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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logie 친환경

Bio와 Ecolo

'자연주의'에 관심을 갖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먹거리에 관심이 있다. '뭐가 몸에 좋다더라, 뭐가 몸에 안 좋다더라'부터 '어떻게 안전하게 먹을 것이냐'까지. 이걸 불어로 'bio'하는데 우리말로 뭐라고 해야할 지 모르겠다.

1. '유기농'이라고 할 수는 없다.

왜냐면 유기농은 농약을 쓰지 않고 생산한 농업생산물에 한정되는 반면, bio는 농업 뿐만 아니라 축산업 및 2차 가공식품까지 해당되기 때문이다.

2. '무농약'이라고도 할 수 없다.

왜냐면 첫째, '무농약'이란 식물에만 한정되기 때문이고, 둘째, 식물이라 하더라도 농약만 안 뿌린다고 안전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유전자조작을 했거나, 화학비료로 키울 수도 있기 때문이다.

3. '무공해'라고도 할 수 없다.

'무공해'라고 하면 식물과 동물을 포괄할 수 있으니 제일 나은데 그렇다고 'no pollution'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무공해'는 동식물에게보다는 페인트나 식기 등 무생물인 공산품에 적합한 단어다.

4. '자연산'도 적당하지 않다.

사람의 손을 거쳐 재배한 -그러니까 인공의- 식물과 가축을 자연산이라고 할 수는 없지 않는가? 양식연어도 bio일 수 있는 것이고, 고기를 얻어내는 '가축'이란 말 자체가 자연산이 아니라는 의미잖은가. 자연산이라고 해서 bio인지 아닌지는 불문명하다. 어디서 뭘 먹고 살아왔는 지 모르기 때문에.


하여, 결국 난 bio라는 단어를 쓰기로 한다. bio제품이란 식물인 경우, 농약을 치지 않고, 화학비료를 쓰지 않으며, 유전자조작을 하지 않고, 오염되지 않은 환경에서 키운 농업생산물을 말한다. 고기인 경우, 공해에 오염되지 않는 장소에서, bio 농산물을 사료로 주고, 항생제나 성장촉진 호르몬을 맞추지 않고, 들판에 풀어놓고 키운 가축을 잡은 걸 말한다. 1차가공식품인 경우, 화학첨가물을 쓰지않고 95%이상이 bio 여야하며, bio가 아닌 재료를 5% 내로 썼다면 '그 재료를 bio로는 구할 수 없다'는 증명을 해야한다. 공산품인 경우, 인체에 해로운 재료를 첨가하지 않고, 다시 말해서 인체에 해로운 물질을 발산하지 않고, 버려졌을 때 자연에서 생분해되거나 재활용되는 제품을 말한다. AB, Ecocert 등 bio(영어로는 '바이오', 불어로는 '비오')를 인증하는 마크들이 유럽에는 여럿 있다.

안전한 먹거리를 먹기 위해 혈안이 된 사람들에 앞서 한걸음 더 나아가면 친환경으로 살려는 이들을 만나는데 이들을 불어로 'ecolo'(에꼴로)라고 한다. ecologiste (친환경주의자), ecologique(친환경적인)을 줄여 부르는 말이다. 이들이 까다롭게 여기는 소비대상은 먹거리뿐만이 아니라 생활전반은 물론 환경분야에까지 걸쳐있다. 유기농산물을 먹는다고해서 친환경으로 사는 것은 아니지만 친환경으로 사는 이들은 유기농산물을 선호한다. 왜냐하면 유기농산물이 단지 몸에 좋기 때문만이 아니라 자연친화적이기 때문이고, 이 지구를 온전하고 깨끗하게 후세까지 물려줄 수 있는 길이기 때문이다.

유기농산물을 구매하는 애기엄마를 'maman bio'(마멍 비오)라고 한다면 친환경으로 사는 애기엄마를 'maman ecolo'(마멍 에꼴로)라고 한다. '마멍 비오'는 먹거리에는 민감하지만 종이기저귀를 쓰고, 비닐봉지를 쓰며, 독성화학물질로 된 세제로 청소를 한다. 오로지 자기 입에 들어가는 것에만 민감하다. 하지만 '마멍 에꼴로'는 자신의 행동이 자연에 어떤 결과를 일으킬 지를 고려해서 면기저귀를 쓰고, 종이봉지나 장바구니를 쓰고, 친환경세제로 청소를 한다. 이 글을 쓰는 나는 '마멍 에꼴로'이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은? 나는 지금부터 긴 싸움을 위해 길어질 글을 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