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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브'와 '허브차', 제대로 알고나서 씁시다

Daum 파워에디터

허브(herb)란 단어가 한국에서는 계급이 상승되서 '서양에서 향료나 약으로 쓰기 위해 키우는 식물'이라고 정의되는데 (자료: 다음 백과사전, http://enc.daum.net/dic100/contents.do?query1=10XXX44794), 실제로 알파벳을 쓰는 나라에서 '허브' (영:herb, 불:herbe, 에흐브)'라고하면 향이 있든 없든간에 잡풀을 포함해서 모든 종류의 풀을 가리킵니다.

'향료나 약으로 쓰기 위해 키우는 식물'은 옳은 정의가 아닙니다. 향료나 약으로 쓴다해도 그 식물군에서 나무는 제외되거든요. 더불어, '키우는 식물' 뿐만 아니라 '자생하는 풀'도 포함해야 합니다. 다음 백과사전이 참조하고 있는 사이트를 클릭해 들어가보면 (http://dictionary.reference.com/browse/herb) herb의 1차 정의는 'a flowering plant whose stem above ground does not become woody.' '꽃을 피우는 식물로, 땅에서 나온 줄기가 나무처럼 단단하게 되지 않는 것'이라고 적혀있습니다. (번역: elysee)

Daum 파워에디터

2차 정의로 'such a plant when valued for its medicinal properties, flavor, scent, or the like.' 약효, 맛, 향 등의 가치를 지니는 식물. (번역: elysee)

3차 정의로 'Often, the herb. Slang. marijuana. ' (속어) 마리화나.(번역: elysee)

herb가 실제로 어떤 의미로 쓰이는 지 보기위해서 실례를 들어보겠습니다. 영어보다 불어가 익숙해서 불어의 예를 들께요.

herbe seche 하면 '마른 풀', 즉 '건초'라는 뜻이고,

직역하면 '나쁜 풀'이란 뜻의 mauvaise herbe는 '잡초'를 말하고,

herbes medicinales 하면 약이 되는 '약초'를 말하고,

donner l'herbe aux cheveux 하면 '말들에게 풀을 주다'는 뜻이고,

"Le dejeuner sur l'herbe"는 모네의 그 유명한 그림 <풀밭 위의 점심식사>의 원제입니다. (아래 그림 참고) 잔디씨를 심어서 가꾼 '잔디'라는 단어는 따로 있고, herbe하면 자연상태에서 자란 풀밭을 말합니다. 일반적인 풀들을 총괄해서 말해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Daum 파워에디터

에드와르 모네, 1862~1863

캔버스에 유채

208 x 264.5 cm

파리, 오르세 박물관

 

지금 저들은 파슬리, 세지, 로즈마리, 타임 등 향긋한 풀 위에 앉아있는게 아닙니다. 잡풀이 마구 난 그냥 풀밭(herbe)에 앉아있는거에요. 이쯤되면 herb(e)가 바질, 파슬리, 타임, 로즈마리, 라벤더, 박하 등 한국에 알려진 고급스런 향기있는 식물만을 의미하는게 아니라는 걸 아시겠지요? 그냥 푸르른 풀입니다. 따라서 서양의 레시피를 보면 뭉뚱그려서 '허브를 넣는다'고 하는 대목은 한 줄도 없습니다. 요리책에 'herb(풀)를 넣어라'하면 서양인들은 '대체 무슨 풀을 뜯어넣으란 말이냐고요? 내가 소나 말이냐고요?'하고 생각할 겁니다. 대신에 '타임 한 다발과 월계수 한 장을 넣는다' '파슬리를 곱게 다져 넣는다' 등 어떤 풀을 넣는지 구체적으로 꼭 집어서 얘기합니다.

그럼, 바질, 파슬리, 타임, 로즈마리, 라벤더, 박하 등을 서양에서는 '허브'라는 통칭으로 부르지 않는다면 이들을 묶어서 뭐라고 부를까요? 프랑스에서는 plantes aromatiques, 영어로는 aromatic plants라고 부릅니다. '향이 나는 식물'이란 뜻이에요.

우리가 원래의 의미와는 조금 다르게 쓰는 있는 외래어 '허브'에 대한 정의가 제대로 이해가 되셨다면 '한국에도 한국 허브가 있다'는 말이 뭔지 눈치를 채셨을 겁니다. 풀없는 나라가 있을라고요? 한국에서 '향료나 약으로 쓰기 위해 키우는 식물'은? 산에 들에 피는 뜯어먹을 수 있는 풀들, 한국에는 엄청나게 많습니다. 한국을 비롯해서 동양은 날로 먹는 풀이 참 많아요. 한약에서 약재로 쓰는건 대부분이 식물인데, 그것들이 다 허브는 아니죠. 예를 들어, 계피는 계피나무에서 얻어진 것이니 허브(풀)가 아닙니다.

요리에 향을 내기 위해 첨가하는 풀들이 뭐가 있을까요? 화사~한 향을 풍기는 풀들, 깻잎, 냉이, 미나리, 쑥갓 등이 있겠지요. 이것들이 한 줌 들어가고 안 들어가고의 차이는 맛이 180도 달라집니다. 얼큰한 해물탕이 그리우면 여기서 가끔 해먹는데, 미나리와 쑥갓을 구할 수가 없어서 늘 뭔가 2% 부족한 맛이 납니다. 쓸씁한 풀을 구한다고 샐러리를 미나리 대신 넣어보기도 하는데, 안 넣은 것보다는 국물맛이 조금 낫지만 해물탕 속에서 샐러리를 건져서 먹기에는 좀 역겨워요. --;

하지만 깻잎, 냉이, 미나리 등을 '향신용 풀'이라고 부르기는 꺼려집니다. 왜? 향신용 뿐만 아니라 깻잎장아찌, 냉이나물, 미나리무침 등 그 자체로도 요리가 되기 때문에요. 쑥갓과 산초는 '향신료 풀'이라고 부를 수 있겠네요. 서양요리에 반찬 개념이 없듯이, 한국요리에 향신료 풀이란 개념은 찾기 애매하네요. 서양이랑 달라서 동양에선 워낙 풀이란 풀은 거의 다 먹잖아요. 그래서 동양여인들이 날씬해요. ^^

한국에서 '허브차'라 불려 팔리는 것들 있지요? '허브'가 뭔지 제대로 알고나니 '허브차'라 불리는 것들이 꼭 캐모마일, 박하 등을 우린 차가 아니라는 것쯤은 아셨을 겁니다. 위키페디아에 수록된 '허브차(herbal tea)'의 정의를 보면,

An herbal tea, tisane, or ptisan is an herbal infusion made from anything other than the leaves of the tea bush (Camellia sinensis), which originates from both China and the Middle East.

'허브차, 티잔, 또는 프티잔이란, 약용식물을 우린 물로, 차의 잎뿐만 아니라 다른 어떤 부위로 우린 물을 포함하며, 허브차는 중국과 중동지방에서 유래한다' 라고 되어 있습니다. (번역: elysee) 다시 말해서, 허브차는 통상적으로 우리가 알듯 서양에서 온 차가 아니라 동양에서 유래되었답니다. 아하~!!!

우리는 녹차도 '차', 인삼차도 '차'라고 부르지만 서양에는 뭘로 우렸느냐에 따라 tea(티)냐 tisane(티잔, 즉  herbal tea 허브차)이냐로 구분지어 부릅니다. tea는 찻잎으로 우린 것만을 말하구요, 흰 차, 녹차, 홍차, 세 가지가 있습니다. tisane은 기타 부위, 그러니까 꽃, 뿌리, 줄기, 열매 등을 우린 물을 말해요. tea에는 대게 각성작용을 하는 '테인' 성분이 들어있는 걸 말하고, tisane은 각성작용이 없지요. 자기 전에 따끈하게 차로 몸을 덥히고 자고 싶을 때 tea를 마시는게 아니라 tisane을 마시죠.


허브차 찾으러 수입상가까지 가실 필요가 없습니다. 한국에는 허벌티가 허벌나게 많거든요. 아주 가까운 곳에 있어요. 인삼차도 허브차구요, 오미자차도 허브차구요, 대추차도 허브차구요, 매실차도 허브차구요, 중국의 쟈스민차, 일본의 현미차 등 모두가 다 허브차입니다. 몸에 좋은 허브차 많이 드세요. 야밤에 잠이 깨서 매실차 한 잔 마시고 쓰기 시작한 글, 이제 마치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