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 전에 Saint Emilion(쌍떼밀리용)에 있는 포도주 샤또에 갔더랬지요. 더운 여름에 프랑스 여행으로 더위를 잊어보시라는 의미에서 사진을 몇 장 올려봅니다. (몇 해 전 것을, 장하다... 그걸 지금 올리냐?)
'쌍떼밀리용'하면 '와인 좀 안다'는 분들에겐 너무나 잘 알려져있을 겁니다. 프랑스 남서부, Aquitaine(아끼뗀)이란 지방에 위치해 있으며, 포도주 산지로 보르도만큼이나 세계적으로 유명하지요. 보르도나 쌍떼밀리용이나 그다지 멀지 않아요. 보르도에서 북동쪽으로 35km, 차로 1시간 정도밖에 안 걸리니까요.
쌍떼밀리옹은 포도주 애호가에게 뿐만 아니라 오래된 건축유산을 좋아하시는 분께도 흥미있을 겁니다. 지하 암석층을 뚫고 지어진 수 킬로미터에 이르는 지하건축물하며, 중세식 문화유산들로인해 이곳은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습니다. 오늘은 포도주 샤또 사진만 업합니다.
샤또(château)'란 성(영; palace)을 말하는데, 포도주 관련용어로 '샤또'라고 하면 포도를 모으고 짜서 포도주로 만들어 병에 담아서 출하하는 곳, 한 마디로 포도주 생산공장을 말합니다. 절대로 무식하게 공장이라고 부르지 않구요, 샤또라고 합니다. 불어에는 포도주와 관련된 전문용어들이 많아요.포도주 병에 보시면 대문짝만하게 어느 샤또인지 적혀나와요. 제가 이렇게 자세히 설명하는 이유는 저또한 프랑스에 오기 전까지는 '샤또'란 명칭에 대해서 문외한이었기 때문이에요. 자, 이 장면에서 그저께 재활용 쓰레기통에 쳐박혔던 빈 포도주 한 병 꺼내야겠군요.
샤또 갸보리아(chateau gaboriat)라고 큼지막하게 보이죠? 샤또의 이름은 보통 샤또 주인의 성씨를 따르는 경우가 많아요. 위와같은 포도주를 프랑스에서는 5유로 이하에 살 수 있어요. 5유로면 현재 환율이 많이 올라 (1유로=1580원) 약 8000원이네요.
같은 지역에서 포도를 만들어도 샤또에 따라서 포도를 따는 시기, 포도주 발효방법과 기간 등 제조법에 차이가 있기 때문에 샤또에 따라 맛이 다 다릅니다. 예를 들어 같은 연도에 제작된 보르도 포도주라해도 샤또에 따라 가격이 달라요. 아끼뗀 지방에 있는 어느 유명 샤또는 비밀유지 때문에 일반 지도에는 표기를 하지도 않는다고 해요.
아래 사진은 포도밭입니다. 요긴 상떼밀리용이 아니라 Cadillac(꺄디악)의 한 샤또 뒷편에 펼쳐진 포도밭에서 찍은 거에요. 꺄디악도 아뻴라시옹을 조금 아시는 분들은 '아하~' 하시던데. 보르도에서 고속도로타고 차로 약 1시간 가면 나옵니다.
위 두 사진은 꺄디악에 있는 샤또에서 찍은 사진이고, 아래 두 사진은 쌍떼밀리용에서 찍은 거에요. 저는 통역으로 내려갔던거라 중간중간에 사진 찍을 시간이 없었어요. 겨우 마지막 장면에서 시간이 좀 생기더라는.. 어쨌거나 샤또에 허락을 받고 포스팅하는게 아니라서 샤또명은 생략합니다. 상떼밀리용의 저 포도주 창고는 자연암벽을 파서 만들어진건데, 사진에 보이는 저런 더미가 수 십 개씩 널려있습니다. 발효가 진행 중인 것, 발효가 끝난 것 등 다 달라요. 샹떼밀리용에서 맛 본 포도주 중에 최고의 것은 탄산이 들어간 포도주였어요. 포도주는 포도주인데, 맛은 꼭 샴페인같아요. 이런 특수한 포도주는 탄산 기포를 자연발효를 통해 만들어내기 위해서 일정기간마다 한번씩 병을 살짝살짝 회전시켜야 한답니다. 발효균을 위해서 온도로 일정하게 맞춰야 하구요. 관리가 아주 엄격했어요. 삼복더위에 갔을 때도 저 안에는 닭살이 돋을 정도로 서늘했어요. 아래 세로 사진을 보시면 산적한 포도주 상자 위에 두터운 암벽이 확실하게 보일꺼에요. 디지탈사진 파일이 깨져서 좌우는 다 잘리고 저 이미지 겨우 살렸어요.
한여름이라 포도가 아직 파랗죠. 가을에 포도가 까맣게 익었을 무렵, Route de vin(루트 드 방)를 계획해보세요. vin은 포도주, 즉 '루트 드 방'이란 자동차로포도밭 사이로 난 길을 따라 가게끔 만든 포도주 여행이에요. 중간중간 샤또에 들러 시음도 할 수 있고, 저렴한 값에 최고품의 포도주를 살 수도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