'이라고는 하지 않는가 말이다. 중형사고가 나서 사상자가 났다손 치더라도 의도와는 무관하게 사고를 일으킨 사람을 '죄인'이라고는 부르지 않는가 말이다.

 

남자와 여자가 만나서 한 가정을 이루며 살다보면어느 누구도 원하지는 않지만어느 한 쪽이 외도를 하게 되는 경우가 생기기도 한다. 왜? 우리는 어느 하나 완전하지 못한 인간이기 때문에.간통을 죄로 분류할 수 있는건 법원이 아니라 '십계명을 지키라'하는 교회여야 한다. '간음하지 말라'는 십계명 중 일곱번 째 계명. 여기서 교회라 함은 교회 건물도 아니고, 목사, 선교사, 신부님도 아니고, 상징적인 교회, 즉 신(하나님)을 말한다. 다시 말해서, 간통(간음)은 신 앞에서 죄일 뿐 인간세계 죄라고 분류할 수는 없는 것이다. 십계명의 첫째 계명, '내 앞에서 다른 신을 섬기지 말라'라는 계명이 인간세계 어느 곳에서도 죄라고 규정한 헌법은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결론, 법원에서 시시비비를 가리고는 있지만 옥소리는 죄인이 아니다. 옥소리가 바람을 핀 게 잘못이지만, 옥소리가 남편 외의 사람으로부터 사랑을 구하게끈 환경을 조장한 이는 그녀가 아닐 수도 있다는거다. 하지만 그건 뉴스에서 다루지 않는다. 뉴스란 과정 다 생략하고 결과만을 보고하니까. 어쨌거나 무엇이 그녀로 하여금 외도를 하게 했는지 자세한 내막은 내 알 바 아니고, 알고 싶지도 않다.

 

둘.

왜 남의 사생활이 공중파 방송을 타 뉴스데스크에 오르는가?!! 이런 류의 기사거리는 연예인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다루는 프로그램에서 다루든가, 피플지에서 다루든가 할 일이다. 저녁뉴스 뉴스데스크에서 연예소식을 다룬다는건 한국 미디어의 수준을 떨어뜨리는 짓이다. 저녁뉴스 연예기사 코너에서는 새로 나온 책, 영화, 연극, 공연 등 문화소식을 전하는 정도에서 저녁뉴스의 품격을 유지할 일이다.

 

셋.

요즘 프랑스에서 베스트 톱(best top)인 연예소식의 주인공은 다름아닌 사르코지 대통령이다. 대통령이 된 직후, 이혼을 해서 '싱글남'이 된 것도 소란스러웠는데, 얼마 안 되서 이태리 톱모델 출신의 가수 브뤼니와 연문을 뿌리고 다니고 있다. 사르코지가 브뤼니와 지난 연말에 어디로 여행을 갔는지 모르는 프랑스인은 하나도 없다. 왜? 각종 잡지와 신문에서 그들의 연애사진을 일면에 실기 때문이다. 기사를 굳이 읽지 않아도 서점을 지나가면 그들의 얼굴이 대문짝만하게 실려서 나온 잡지들이 수두룩하다. 하지만 저녁뉴스에서는 한/번/도/ 대통령의 연애를 다룬 적이 없다. 왜? 유명한 언론인의 말을 인용하면 "우리는 그의 사생활에 관심이 없다. 대통령의 사생활은 우리가 다룰 뉴스거리가 안된다"


이혼사유에 대해서도 아마 한국이었다면 기자들이 바퀴벌레처럼 몰려와 어떻게든 사르코지와 세실리아의 모든사생활을 시시콜콜 캤을 지도 모르겠다. "왜?"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녀는 "가식적인 생활이 싫어서"라고 답했다. 그리고 그 기사는저녁TV뉴스가 아닌 모 월간지에 나갔다. 자세한 내용은 잡지 속을 안 봐서 모르겠다. 아마 한국이라면 '영부인의 이혼'이란 제목 아래 TOP뉴스로 분류되어 저녁 TV뉴스데스크 첫기사로 나갔을지도 모르겠다.

 

사르코지 대통령의 전 부인 세실리아에 대해 쓴 책이 베스트셀러가 됐다. 발행 첫날 초판이 (4만부던가..하이간) 다 팔렸단다. 왜 영부인 자리를 박차고 이혼을 선언했는지, 한동안은 세실리아의 사진이 잡지의 표지를 장식했었는데, 그건 옛말이다. 이젠 사르코지와 브뤼니 사진에 밀려났다. 옥소리 사건과 비교해서 재미나는건, 세실리아도 몇 년 전 외도를 했고, 모든 프랑스인들이 그 사실을 알지만 지금 옥소리처럼 죄인으로 몰리지는 않았다는거다. 그 일로 이혼을 당하지도 않았고, 이번에 이혼을 요청한 건 세실리아지만 '그때 그 남자' 와는 전혀 상관없는 일이다.

 

한국과 프랑스의 문화차이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을 지 모르겠다. 하지만 자기의 사생활이, 더군다나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걸 좋아하는 사람은 어느 누구도, 어느 한국인도 없을 것이다. 왜 자기 사생활은 남들이 입방아 찧는건 싫어하면서 남의 사생활은 저녁뉴스에까지 올려 도마질을 하는가?!!


프랑스 잡지들은 사르코지와 브뤼니의 소식을 마치 안젤리나 졸리와 브래드 피트의 소식만큼이나 다루고 있다. 역대 대통령 역사상 사르코지만큼 젊은 대통령이 없었고, 미국을 이토록 좋아하는 또 '난 미국이 좋다'고 대놓고 말하는 프랑스 대통령도 역사상 없었고, 당선된 이후에 모습이 이토록 뜸한 영부인도 없었고, 당선되자마자 이혼을 한 대통령도 없었고, 따라서 공식석상에 싱글로 나타난 대통령은 역사상 한/명/도 없었다. 이것만도 충분히 역사적인 일인데, 늘씬한 외국인 여자와 비행기를 타고 이집트로 요르단으로 장거리 데이트를 떠나는 대통령도 없었다. 더군다나 엘리제궁의 안주인이 되느냐 마느냐하는 -말만 무성한- 대통령의 애인은 영부인의 인품과는 거리가 먼 '날라리'다. 이러니 프랑스 국민들은 -말을 안해서 그렇지- 걱정이 태산같다. 브루니는 공개적으로 '나는 정치에 관심이 없어요. 개인적으로 전 좌파에요. 투표를 하러가지도 않겠지만 우파에 투표할 일은 결코 없을꺼에요'라고 했다. 브뤼니는 모델로 일하면서 누드사진을 찍은 적도 있다. 이런 사람이 어찌 나라 어머니의 역할을 하겠는가! 실제로 그의 데이트 행각이 잡지, 유로뉴스 no comment란 등 여러 군데 소개된 이후로 사르코지의 지지율은 눈에 띄게 떨어졌다.

 

한국 언론에서는 이 동태를 보고 이런 멘트를 남기더라. "이처럼 사르코지 대통령과 브루니의 사생활이 시시콜콜 언론에 나오는 것에 대해 프랑스 국민 10명중 9명은 비판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고 조사됐습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신문지면과 온라인상에 대통령의 연애를 다룬 기사만 나오면 반응은 대단하다고 합니다"고. (http://search.pandora.tv/frame/outSearch.htm?ref=na&ch_userid=ytn_dolbal&id=11460718&keyword=%BB%E7%B8%A3%C4%DA%C1%F6+%B4%A9%B5%E5) '프랑스인, 당신들도 남 사생활에 관심갖는건 우리와 똑같군요'라고 하려는 말투다. 하지만 난 다르게 생각한다. 

 

지금까지 사르코지만큼 '평범한 사람'이 대통령이었던 적이 없었다. 물론 그는 우리 서민과는 달리 매우 사치스러운 삶을 살고 있다만...사르코지처럼 능력있고, 대통령까지 오른 사람조차도 자신들과 같은 행동을 하고 다니는게 신기하고 놀라운 것이리라. 결혼을 하고, 이혼을 하고, 재혼을 하고, 이혼을 당하고, 턱시도만 입고 다닐 줄 알았는데 청바지를 입고 말타고 낚시를 하지 않나, 햄버거를 먹고 <람보>를 시청하며, 파리 디즈니랜드에서 데이트를 즐기며, -서민들은 꿈만 꾸는-톱모델 출신의 긴 머리 여성과 해외로 데이트를 하고 다니는... 자신들과 별로 다를 바 없는모습에서, 깨야 될 꿈을 그가 꾸고 있는 것에 대해서 평범한 사람들은 동질감 내지는 대리만족을 느끼는 지도 모른다. 반면, 피플지의 톱뉴스 소재로 다뤄진다는건 그가 영화인이든 대통령이든 한 단계 낮은 수준으로 떨어진다는 걸 의미한다. 비판적일 수 밖에 없다. 대통령이 어디서 무슨 업무를 보았는가보다 -이건 저녁뉴스에서 다루고- 브루니와 어디로 놀러갔는가하는 소식이 -이건 잡지에서 다룬다- 더 많이 들리면 당연히 비판적일 수 밖에 없다. 일은 잘 하고 있는겐지? 각종 사회적인 문제가 일 때마다 사르코지가 직접 TV에 나와서 거의 매일같이 연설을 하는데, 국무총리는 뭐하는가? 꼭두각신가? 사실 대통령 역사상 사르코지만큼 사치스런 인물이 없었다.프랑스인들이 촉각을 곤두세우는건 이런 근심때문이다. '일부일처제에  반대'한다며 공공연한 발언을 하는 여성에게 금반지를 끼어주고 나타난 대통령의 연애행각에 반응이 대단한 이유는 바로 국가적 차원의 근심 때문인거다. 한국 언론은 옥소리씨 개인의 사생활에 대한 관심이나 끄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