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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logie 친환경

프랑스 생협 실무자와의 인터뷰 - 귀농통문 연재 마지막 회

프랑스의 유기농시장은 매년 평균 12~15% 성장하고 있으며, 프랑스인의 4분의 1이 유기농산물을 정기적으로 섭취하고 있다. 유기농 직거래시장, 유기농산물 생산자, 유기농 소비자에 이어 오늘은 프랑스 유기농시장 연재의 마지막 편으로 유기농 중간판매자와의 인터뷰를 다룬다. 개장한 지 3년이 되는 프랑스 생협 비오콥(Biocoop)’ 실무자를 찾아 이야기를 나눴다.

 

 : 비오콥은 어느 나라에서 언제 생겨났나요 ?

마리-로르 : 비오콥은 프랑스에만 있어요. 20~25년 전에 브르타뉴 지방에서 시작했어요.

 

각 비오콥마다 개별명을 지을 수 있으며 개별적으로 운영한다. 이곳의 이름은 '그린디'

생협 실무자 마리-로르가 매장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 어쩌다 유기농 식료품 일을 하게 되셨고, 생협에서 일한다는건 당신에게 어떤 의미가 있나요 ?  

마리-로르 : 제가 유기농을 처음 접한건, 15살인가 16살 때, 아틀리에에서 유기농산물로 요리하는 수업이 있었어요.

지금은 유기농산물을 거래하는 일을 하고 있는데, 제겐 무척 의미있는 일이에요. 먹거리를 분배하는건 다른 일반 상거래와는 달리 매우 소중한 일이에요. 사람을 먹인다는거, 매우 기본적인 거잖아요. 사회가 변하면서 음식물은 아이폰, 평면스크린, 자동차 등을 사는 것처럼 흔한 소비품목이 되었어요. 너무나 흔해서 의미가 없는 음식물, 하지만 음식물은 가장 기본적인 소비품이에요.

유기농산물은 건강 외에도 미래 세대를 위한 친환경적인 약속이에요. , 공기, 물을 보전하고, 이 지구에서 우리가 지속적으로 살아갈 수 있게 하죠.

그리고 또 생협에서의 근무는 다른 분야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가치가 있어요. ‘나눔말이에요. 모두의 월급이 동일하고, 바라보는 입장이 아니라 참여하는 입장에서 협력하는 기쁨의 장이에요. 소비자들은 건강 때문에 유기농산물을 사러오지만 우리가 이 가게를 연 이유는 건강 때문이 아니에요. 우리는 참여적인 친환경주의자 랍니다.

 

 : 직원은 어떻게 뽑았나요 ? 아는 사람을 통해서 아니면 공고를 통해서 ?

마리-로르 : 아는 사람을 고용하지는 않았어요. 개장하기 전에 이 가게 앞에 또는 다른 비오콥에 공고문을 붙였어요. 비오콥 사이트에도 공고를 냈구요. 직원들의 프로필이 다양해요. 제일 젊은 직원은 BTS( : 고등학교를 마친 뒤 2년 짜리의 고등기술자격 과정) 학생으로 이틀은 학교에 가고, 사흘은 회사에서 일해요. 직원들 모두가 출근시간 10분 내 거리에 살아요. 비오콥은 근거리에서 생산된 먹거리를 지역주민에게 전달하는 동시에 가게가 들어선 지역의 주민을 채용함으로써 그 지역의 취업를 향상시키는 두 가지 축을 갖고 있어요. 출퇴근에 2시간씩 걸리거나  상가에 가려고 그 지역을 벗어나는 것을 지양합니다. 생협에서는 먹거리 제품만 중요한게 아니라 먹거리의 생산, 소비, 분배 전과정이 근거리에서 이루어지고 이 모든 과정이 친환경의 맥락에 있다는게 중요하죠.

 

 : 모든 생산자들이 다 지역생산자들인가요 ?

마리-로르 : 그렇지는 않아요. 원칙적으로 반경 150km 내의 생산자를 우선합니다. 운송거리가 짧은, 지역에서 생산된 먹거리를 우선해요. 둘째로, 근거리 농산물을 먹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역마다 우수한 먹거리들이 있어요. 우리는 제공하는 먹거리의 질적인 면도 존중하거든요. 예를 들어 사과는 노르망디에서 많이 납니다. 280km 거리에 있으니 근거리는 아니죠. 제가 지금 대접하고 있는 이 사과쥬스는 시드르(cidre) 용의 노르망디 사과에다가 알자스에서 생산된 키높은 사과 등3~4가지 종류의 사과를 합친거에요. 사과쥬스라고 사과를 그냥 갈아서 만든게 아니라 맛있는 사과쥬스를 만들기 위해서 서로 다른 산도의 사과를 적절하게 기술적으로 배합한 거에요. 근거리 유기농산물을 먹는 것도 중요하지만 유기농산물을 통해서 과일이나 야채의 진짜 맛을 깨닫게 하는 것도 중요해요.

 

 : 야채나 과일 생산자를 컨택할 때, 한 가지 품목에 대해 여러 생산자로부터 여기저기서 물건을 받나요, 아니면 한 가지 품목에 대해서는 한 생산자로부터 물건을 다 받나요 ?

마리-로르 : 한 생산자로부터 물건을 다 받아요. 가능하면 지역생산자를 우선하는데,  생산자가 물건을 싣고 우리 가게에 올 때, 20유로어치 팔자고 차를 몰고 오는건 생산자에게도 이득이 안되고 환경오염적인 면에서도 안 좋아요. 반면에 비오콥 차원에서는 가지의 예를 들어보면, 다섯 명의 생산자와 계약이 되어 있어요. 서로 다른 지방에 있는 생산자들로부터 시기별로 동량의 물건을 납품받습니다. 생산지가 달라져도 가격은 균일하게 팔려요. 생산자들과 계약을 맺을 때는 1년에서3년의 기간을 두고 계약을 합니다. 그 계약기간 내에서는 생산자가 최소의 가격을 보장받기 때문에 마음놓고 농사를 지을 수 있지요. 공정거래와 마찬가지로요.

 

인터뷰 나간 비오콥 매장 전경. '프랑스 제일의 유기농 체인, 비오콥'


 : 고기의 경우는 어떻습니까 ?

마리-로르 : 돼지는 100% 비오콥 계열사에서 키우고, 소와 닭은 프랑스 남서부에서 양질의 고기를 제공하는 단체가 있어요. 굴을 알자스에서 얻을 수 없는 것처럼 각 품목마다 양질의 먹거리를 제공하기 위한 단체로부터 받습니다.

비오콥은 전국에 4개의 플랫폼을 두고 프랑스 각지의 먹거리들이 그 플랫폼들로 집결된 뒤 플랫폼 사이에서 나눠 프랑스 전국의 비오콥으로 재배송되죠.

 

 : 모든 식품들이 그런가요 ?

마리-로르 : , 신선도가 요구되는 식품을 포함해서 모든 식품과 먹거리가 아닌 제품들까지, 예를 들면 세제 등 합쳐서 총 7,000~8,000가지 목록이 있어요.

 

 : 말씀하신 4개의 플랫폼은 어디 어디에 있나요 ?

마리-로르 : 생즈느비에브 데부아(Saint-Geneviève  des  bois ; 파리 남쪽), 보르도 (Bordeaux ; 프랑스 남서부), 꺄바이용 (Cavaillons ; 프랑스 남동부), 렌느 (Rennes ; 프랑스 북서부)에 있어요. 렌느에서 콜리플라워와 감자가 많이 생산되고, 보르도에서 야채와 과일을 대규모로 생산해요. 멜론과 살구가 다 거기서 올라와요. 4개의 플랫폼 사이를 오가는 차량은 빈 차로 움직이는 적이 없어요. 한 차 가득 와서 한 차 가득 싣고 갑니다.

 

'오늘 과일과 야채의 85%가 프랑스산입니다'


 : 매장에 오늘 프랑스산 야채/채소 몇 퍼센트가 써있는데요, 모든 비오콥에서 이렇게 표시하나요 ?

마리-로르 : 아니요. 저희 매장에서 처음으로 시도해보는 겁니다.  국내 먹거리를 우선으로 하는데 제철채소를 기다리는 동안 외국산을 들이곤해요. 예컨대 프랑스에서 토마토가 익으려면 6월말이나 되야하는데 그 전에 이탈리아나 스페인에서 딴 토마토를 팔기도 하죠.

 

 : 유기농 도매상도 있나요 ?

마리-로르 : 5명의 주요 유기농 도매상들이 있어요. 이들은 세계 도처에서 대규모 도매로 물건을 구입합니다. 비행기로 수송해오기도 하죠. 이들이 비행기로 수입하는 바나나는 물건 자체는 유기농이라서 유기농 라벨이 붙는데, 운송 중 처리에는 신경쓰지 않아요.

 

 : 그 도매상들과 거래하나요 ?

마리-로르 : 아뇨. 비오콥은 그들과 거래하지 않아요. 우리도 브라질, 이태리에서 수입하는 경우가 있고, 가장 대규모로 수입하는 품목이 남미에서 오는 바나나에요. 가끔 페루에서 파인애플이 들어오기도 하는데, 비오콥이 수입하는 모든 먹거리들은 다 배를 통해서 들어옵니다. 절대 비행기로 운반하지 않아요. 기본적으로 저희가 파는 외국과일은 극히 적어요. 중국 과일 리취(litchis)의 경우, 배로 들여오다가는 다 썩어버려서 비행기로 운반해야 하는데, 그 이 때문에 리취는 저희가 절대 취급하지 않는 품목이에요.

 

 : 체인 수퍼마켓이나 까르프와 같은 대규모 상가에서도 유기농산물 코너가 있던데, 이들 상가 내 유기농 코너와 유기농 전문매장을 수익면에서 비교하면 어떤가요 ?

마리-로르 : 대형 및 중형 식품매장들이 유기농 시장 전체의 4분의 3을 차지해요. 그럴 수 밖에 없는게 체인망이 수적으로 우위에 있으니까요. 르클레크 (Leclerc) 매장이 524, 까르프(Carrefour)가 약 200, 오셩(Auchan) 125개 있는 반면 유기농 전문매장은 라비클레르 (La vie claire) 220, 비오콥  325, 비오몽드 (Biomonde) 200, 나튜랄리아 (Naturalia) 59개 등 총 800여 개에, 매장 면적은 200m²로 작아요. 반면에 대형매장의 면적은 2000~4000m² 되서 산술적으로 유기농산물의 배급율이 유기농 전문매장보다 훨씬 클 수 밖에 없어요.

 

 : 아맙(AMAP)은 어떤가요 ?

마리-로르 : 아맙은 아주 작은 시장이에요. 전체 유기농시장의 1%도 안돼요.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기는 하죠.

 

 : 아맙의 성장을 어떻게 보시나요 ?

마리-로르 : 저희 매장같은 사람들에게는 물론 안 좋지요. (하하) 하지만 아맙이 쌀이나 밀가루처럼 매장에서 파는 물건들을 다 취급하지는 못하잖아요. 반면에 아맙은 공정거래의 좋은 모델이에요. 매장, 운반자, 도매자 등 중간 매개자를 다 제거시켰다는 의미에서 공정한 거래라고 말하는 겁니다. 예컨대, 생유 1리터는 실제로 얼마 되지도 않지만 아무런 처리를 하지 않고 거르지 않은 채로 소비자가 마실 수는 없어요. 누군가 풀밭에서 공장까지 생유를 운반하고, 사람이 마실 수 있도록 공장에서 생유를 처리하고, 처리된 우유를 매장까지 운반하고, 매장에서 관리하고 파는 등 각 단계마다 매개자들이 있어요. 만일 중간매개자를 다 제거시키면, 소비자에게는 좋죠. 싸니까. 하지만 경제학적으로 봤을 때, 중간매개자들의 취업을 발생시키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어요. 아맙에 중간 매개자가 없다고해서 배급과정이 없는건 아니거든요. 누군가는 농작물을 거두고, 운반하고, 바구니에 일일이 담아서 바구니를 나눠줘야 해요. 그걸 모든 아맙 회원들이 돌아가면서 자원봉사로 해야하는데 모두가 솔선수범해서 하려하지는 않는다는거죠.

 

 : 중대형 식품매장 얘기로 돌아가서, 면적이나 수적인 면 외에 중대형 식품매장과 유기농 전문매장의 차이가 또 있나요 ? 이를테면 품질이나 가격면에서 ?

마리-로르 : 두 가지 큰 차이가 있어요. 첫번재로, 대형 식품매장의 유기농 코너는 돈를 벌기 위한거지 땅을 위한게 아니에요. 지금까지 40년 동안 대형 식품매장들은 땅을 황폐화시키고 있어요. 옆동네 모 수퍼마켓 체인은 8%의 이윤을 남기는데 반해, 비오콥의 이윤은 2.5%에요. 단적인 예로, 토요일 하루에 저희 비오콥 매장에서 12 000€의 매상을 올리는데, 길 건너편에 있는 작은 체인 수퍼마켓에서는 120 000€의 매상을 올려요. 비오콥은 이윤을 얻기 위한 상가가 아니에요. 대형 식품매장들은 유기농 코너를 그린워싱[1]으로 이용할 뿐 환경문제에는 전혀 관심이 없어요. 광우병 이후로 유기농에 관심이 쏠리게 됐고 이후로 유기농시장은 매년 30% 씩 성장하고 있어요. 그러니 황금달걀을 낳는 닭을 잡으려는거지요. 유기농이란 딱지가 붙은 먹거리를 아무데서나 다 들여옵니다. 소비자들도 유기농 마크만 보지 그 농산물를 구입하면 어느 나라 농부를 지원하게 되는지 상세한 티켓은 보지않아요.

돈을 분배하는데도 비오콥과 대형매장은 차이가 있어요. 비오콥에선 법정 최소임금 더하기 10%를 월급으로 주는 반면, 대형매장은 파트타임을 고용하고 법정 최소임금만 주죠. 일하는 사람을 찾고 관리하는데 차이가 있어요. 비오콥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친환경 행동주의자들이에요.

 

 : 까르프의 유기농 코너에 가보니까 거의 독일 제품들이었어요. 왜 독일에서 그렇게 많이 들여오나요 ? 독일 제품이 싸서 ?

마리-로르 : 독일의 유기농시장이 프랑스보다 역사적으로 앞서있는게 사실이에요. 하지만 독일 유기농산물이 저렴한 이유는 독일의 사회행정적인 이유 때문이에요. 독일에는 법정 최소임금이 없어요. 프랑스에서는 법정 최저월급(brut) 1100유로인데 독일은 800유로 받으면 기적이에요. 내일 당장이라도 프랑스에서 법정 최저월급을 800유로로 낮추면 가격도 내리겠죠. 하지만 그게, 즉 월급을 깍아내리는게 우리가 원하는게 아니거든요. 프랑스에선2년동안 실업상태로도 살 수 있지만 독일에선 불가능해요. 안젤라 메르켈 총리가 실업자에게 하루에 1유로 준답니다. 한 달에 300유로에요. 살 수가 없지요.

 

 : 프랑스는 식량자급률이 높고, 식량도 많이 수출하더군요.

마리-로르 : 푸아그라, 와인, 캐비어 등 사치품을 수출해서 그런거지 실제로 프랑스는 먹거리 수출보다 수입을 많이 해요.

 

마리-로르 : 유기농 가게에도 100% 유기농과 산업 유기농이 있다는거 알아요 ?

 : 무슨 말이죠 ? 

마리-로르 : 진짜 유기농 가게가 있고, 유기농이 수익성을 내기 때문에 유기농을 취급하는 가게가 있어요. 예컨대 비오콥에서 유기농 스파게티를 1톤 주문할 때, 1톤도 대단한 양인데, 대기업에선 250톤을 주문해요. 소비자들이 유기농에 대해서 이제 겨우 인지하기 시작했기 때문에 이게 사업이 된다고 보는 거에요.

그리고 비오콥은 회계관리면에서 일반 유기농 가게와 달라요. 비오콥은 협동조합입니다. 사장이 위에 있어서 주식을 사고팔아 돈을 벌어들이고 직원은 아래에 있는게 아니라 생협 매장 325개의 직원 모두가 같은 비중의 목소리를 내고 권리를 가진 공동소유자에요. 결정할 일이 있을 때는 모두가 한 표를 행사해요.

나튜랄리아는 모노프리 계열사인데, 모노프리는 갤러리 라파이예트 백화점의 계열사에요. 카지노, 프랑프리, 리더 프라이스, 셋 다 이름만 다르지 같은 회사에요. (필자 : 카지노, 프랑프리, 리더 프라이스는 일반 수퍼마켓 체인으로 유기농 코너를 두고 있다.)

 

 : 아하~ ! 그래요 ?!!

마리-로르 : 나튜랄리아가 대기업의 계열사라는걸 사람들은 몰라요. 그리고 라비클레르의 자본은 나텍시스[2] 회사가 갖고 있어요. 2년 전, 나텍시스가 4~5백만 유로를 라비클레르에 투자했어요. 그다지 좋은 모습이 아닌 것이, 이렇게 되면 금융가들이 투기를 할 수 있어요.

비오콥이 기타 유기농 가게들과 또 다른 점은, 비오콥이 취급하는 물건은 100% 인증받은 유기농 재료로 만든 것들인데 반해 까르프나 오셩의 유기농 코너나 유기농 매장이라도 대기업 계열사인 라비클레르와 나튜랄리아에서는 95%만이 유기농이에요. 법적으로 95%만 유기농 재료를 쓰면 유럽 유기농 라벨을 받거든요. 실례로 까르프의 유기농 제품을 보면, 대두 레시틴을 쓰는게 있어요. 만일 그 대두 레시틴마저 유기농이 아니라면, 분명히 GMO에요.

유기농 가공식품 재료명 표기 중에 자연향료라고 표시된 것들이 있어요. 계란으로 토마토 소스 맛을 낸다거나 표고버섯으로 나무딸기의 맛을 내는 거에요. 어떻게 ? 표기는 그럴 듯 하지만 실은 화학물질로 변화시킨 거에요. 비오콥에서는 이런 눈속임을 쓰지않고100% 유기농 재료에요.

유기농 인증을 받은 유기농산물도 어떤 과정을 거쳐 만들어졌는지, 어떤 과정을 통해 운반되었는지에 따라 친환경적인 진짜 유기농이 있고, 아닌게 있죠.

 : 무슨 말씀인지 알겠어요. 유기농 생산자 둘과 인터뷰를 한 적이 있는데, 한 생산자는 기계를 쓰지 않고 빗물을 받아서 농사를 짓고, 다른 생산자는 사용하는 농기계도 여럿이고 파이프로 물을 대며 짓더군요. 

 

 : 일본이나 중국에서 들여온 유기농 제품들이 보이는데, 그 제품들에 대한 유기능 인증은 원산지, 그러니까 일본이나 중국에서 유기농 인증을 받고 들어오나요,  아니면 유럽 유기능 인증기준에 따라 인증을 받은 건가요 ?

마리-로르 : 에코세르(Ecocert ; 유럽의 유기농 인증 기관의 하나)가 일본에 들어간지 이제 겨우 1년 반 됐어요. 일본 유기농 인증기준을 정립하고 있는 중이에요. 중국엔 에코세르가 들어간 지 꽤 오래 됐구요. 수입할 때는 유럽 기준에 맞는 제품을 들여옵니다. 현지 에코세르가 표본검사를 하고, 여기서 우리가 표본검사를 재차 요구할 수 있어요. 일례로 저희가 중국산 생강을 취급했었는데, 저희 표본검사에서 문제가 3~4차례 발생해서 더이상 중국 생강을 팔지 않아요.

 

 : 작년에 스페인에서 들여온 유기농 오이에서 수퍼 박테리아가 나왔다는 루머 때문에 큰 타격을 받으셨겠어요.

마리-로르 : 타격이 컸죠. 사건이 터지자마자 프랑스산 오이로 대체했고, 나중에 스페인 유기농 오이 때문이 아니라는게 밝혀지긴 했지만  사람들은 심리적으로 오이를 사지 않았어요. 언론에서 이 제품에 문제가 있다고 하면 매출이 10% 떨어지고, ‘이 제품이 몸에 좋다고 하면 매출이 10% 올라가요. 근데 언론에서 스페인 오이를 수 십 번 언급해댔으니... 나중에는 발아채소 때문이라고 했는데, 유기농 때문은 전혀 아니었죠. 2년 전에 이집트에서 문제의 프느그렉 씨를 받았는데, 유기농산물과는 전혀 관계없는 정원사가 그 일을 했어요. 타격을 받은건 유기농가였죠. 저희 매장에 유기농 발아채소 공급자가 있었는데 그 사건 이후로 매출이 바닥이 되서 결국 문 닫았어요. 소비자가 발아채소를 구매한 후에 여름에 실온에 오래 보관하면 박테리아가 빠르게 증식하는데 그건 생산자 탓이 아니거든요. 실제로 유기농 발아채소 회사는 생산에 사용하는 물을 매번 점검해요. 씨앗도, 물도 세균 감염여부를 매번 체크해요. 아무리 그래도 언론에서 떠들어대면 끝장이죠.

제가 볼 때, 사고도 종종 발생할 뿐더러 생산공정에 진짜 문제가 있는 먹거리는 스테이크 하쉐(필자 주 : 쇠고기를 갈아서 냉동시킨 제품)에요. 독일, 벨기에, 네덜란드산의 쇠고기가 섞이기 때문에 어느 산지의 쇠고기로 만들었는지 추적을 할 수가 없어요. 스테이크 하쉐는 프랑스인의 90%가 먹고, 급식에 공급되기 때문에 위험에 노출된 인구가 실제로 엄청나게 커요. 반면에 유기농을 매일 먹는 인구는 전체 인구의 5% 밖에 안되고 그중에 발아채소를 먹는 사람은 0.1% 밖에 안될꺼라구요. 발아채소 생산자들은 극소수였는데, 망했죠.

 

비오콥 야채 코너


 : 언론에서 스테이크 하쉐의 위험성에 대해서 별로 얘기하지 않던데요.

마리-로르 : 그 업체들이 얼마나 로비를 많이 하는데요. TV에 광고내는 식품 회사들 보세요. 발아채소 광고하는 거 봤어요 ?

 

 : 과거에 비해 극심한 가뭄, 홍수 등의 기후변화로 농산물 생산율의 변화폭이 큰데, 비오콥에서는 가격변화를 그때 그때 바로 반영하나요 ?

마리-로르 : 바로 반영되지는 않고 작게는 몇 개월에서 크게는 1년이라는 시간차가 있어요. 기후변화의 영향을 받은 농산물이 매장으로 들어올 때 가격이 반영되니까요. 예를 들어 꿀의 경우, 기후변화로 양봉업이 큰 타격을 받으면 그 꿀을 거둬들여 다음 해에 팔 때 가격이 바뀌죠.

 

 : 그렇게 가격변화가 생겨나면 다른 품목들도 영향을 받나요 ?

마리-로르 :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 다른 제품들이 다 영향을 받아요. 2012년에 유기농 식품가격이 다 올랐어요. 기후변화 때문만이 아니라 투기 때문에요. 유기농 수요가, 특히 중국에서 최근 유기농 수요가 늘고 있어요. 둘째로, 까르프에서 유기농 닭을 100,000마리를 키우는데, 닭에게 먹이는 사료값이 오르면 닭고기 값도 올라가는거에요. 대형 마트가 가격에 한번 영향을 미치면 유기농 전문매장들은 그 인플레이션의 영향을 받아요. 소규모 양계업자들이  예전에는 옥수수 한 톤에 200유로를 줬었는데 가격이 2배로 뛰어 400유로를 주고 사야 하니까요.

 

 : 비오콥도 투기에 참여하나요 ?

마리-로르 : 전혀요. 저희한테 투기라니 욕이에요. (하하하. 같이 웃음)

 

프랑스의 유기농 시장 연재 첫편으로 아맙 기사를 내보낸 뒤, 아맙의 불편한 점을 개선한 라 휴슈끼디위(La ruche qui dit oui)’라는 유기농 직거래장터가 프랑스에 새로 등장했다. 우리말로 번역하면 <‘라고 말하는 벌집>이라는 김수아무 거북이와 두루미에 해당할 희한한 이름의 장터인데, 이 장터의 회원을 아베이(abeille)’, 우리말로 이라고 부른다. 전철을 갈아타고 가야하는 옆동네에 이 벌집이 생긴다는 소식을 듣고 로 등록한 지 3개월이 지나서야 유기농 생산자들이 구성되어 첫거래가 시작됐다.

아맙의 불편한 점은 소비자의 장바구니가 구매자의 기호에의해 채워지지 않고 100% 생산자의 생산품과 생산량에 좌우되며, 6개월에서 1년간 선납하고, 매주 정해진 시간 내에 누군가 바구니를 찾으러 가야한다는 점이다. ‘예라고 말하는 벌집들이 찾아와 물건을 바구니에 담아가는 것은 아맙과 마찬가지인데, 시대에 맞게 개선된 점이 여럿 있다. 우선, 인터넷을 통해서 장터가 서기 사흘 전까지 주문을 받는다구매자가 100% 자신의 기호에 따라 장을 볼 수 있고, 구매 필요량에 맞는 장을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당분간 어딜 놀러가서 장 볼 필요가 없다면 아맙처럼 누군가 대신 받아줄 필요없이- 그 주에는 주문을 하지 않으면 된다. 제품의 선택폭도 넓어졌다. 야채 외에도 닭, 오리, 기타 고기와 다양한 그 가공품들, 잼과 빵에게 이르기까지.

아쉽게도 6월말을 끝으로 우리 옆동네 벌집에서 더이상 장을 보지 않기로 했다. ? 이유는 고기를 먹지 않는 내게 장의 주대상물은 야채와 버섯인데, 정직하지 못한 이들 생산자에게 실망했기 때문이다. 우선 야채와 사과 가격이 일반 유기농 매장 가격과 엇비슷하고 오히려 더 비싸기도 했고, 품질은 그보다 훨씬 열등했다. 첫번 주문에서 상추를 주문했을 때는 이미 상추가 시들어 그날 저녁에 바로 먹어치워 버려야했다. 다음에 시금치를 주문했을 때는 시금치에 잡초가 섞여 들어와 골라내야 했고, 당근을 주문했을 때는 내 새끼 손가락만한 것들이 스무 개는 들어있었다. 버섯 생산자는 상자 윗면은 큰 버섯으로 덮었지만 안을 열어보면 가로세로 1cm만한 잔챙이 버섯으로 채웠고, 집에와 버섯 무게를 달아보면 주문했던 킬로수보다 늘 약 100g 미달이었다. 야채를 대는 생산자는 벌집을 오픈하던 날 나왔던 뒤로 한번도 장터에 나타나지 않았다. 늘 오리 생산자와 닭 생산자가 바구니를 분배하는 세실과 함께 자리를 지켰다. 바구니 분배는 2주에 한번씩 벌집을 구성한 세실의 집에서 이뤄졌다.

그러다 지난 5월말, 야채 생산자가 사고를 쳤다. 주문한 누에콩의 2/3가 썩었거나 썩기 시작하는 것들이었다. ‘어디 내다팔 수 없는 것들을 우리한테 처분하는 느낌이다. 솔직히 그리 저렴하지도 않은 가격에 유기농 매장과 비슷한 가격임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왜 직거리장터를 찾는지 그 의도를 깡그리 무시한 처사라고, ‘식중독의 위험이 있는 식품을 판매해선 안된다고 게시물을 올렸다. 월급도 안 나가고 가게세도 안 나가는 직거래장터 가격이 비오콥과 비슷한 이유를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내 글 이후로 화 난 들의 게시물이 줄줄이 올라갔다. 2주 후, 야채 생산자가 직접 장터에 나와 해명을 하기로 했다. 난 아무 주문도 하지 않았고 오로지 농부의 해명을 듣기 위해 장터에 나갔다. 그날은 평소보다 주문이 절반으로 줄었다.

하지만 그날 저녁, 농부는 나타나지 않았다. 자리에 나타나지 못한 해명을 애꿎게도 세실이 대신 해야겠다. 대신 싱싱한 누에콩 1kg를 무료로 나눠줘서 들고 왔다. 하지만 내가 원했던 건 그까짓 공짜 누에콩 1kg가 아니었다. 콩깍지가 까매진 누에콩을 일일이 까고 발려내면서, 애들한테는 줄 수 없는 누에콩, 다 버리자니 아까와 위험을 무릅쓰고 나와 남편이 먹어치우는 콩, 도저히 먹을 수 없을만큼 곰팡이가 피어올라 버려야하는 콩을 1시간 이상씩 추려내며 화가 났던 배신감에 대한 해명을 바랬다. 도대체 누에콩을 수확하고나서 몇 주나 묵은 물건을 판 것일까 ? 물건을 보지도 않고 산다는건 생산자를 믿고 지원하기 위해서지 어디 처분하지 못할 쓰레기를 받으려는 것은 아니었다. 농부가 우리에게 농장을 직접 보여주든가, 하다못해 직접 변명이라면 변명, 해명이라면 해명을 듣고 싶었다. 이제 농사를 짓기시작한 지 얼마 안되는 젊은 농부였거나 이해가능한 사유가 있었다면 거래를 계속 할 생각이었다.

싱싱한 누에콩을 받아들고와서 보름 후,  이번에는 생산자가 온다기에 장을 약소하게 주문했다. 장을 보고 싶은 마음은 거의 없었고 해명을 듣고 싶었다. 수요일 저녁, 바구니를 찾으러가려고 준비하는데 세실로부터 문자메시지가 왔다. ‘네가 너무 실망할텐데, 오늘도 야채 생산자가 오지 못한다는구나.’ 난 그날 장바구니 찾아오라고 남편을 보냈다. 두 번의 바람을 맞은 뒤, 장터에서 수다 한번 떨어보지 못한 얼굴 없는 부정직한 생산자를 더이상은 지원하지 않기로 했다.

 

비오콥 매장 내부

불어에 « consom’action (꽁소막시용) »이라는 신조어가 있다. Consommation (꽁소마시용 ; 소비) action(악시용 ; 행동)의 두 단어를 조합한 것으로, 장바구니로 투표하는 책임있는 소비를 촉구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내가 하는 소비가 어디에 사는 누구를 지원하고, 어디 사는 누구의 노동력을 착취하는 지 소비과정 뿐만이 아니라 생산에서부터 처분과정에 이르기까지 환경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고려하는 소비를 하자는 말이다. 이런 의식있는 소비를 하는 소비자 (consommateur, 꽁소마뛔르)consommation(소비) acteur (악뛔르 ; 배우)를 조합해consom’acteur (꽁소막뛔르)라고 부른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소비를 통해서 지원할 대상과 보이콧할 대상을  구분하는 꽁소막뛔르는 가격에 따라 움직이는 단순한 소비자가 아니라 의식있는 행동가이자 활동가다. 부자가 아닌 이상 가격도 무시는 못한다마는.

 

한국 유기농의 메카, 두물머리 행정대집행이 연기됐다는 소식을 들으며 프랑스 유기농 시장의 삼각구도 연재를 마감하려니 마음이 그다지 편치않다. 연재를 써보내면서 독자들의 반응이 궁금했다. 한국 사정을 거의 모르고 글을 쓰면 뜬구름잡는 글이 되지는 않을까 싶어 트위터에서 유기농업 관련인들로부터 질문을 받아 인터뷰에 전격 반영했다. 프랑스 유기농 시장이 유럽연합 안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드는 규모도 아닌데 프랑스 유기농시장을 모델로 하려 들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도 들었다. 유기농 농부를 소개할 때는 내가 농부로부터 받은 감동이 전해지길 바랬고, 아맙과 소비자를 소개할 때는 한국의 농산물 생산자들이 소비자들 앞에서 더욱 당당해지길 바랬고, 생협 실무자를 소개할 때는 드러나지 않는 프랑스 유기농 시장의 이모저모를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랬다.

먼 타국에 있는 저를 믿어주고 연재를 실어준 귀농통문 편집위원들에게 깊은 감사를 드리고, 특히 편집자와 필자의 업무적인 관계 이상으로 늘 따뜻하게 환한 웃음 가득 대해주신 편집장님께 이루말할 수 없는 감사와 사랑을 드립니다. 그리고 만나뵙지는 못했지만 원고료로 받은 농산물 생산자분들께 하늘만큼 땅만큼지지와 응원을 드립니다. 감사히 잘 먹겠습니다 ! 귀농통문 편집위원들, 독자들, 생산자들, 모두에게 감사드립니다.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존경을 보내며.

 

 '귀농통문'에 기고 (2012년 가을호, 63호)



[1] Green washing ; 환경에 책임을 지는 기관이라는 이미지를 주기위한 목적으로 기업이나 정부에서 이용하는 마케팅을 말한다. 실제로는 환경운동보다 광고에 많은 돈이 투자된다.

[2] 융자 투자 은행으로 은행의 은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