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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ualités 시사

신종플루 검사, 왜 하려구?

신종플루에 걸렸는지 아닌지 알고 싶다는 환자들의 검사신청이 밀려있다지요. 검사에 들어가는 돈이 20만원, 검사해서 신종플루가 아닌 경우는 보험으로 환불도 안된다지요. 신종플루에 걸렸느냐 아니냐가 왜 중요하다고 생각하십니까? 돈이 얼마가 들어가든간에 왜 자신이 유행하는 신종플루에 걸렸는지 아닌지의 단순한 '의심'을 확인해야 한다고 생각하세요? 게다가 20만원이라는 거금을 주고! 무엇보다 신종플루 아니라고 확인도장 받는다고해서 내년 봄까지 독감에 안 걸릴꺼라는 보증서도 아니잖습니까?

테스트에서 음성반응이 나오면 검사비 20만원이 환불이 안 된다구요. 그런 경우는 보험제도가 탄탄한 프랑스에서도 환불 안해주기는 마찬가집니다. 여기는 신종플루인지 아닌 지 '의심'만으로 확진을 요구해오는 신청자가 있다는 얘기는 온라인에서도 오프라인에서도 들어보질 못 했습니다. 하지만 다른 예로, 프랑스는 임산부가 통증이 와 앰블런스가 아닌 일반택시를 잡아타고 병원에 가도 택시비가 보험으로 100% 환불이 됩니다. 근데 그 통증이 출산으로 이어지지 않은 경우는 환불이 되지 않습니다. 저도 임신 말기에 택시 잡아타고 병원에 여섯 번인가 갔는데, 그때마다 '다음에 다시 오라'고 해서 환불 한번 못 받았습니다. 그래서 버스 타고 집에 돌아온 적이 여러 번. ㅠㅠ

신종플루(A/H1N1)란 무엇인가?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 신종플루인지 아닌지 확인하는 검사를 왜 하려고 합니까? 신종플루는 A형독감의 일종이에요. 그래서 A/H1N1 바이러스라고 부릅니다. 조류독감 역시 A형 독감입니다. 정확히는 A/H5N1 바이러스라고 부릅니다. 차이점은, 조류독감이 조류-조류에게서 뿐만이 아니라 조류에서 직접 사람에게로 옮겨지며 사람-사람간에는 전염이 되지 않는 반면에, 돼지독감(A/H1N1)은 돼지에게나 감염이 되던 A형독감이 변이를 일으켜서 사람-사람간에 전염이 되기 때문에 큰 이슈를 불러오고 있는 겁니다. 돼지에게서나 볼 수 있는 A형독감이었기 때문에 '돼지독감'이라고 불리는데, 한국에서만 양돈업체에 피해를 불러일으킬까봐 안 쓰는 지 몰라도, 영어권이든 불어권이든 아직도 '돼지독감(영:swine flu, 불:grippe porcine)'이란 단어가 아무런 문제없이 쓰이고 있습니다. 독감에 걸렸는지 아닌지, 감기인지 독감인지는 바로 본인이 압니다. 기존의 독감인지 A/H1N1인지는 더 자세한 정말검사를 통해 나타나구요. 프랑스의 경우도 돼지독감에 걸렸다고 추정되면 큰 병원 말고 동네 일반의를 보러가라고 권고합니다. 큰 병원은 만 1살 미만의 신생아만 받는다고 되어있어요.

타미플루
타미플루는 신종플루가 생겨나기 전부터 A형독감과 B형독감에 처방되었던 약입니다. 신종플루에만 먹히는 특효약이 아니라는 소립니다. 신종플루가 아닌 다른 유형의 A형독감에 걸렸다면 마찬가지로 타미플루를 처방합니다. A/H1N1으로부터 바이러스가 변이(mutation)을 일으켜 발전할 가능성도 충분히 있습니다. 그런 경우, A/H1N1의 백신은 먹히지 않아요. 백신 맞고 독감에 안 걸릴 확률은 70%라죠. 즉 30%는 독감에 그래도 걸릴 확률이 있다는 소리. 또한, 일반 감기증상에 타미플루를 써봤자 약에 대한 내성만 높여 나중에 진짜로 A형독감에 걸렸을 때 복용하면 약이 듣지를 않습니다. 11월에 감기에 걸려 타미플루 사다 먹었는데, 1월들어 진짜로 A/H1N1에 걸리게 되면 그때는 정말 어쩌시렵니까? 약도 안 듣고. 아파서 의사를 봤을 때, A형독감으로 진찰이 나면 의사가 약을 처방해줄텐데 타미플루를 왜 미리 사두고 쌓아둡니까?

왜 A/H1N1바이러스가 기존의 A형독감보다 무섭게시리 '공포를 조장'하느냐구요? 여러 언론들이 하나같이 지나치게 필요이상으로 떠드는 것도 문제는 있습니다. 공포감을 조장하는 측도 문제지만, 문제를 바로 보지못하고 이래저래 휩쓸려 남들이 하는대로 따라하는 건 문제의 성향이 좀더 심각하고 크다고 봅니다. 신종플루는 기존의 독감보다 더 무서운 질병이 아닙니다. 기존 독감보다 치사율이 더 높은 게 아니니까요, 전혀! 신종플루 이전에도 일반 독감으로 겨울철이면 철마다 독감으로 죽어나가는 환자가 세계적으로 몇 십 만명이에요. 프랑스는 올겨울 독감, 그니까 A/H1N1으로 사망할 환자가 2~3만명이 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신종플루에 대비하기 위한 자료이지 신종플루로인한 공포로 몰아넣기 위한 자료가 아니에요. 지금까지 프랑스는 본토와 프랑스령 합쳐 총 12명이 신종플루로 사망했고, 전세계적으로 1,500명이 사망했습니다. 일반독감의 한 해 사망자 2십5만에서 5십만명에 비해 아직은 매우 낮은 수치라는 설명은 하나마나 사족.

2십5만에서 5십만명의 독감 사망자는 백신이 나와있었을 때도(!) 그렇게 많은 사망자가 나왔다는 말입니다. 사망자의 대부분은 중증환자나 소아, 노인 등 평소에 면역체계가 약했던 사람들입니다. A형독감 사망환자들은 대개 폐관련 질환으로 발전되어 사망했지요. 독감의 특성이 이렇습니다. 신종플루가 특별난 질병이 아니라구요. 지난 번 글에서도 말씀드렸다시피 4천명 중에 4명이 사망했다면, 1천명 중 9백9십9명은 치료되어 살아납니다! 뭐가 무서워 지레짐작 '이거 신종플루 아냐?' 싶어 비싼 돈 주고 검사를 받으러 간답니까?

반면에, 돼지독감에 눈깜짝 안 하고 대비도 안 하는 사람은 정말 대책없더군요. 그저께 어느 가게에서 줄을 서있는데, 제 뒤에서 노인 몇 분의 대화를 듣게 되었지요. '라헤위니용에 간다'시는 거에요. 라헤위니용(La Reunion)은 프랑스령의 섬으로 내륙사람들이 휴가철에 가는 장소 중에 하나입니다. 남 대화하는거 귀에 들려도 안 들은 척~하는데 바로 그날 아침에 읽은 기사에 의하면 그 섬 인구 중 5만명, 자그마치 그 섬 전체 인구 중 10%가 신종플루에 감염되었다는 기사를 바로 그 날 아침에 읽은 터라 끼여들였지요. ' 그 섬에 지금 안 가시는 게 좋을텐데요. 돼지독감  감염자가 많데요.' 했더니 노인네 왈, '올겨울이면 신종플루가 끝나잖아' (정말 몰라도 한참 정보가 부족하시는구나) 싶어 한 마디 더, '그 반대죠, 신종플루 바이러스는 이제 시작이에요.' 옆에 있는 60대로 보이는 아주머니? 노인? 왈, '그게 문젠가, 문제는 돈이지' 가고 싶어도 돈이 없어서 못 간다는 뜻으로 한 말인데, 그렇게 대응을 하니 나는 등을 돌리고 내 볼 일만 봤다. 면역체도 약하고 백신 맞을 틈도 없을텐데 그 노인네 올연말에 제삿상을 받든 말든 더 이상 내 소관아녀... 카산드라가 지나가도 귀닫고 안 들으면 도루묵.

자, 그럼, A/H1N1바이러스가 기존의 A형독감보다 미디어에 더 많이 소개되고 '유명세'를 타는 이유가 뭘까?
가장 첫째 이유는, 돼지에서나 감염이 되던 바이러스가 사람에게 전이되어 사람과 사람사이에서 전염이 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둘째,
초기에 멕시코에서 A/H1N1이 발견되었던 당시, 감염자들은 면역체가 약한 어린이거나 보건시스템과 의료혜택이 미비했던 지역에 살고 있었던 탓에 빠른 의료처치를 받지 못했습니다. 그렇게 사망자가 급속하게 늘면서 사람들은 '이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바로 죽는가보다'라고 여기고 두려워하게 된거죠. 당시에 한 에어프랑스 기장은 멕시코 공항에 착륙하기를 거부할 정도였습니다.
세째, A/H1N1바이러스는 기존의 독감보다 전염속도가 3배 빠릅니다. 치사율은 기존 독감과 같은데도 전염속도가 배로 빠르다면 사망자가 배로 늘겠지요. 다시 한번 말하지만, 돼지독감은 치사율이 높은 바이러스가 아니라 전염성이 강한 바이러스입니다.
네째, 기존에는 독감이 유행하기 전에 독감백신이 개발되어 있었고, 백신을 맞을 시간이 있었습니다. 근데 신종플루는 기존의 백신이 먹혀들지 않는 상태에서 바이러스가 퍼지고 있습니다. 지금 백신이 개발은 됐습니다만 시중에 돌려면 아직도 한 달은 기다려야 합니다. 기온이 떨어지고 건조하면 독감 바이러스가 활개를 치는데, 백신의 대중화가 독감 바이러스가 활개칠 시기와 맞물려 돌아가게 생긴 판이지요. 백신은 면역체계가 약한 영유아, 소아, 태아를 품은 임산부, 노인이 1차대상자입니다. 전국민에게 백신을 맞춘다는 나라가 있는데, 한국과 비교해가며 '우리나라는 왜 그지같은거야?' 좌절감 느끼지 마십시요. 전국민에게 백신 투여하는 나라는 아주 극소수입니다.

프랑스는 지난 주부터 새 학기가 시작했는데, 신종플루 감염자가 다수 나타난 유아원은 문을 잠정적으로 닫고, 한 학급의 1/3이 신종플루에 감염된 초등학교, 중고등학교는 해당 학급을 1주일 또는 한 달 폐쇄시키고 있습니다. 아이들을 유아원에 맡기지 못하거나 학교에 보내지 못하면 부모가 둘 다 일하는 경우, 부모 중 하나는 역시 회사에 휴가를 요청하고 집에서 아이를 돌봐야하는 도미노현상이 일게 되겠지요.

다시 말씀드리지만 면역체계가 약해지지 않도록 몸관리를 잘 하고, 손을 자주 씻고, 예방대책을 충실히 지키세요. '신종플루'라고 공포감에 휘싸이거나 지레 두려워할 필요는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