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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ualités 시사

한국사회의 만연한 문제점: '작은 연못'

Daum 파워에디터1. 서론

한국에 있을 때 느꼈던 내 나라에 대한 우월감과 열등감, 타국에서 여행이 아닌 생활을 하면서 내 나라 한국과 내가 사는 나라 프랑스의 시스템과 문화의 차이를 수도 없이 비교하고 저울질 했었다. 서유럽 땅에서 한국을 본 지 어언 10년이 다 되가는 지금, 한국을 한국적 시각과 프랑스적 시각으로 동시에 보며 한 발 앞으로 나가서도 보고, 뒤로 한 발 물러나서 보게 되는 시각을 갖게 된 것 같다. 더군다나 (예상치 못하게) 결혼도 하게되고 아이를 낳아 내 손으로 키우며 인간의 변화와 성장을 가까이서 지켜보니 환경과 인간, 세상을 보는 눈도 넓어지게 되더라. 초죽음 상태에까지 이르러 신생아를 품에 안아본 이 세상의 모든 어머니는 느꼈을 것이다. 우리의 삶은 여기서 당장 끝나는 것이 아니라 미래로 확장되(어야하)며, 그 미래는 현재보다 나은 미래가 되어야 한다는 절절한 소망을.

10년 간, 내 주변에 수많은 일과 변화가 일어났지만 한순간도 머리 속을 떠나지 않는건 내 나라, 한국에 대한 걱정과 고민이었다. 정 많고 인심 많은 한국이 그리워지다가도 한국에서 들려오는 소름이 돋는 뉴스를 들으면 '대체 한국사회는 무엇이 어디부터 잘못된 것일까?'라는 질문에 머리를 도리질한다. 날치기 법안으로 몸싸움하는 국회도, 인권이 없는 나라라고 밖에는 볼 수 없는 민주시위에 대한 강경진압도, 국민은 아랑곳없이 외국에 머리 조아리며 나라를 팔아먹는 짓이나 다름없는 행위를 뻔뻔하고 공공연하게 하는 나라 대통령도, 홧김에 국보1호 남대문을 태우고 황산을 얼굴에 붓는 상상을 초월하는 행동도,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부터 영재교육에 떠밀려 다니는 영유아들도, 모두가 하나같이 '남'을 탓하거나 행동보다 말이 앞서는 이들, 그것도 건전한 비판과 조언이 아닌 육두문자와 인신공격이 난무하는 풍토를 멀리서 보고 있노라면 그 모든 것들은 각각 개별적인 것이 아니라 서로 크게 다르지 않다는 걸 발견한다. 왜 그럴까? 왜 그럴까! 

한국에서 들려오는 소식들은 때로 상상을 초월한다. 내가 우려하는 건, 심각성의 수위가 높은 사건들에 면역이 되어 그 심각성을 느끼지 못하게 되는 중독상태에 이르게 되지는 않을까? 하는 것이다. 한 예로, 날치기 법안으로 개판오분전이 되버려 국제적으로 생중계된 한국의 국회 상황에 대해 대통령이란 자가 공식적으로 하는 말이 바로 그것이다. "그 법이 통과되길 기다릴 시간이 없었다. 이해해달라." 이게 민주주의 국가의 대통령이 할 수 있는 말인가?! 한편, 이 개판오분전 날치기 법안 통과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 심각하다고 답한 이들이 50% 안팎 밖에 안됐다는 거, 이십 몇 퍼센튼가는 '심각하지 않다'고 답했다는게 나로선 이해가 되질 않는다. 그들은 대체 무엇에 익숙해져 있는 것일까? 한국이 더 나은 미래를 진정 꿈꾼다면 무엇이 어떻게 바뀌어야 할까? 그 '무엇'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기로 한다. 오랜 시간동안의 관찰과 고민, 한국에 만연된 뿌리깊은 사회문제, 그 하나하나를 짚어보기로 한다. 이 글은 논리적이기 보다 직관적인 글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랑스에서 습듭된 데카르트적 사고방식이 반영된 글이 될 것이다. 

마치 한국사회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서 내가 가끔 읊조리는 노래가 하나 있다. 그 노래와 함께 긴 서론을 마칠까 한다. 누구나 따라부르기 아주 쉬운 멜로디에 물고기, 오솔길, 산, 꽃사슴 등 동화적인 풍경이다. 그 안에서 공생할 것인가, 아니면 다 함께 죽을 것인가, 당신은 무엇을 택하겠는가? 타인을 밟아죽이고 당신 하나만은 살겠다고? 아래 노래 가사에 담긴 아주 간단한 메타포를 들여다보자.


깊은산 오솔길 옆 자그마한 연못엔 지금은 더러운 물만 고이고 아무 것도 살지 않지만 
먼 옛날 이 연못엔 예쁜 붕어 두 마리 살고 있었다고 전해지지요. 깊은 산 작은 연못. 
어느 맑은 여름날 연못 속에 붕어 두 마리 서로 싸워 한 마리는 물 위에 떠오르고 
여린 살이 썩어들어가 물도 따라 썩어 들어가 연못 속에선 아무 것도 살 수 없게 되었죠. 
깊은산 오솔길 옆 자그마한 연못엔 지금은 더러운 물만 고이고 아무 것도 살지 않죠

푸르던 나뭇잎이 한 잎 두 잎 떨어져 연못 위에 작은배 띄우다가 물 속 깊이 가라 앉으면 
집 잃은 꽃사슴이 산 속을 헤매다가 연못을 찾아와 물을 마시고 살며시 잠들게 되죠. 
해는 서산에 지고 저녁 산은 고요한데 산허리로 무당벌레 하나 휘윅 지나간 후에 
검은 물만 고인 채 한없는 세월 속을 말없이 몸짓으로 헤매다 수많은 계절을 맞죠. 
깊은 산 오솔길 옆 자그마한 연못엔 지금은 더러운 물만 고이고 아무 것도 살지 않죠.


                                                                                  '작은 연못', 김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