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isPhoto 사진페어에서 생긴 일이다. 뉴욕에서 온 갤러리를 둘러보고 있을 때였는데, 한 프랑스 여인이 책을 사고 싶은데 갤러리스트와 대화가 안되고 있는 거였다. 프랑스 여인은 영어를 한 마디도 못하고, 갤러리스트는 불어를 한 마디도 알아듣지 못하는 상황. 옆에서 통역을 해줬다.
프랑스인: 이 책, 불어판으로 있나요?
미국인 : 네, 있어요. 작가의 사인도 들어 있어요.
프랑스인: 카드로 결제할 수 있나요?
미국인: 아뇨. 현금만 받아요.
프랑스인: (돈을 지불하는 동안) 이 작가 나이가 어떻게 되나요?
미국인: 77살이에요.
프랑스인: 책을 이따가 와서 찾아가도 될까요?
미국인: ok, ok.
하길래 난 미국인이 알아들었는 줄 알았다. 근데 책을 프랑스인에게 내밀고 있는거다.
다시 통역에 들어갔다.
미국인: 그러세요. 영수증을 제게 다시 주세요.
전혀 어려운 대화가 아니었기 때문에영어든 불어든 내가 통역한 문장은 완벽했으며, 하긴 아주 쉬운 대화였음에도 불구하고 둘은 의사소통을 전혀 하지 못하고 있었다는게 중요한거지, 불어든 영어든 내 발음은 현지인의 발음과 구분이 안 갈 정도다.그리고 둘로부터 감사하다는 인사를 들었다. 갤러리스트가 '파리에 사느냐?'고 물었다. 그렇다고 답하고는 갤러리스트에게 제안했다. ParisPhoto 기간동안 나를 고용하는게 어떠냐고. 갤러리스트가 미소지었다. 농담이 아니라 진담이라고, 원한다면 내년을 위해서 내 전화번호를 주겠다고 하자 갤러리스트가 주저하지 않고 정색을 하며 이렇게 답하더군.
"I prefer hire a French." (프랑스인을 고용하겠어요)
그 갤러리스트가 프랑스 고용법에 따른 사업을 하는 자였다면 '인종에 따른 고용차별'로 신고를 했어도 가능했을 것.프랑스 국적을 따고 싶을 때가 이런 때다. "저 프랑스인인데요"하고 여권을 보여준다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그래도 마찬가지로 거절을 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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