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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ualités 시사

신종플루 VS 타질병으로 죽을 확률

한국의 신종플루 풍속도는 한 마디로 가관이다. 열도 없고 몸살기도 없어 독감 증상이라고는 보이지도 않는데 신종플루 감염여부를 신청하지 않나, 타미플루를 처방전없이도 살 수 있어 품귀가 되버리고 있는 현상이나, 신종플루는 커녕 일반독감에 걸린 것도 아닌 고교생이 병원에서 어떻게 타미플루를 타왔는지, 하여 한번도 써먹지 못한 타미플루를 온라인에서 판매하다 걸린 사건이라든지. 신종플루 자체의 위험성보다는 신종플루에 대한 '심리적 공포'가 대중을 사로잡고 있다.

돼지독감이 발생한 이후부터 2009년 8월말까지 프랑스에서는 5,000명이 감염되었고, 12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프랑스 대륙에서 2명, 나머지는 최대 사망자를 내고 있는 뉴칼레도니아(7명)를 비롯 프랑스령에서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 한국보다 높은 사망률이다. 이런 실정이지만 옆사람이 기침을 하거나 코를 훌쩍거리며 코를 푼다고 흠찍 놀라 경계하는 상황은 아니다. 나도 사실 우리 아이랑 같이 감기에 걸렸다가 나은 상황이지만 감기에 걸린 동안 주변에서 멀리 떨어져 앉는다거나 하는 일은 없었다. 오히려 오래 전, 터키와 홍콩에서 조류독감이 유행하던 시절, 길거리에 비둘기만 봐도 사람들이 경계하던 때, 편도선이 부어 목이 너무 아파 마스크를 쓰고 나간 일이 있었는데, '마스크 쓴 동양인 = 조류독감!!!'으로 여겼는 지 사람들이 자리를 내주며 피해다니더만. 쾌쾌한 찌린내로 전철 한 칸, 버스 하나를 가득 채우는 노숙자가 옆자리에 와앉아도 아무런 반응없이 자리를 피하지 않는 프랑스인들이 말이다. 이런 상황을 몇 번 접했는데, 조용히 창문을 여는 정도 외에는 쑥덕이지도 않고, '아유~ 냄새야!' 흉보지도 않고, 자리를 떠 멀리 가지도 않더라. 근데 조류독감이 한창일 당시, 마스크 쓴 동양인 앞에서는 훠이훠이 비켜나더란 말이지.

신종플루가 별것 아닌 것은 아니다. 일반독감보다 전염성이 몇 배 높은데, 돼지독감에 걸렸다 나은 사람들의 경험담을 읽어보면 그들과 같이 사는 가족들은 걸리지 않았었다고 하는 걸 보면 접촉하는대로 다 걸리는 백발백중의 전염병은 아닌 것 같다.

신종플루, '너 걸리면 죽~~~었어!'?? 그것도 아니다. 한국 총 감염자 4천명 중에 4명이 사망했다. 천 명 중 한 명꼴. 낮은 사망률이다. 미국 에이즈 환자 통계를 보면, 100명의 에이즈 감염자 중 3명만이 사망한다. 그에 비하면 신종플루는 에이즈보다도 훨씬 낮은 사망률인 것이다. 신종플루 감염자 천 명 중에 9백9십9명은 완치가 된다는 소리다 ! 그런데 무엇이 그렇게 두려워 덜덜 떠는가? 무엇이 두려워 독감의 의심도 없는 상황에서 테스트를 보러 가는가? 15만원이나 주고 받은 테스트에서 음성반응이 나왔다한들 올가을, 올겨울 내내 안 걸린다는 보증이 있는가? 왜들 그래 호들갑을 떠는가? 한국에서 신종플루로 4명이 사망했다. 그래서?!! 물론 인명은 하나라도 소중하다. 그 한 사람에 대한 기억을 공유하는 사람들의 슬픔은 어째 다 말로 표현하랴?

올해 돼지독감이 멕시코에서 나타나기 전까지 매년 겨울이면 겨울마다 독감으로 사망하는 수치가 얼마나 되는지 아나? 전세계적으로 한 해 2십5만명에서 5십만명이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독감으로 죽는 지 몰랐을게다. 사망자는 어디사는 몇 살이고, 어떤 질병을 앓고 있었으며, 독감에 걸린 지 며칠만에 사망했고, 체온은 몇 도 였더라 한 사람 한 사람 죽을 때마다 매스컴에서 자세하게 떠들어 댔다면 어땠을까? 12월, 1월 되서 '백신을 맞고도 사망한 사람이 있더라!'하면 그때가서 사람들은 또 어떤 패닉상태를 보일까? 

신종플루보다 더 빠른 속도로 죽어가는 사유들이 즐비하다. 근데 사람들은 신종플루만 피하면 목숨을 구할 것처럼 행동한다. 한 해 교통사고로 한국내 사망자는 5천8백명, 전세계에서 1백2십만명이다. 일반 독감 사망률에 비하면 낮은 수치지만 사람들이 1년에 5천8백명이나 교통사고로 죽어간다고 당장 차를 몰지 않겠다거나 자전거, 오토바이, 자동차 등 차라는 차는 안 타고 다니겠다는 사람은 하나도 없다. 교통사고로 죽은 사람들의 상세정보가 매일매일 언론을 타고 나오면 아마 교통사고 사망률이 급격하게 줄 지도 모르겠다는 상상을 해본다.


담배 관련 사망자는 전세계 4백만명이다. 올해말까지 550만명이 담배로 사망할꺼라고 예측한다고 보고가 있다. 전체 사망자 중 1명꼴이 담배로 인해 죽는다. 하루 담배 사망자는 전세계적으로 130여명. 신종플루는 그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해서 이 글을 읽으면서 담배 관련 사망자 수치에 경악해 담배를 내일 당장 끊겠다는 사람은 아마도 하나도 없을껄? '피고 싶은 담배 피다가 살만큼 살다가 죽지뭐~ 담배 펴도 장수하는 사람도 있드만' 하는 반응이 대다수가 아닐런지?
(담배의 해악에 대한 관련글> http://bktimes.net/detail.php?number=17305&thread=31r06 )

한국에서 알콜로 사망한 사람은 하루 평균 12.7명, 자해로 사망한 사람은 하루 평균 35명. 신종플루 사망자보다 훨씬 높은 수치들이다만 '살려면 당장 술을 끊어야겠어!'라는 사람 역시 하나도 없을껄?
(참고 자료> http://www.yeojufocus.co.kr/sub_read.html?uid=6251&section=sc1&)

전세계에서 5세 미만의 어린이가 하루에 2만5천명씩 죽는다 (2007년). 연간이 아니고 하루에!!!
오염된 물로 인해 발생하는 설사병 환자는 연간 2백만명, 그중 어린이는 하루에 5천명. 하루에!!!
(참고 자료> http://blog.daum.net/skyey/15858189?srchid=BR1http%3A%2F%2Fblog.daum.net%2Fskyey%2F15858189)

전세계 암 사망자 연간 712만명(2004) => 일반 독감 사망자의 14배
전세계 에이즈 사망자 연간 210만명 (2004). 이중 15세 미만의 어린이는 29만명 (13.9%) => 일반 독감 사망자의 4배
비만으로 사망하는 사람은 전세계적으로 연간 250만명 => 연간 독감 사망자의 5배를 넘는 수치
전세계적으로 운동 부족으로 사망하는 사람은 매년 190만명 => 역시 연간 독감 사망자의 4배

2004년 통계에 의하면 전세계 심장, 혈관 질환 사망자는 1천7백만명, 전염병 1천9십만명, 당뇨병 9십9만명. 다들 연간 독감 사망자보다 훨씬 많은 수치를 자랑(?)하지만 어느 하나 '정신차리고 지금부터라도 당장 당도가 높은 음식, 과식을 줄이고, 운동을 해야겠어!'하고 결심하는 사람은 역시 하나도 없을껄?

이 글을 쓰고 있고, 읽고 있는 이 순간에도 3초에 한 명씩 어린이가 기아로 죽어간다. 하루에 몇 명인지 계산해보면 무엇하리? 전세계 인구 중 17억은 비만이고, 10억은 기아에 시달리고 있다. 영양실조보다 영양과다인 사람이 훨씬 많음에도 전세계 식량공급은 불균등해서 기아도 비만도 다 같이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이 우습지 않은가? 한쪽에서는 체중과다로 죽고, 다른쪽에서는 못 먹어 죽고. 인간은 충분히 도울 수 있는데 돕지 않고 있다. 어느 누구도 이런 수치에 경악하지 않고, 뭔가 행동해야겠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왜? 나하고 상관없는 일이니까. 다른 나라 얘기니까. 하지만 신종플루는 다르거든. '내(!)'가 감염되어 '내(!)'가 죽을 수 있다는 거지.

우리 시어머님(프랑스인)의 신종플루 시나리오를 들어보면 이건 모 '죽음의 도시'에 가까운데,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다. 한국은 이미 충분히 패닉상태라서 그분의 시나리오는 언급하지 않기로 한다. 하지만 두려움 자체에 함몰되어 근심과 걱정 속에 살아갈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지금 한국 상황에서는 신종플루 자체가 가져오는 위험보다 '나도 걸리지 않을까? 걸리면 죽는거 아니냐?'는 신종플루에 대한 '두려움'이 사람들을 죽이고 있다. '아는게 병'이라고 알면 근심할 것이 아니라 아는 만큼 준비하고 대처해야 한다. 몸 자체의 면역력을 키우고, 잔병에 걸리지 않도록 조심하며, 눈이나 입에  손대지 말고, 예쁘다고 지나가는 애기나 아이들 절대 쓰다듬거나 뽀뽀하지 말며, 손씻기를 생활화하고, 몸을 청결하고 따뜻하게 유지하며, 환절기와 겨울철 실내 적정 온도와 습도를 유지하고, 감기든 독감이든 병에 걸린 사람은 주위 사람들에게 옮기지 않으려는 배려를 보일 것이며, 열이 오를 경우를 대비해서 해열제를 상비하고, 임산부는 임신 중에도 복용할 수 있는 해열제를, 영유아들은 시럽이나 좌약으로 된 해열제를 준비하세요. 독감이든 신종플루든 열이 있으면 먼저 열부터 낮춰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거... 어떤 상황이 닥치더라도 담담한 마음으로 차분하게들 대처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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