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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logie 친환경/Végétarisme 채식

파리 유기농식당을 가다 - 르뽀따줴 듀마레

지난 주말, 남편이 오랜만에 외식을 시켜준다는데 별로 안 땡기더라구요. 식당에서 쓰는 재료가 그렇고 그렇지 않겠어요? 하여 유기농식당을 검색했습니다. 이날의 목적지가 퐁피두센터였기에 그 바로 뒤에 있는 식당이 딱~이겠다 싶었죠. 블로그에 올릴 작정을 하고 카메라를 들고 나섰습니다. 제가 블로그하면서 식당 소개는 처음인 것 같아요. ^^;

바이오, 네이쳐, 오가닉 푸드.. 연중휴무.
여기선 안전하게 먹을 수 있겠다 싶어 기쁜 마음이 들었어요. ^^


식당의 외부입니다. 왼편이 주된 공간이고, 이곳이 다 차면 오른편 공간을 엽니다.
저희가 도착했을 때는 자리가 없어서 오른편 공간으로 안내받았어요.  



프랑스 식당에서는 자기가 안고 싶은 자리에 바로 가서 앉는게 아니라
종업원이 안내하는 자리에 가서 앉습니다. 물론 선호하는 자리를 요구할 수는 있어요.
창쪽이라든가 안쪽으로 달라든가.
단, '금연석 달라'는 요구는 하지 마세요.
다른 여러 유럽국가들과 마찬가지로 프랑스의 모든 식당에서는 '금연'이니까요. ^^
저희가 2번째 공간에 열쇠로 문 따고 처음 들어온 손님이라 아무도 없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나갈 때는 저 테이블들이 다 찼어요. ^^
이유가 있더군요. 아래 사진들을 보며 설명드립니다.




인테리어는 프랑스의 전통적인 비스트로에 가까운 분위기고, 전체적으로 편하고 아늑합니다.
초록색 병은 술이 아니라 물이에요. 
프랑스 식당에서 물 시킬 때, "Carafe d'eau, svp (까라프 도, 실브쁠레)"라고 하면 저렇게 수돗물을 담아줍니다.
물론 공짜구요. 파리의 수돗물은 안심하고 마실 수 있어요.
그래도 집에서는 정수기로 걸러서 마시고 요리하고 있지만요. ^^


실내 내부 사진 찍고 있는 중에 그새 테이블이 들어차기 시작합니다. 
천정등(왼쪽)이 저희 집 거실에 있는 것과 똑같은 제품이어서 (쓰잘데없는 것에 상당히) 기뻤어요. ^^

종업원이 둘 다 외국인들이었는데 무~척 친절했어요.
제가 메뉴판을 가리키며 '이거 뭐냐?'고 물어보면 불어를 못하는 여행자인줄 알고 영어로 설명을 하더군요. ㅎㅎ
그 안에 뭐가 들어가느냐, 어떤 방식으로 요리한거냐를 묻고 싶었던거였는데.. ^^;


착하게 영어로 설명된 메뉴판입니다. 가격은 결코 착하지 않습니다. --;
브로콜리 스프 한 접시에 8유로래요. 한화로 1만1천원이죠.
하지만 bio라지 않습니까?!!
메뉴판에 brown rice는 '현미'라는 거 아시죠?
현미가 제공되는 식당, 정~~~~말 드뭅니다.
제가 외식을 잘 안 해서 그런가 몰라도
아시아식당에서도 현미가 안 나오는데 현미가 나오는 식당은 처음 봤어요. 

죠지 퐁피두센터가 워낙 세계적인 관광지이다보니
이렇게 2개국어로 친절하게 손님을 모시고 있어요.
유기농 식품으로만 요리하며, 채식주의자 뿐 아니라 육류를 먹는 이들을 위한 메뉴도 있습니다.
종업원이 메뉴판을 주면서 문장 마지막의 'vegetarian'이란 단어에 힘(!)을 주어 말하더군요.
그래.. 그거 먹으려고 여기까지 왔소. 반갑소만 힘 빼시구려. ㅎㅎ

전식/본식 또는 본식/후식 먹으려고 보니 25유로가 훌러덩 넘을 것 같길래
아예 25유로짜리 메뉴를 시켰습니다.
프랑스 식당에서 'menu'라고 하면 메뉴판을 말하는게 아니라
'전식-본식-후식'이 다 나오는 방식을 말합니다.
이에 반해, 그 중 어느 한 가지만 시키는 방식을 'carte(깍뜨)'라고 해요.

낭군께서 시킨 전식입니다. 씨앗채소로가 올려진 샐러드는 모든 전식에 서빙되구요.
왼편에 허연 세 덩어리는 마로크인들이 잘 먹는 pois chiche를 익혀서 으깬 콩요리에요.
carafe d'eau와 함께 무료로 서빙되는 빵에 발라서 먹으려고 얌전하게 기다리고 있습니다. 
(마눌님, 빨랑 찍으세여~ 배고파여~)



 이건 제가 시킨 전식이에요. 고기덩어리같이 생겼지만 절대 고기가 아닙니다.
버섯을 익혀 으깬 pate(빠떼)에요.
보통 '빠떼'는 지방이 많은 고기류를 갖고 만드는데 버섯으로 만든 빠떼는 처음 봤습니다.
굉장히 맛있었어요. 남편이 호시탐탐 여러 번 노렸습니다.
왼쪽에 위아래 있는건 오이피클입니다.
참고로, 빠떼는 빵에 발라서 먹어요.

이태리에 가니까 식당에서 빵을 유료로 서빙하던데,
프랑스에서는 빵은 무료로 제공됩니다.
리필도 되니 발라먹고 모자르면 더 달라고 하세요.

 

본식으로 야채그라탕이 나왔습니다.
마치 무지개떡을 잘라놓은 듯이 색깔도 층층이 알록달록하니
윗면은 알맞게 바삭하게 잘 익었어요.
간을 아주 적게해서 싱거워하실 분들도 계실텐데 저희 입맛에는 딱 맞았어요.
오른편 위에 있는 건 키노아(quinoa)고, 아래 또 샐러드가 나왔네요.
색상이 아주 화려해서 손대기가 망설여집니다. ^^
키노아는 옅은 노란색인데 보라색의 알갱이가 뭐냐고 물었더니 보라색 키노아랍니다!
키노아가 빨강도 보라도 있다고 하더군요. 오호~~~~~
유색의 키노아를 파는건 한번도 본 적이 없는데 말이죠.

 

요건 남편의 전식. 스페인 요리 '칠리 콘 카르네'를 응용,
다진 고기 대신 다진 콩고기로 만든 '칠리 씬 카르네(Chili Sin Carne)'
맛이 과연 어떨까 의심 증폭이었는데, 오~~ 제 포크가 남편 접시로 계속 갑니다. ㅠㅠ
칠리 콘 카르네와 맛이 똑같더군요. 고기가 없어도 그 맛이 나는군!


디저트로 마무리 할 시간이 다 되었네요.
왼쪽은 fromage blanc(후로마쥬 블렁; 떠먹는 야쿠르트같은 질감의 치즈)에
계피가루가 뿌려진 것이고,
오른쪽은 오렌지푸딩에 캬라멜소스로 장식한 거에요.
오렌지푸딩이 맛이, 우와......... 기가 막혔습니다.
집에 한 열 댓 개 싸갖고 가고 싶더군요.

친절, 서빙속도, 청결, 음식의 맛.. 전부 별 다섯 개에 다섯 다 갖고가세염.. 
아.. 포스팅을 하다보니 입맛이 다시 도는군여. 쩝쩝..
식당 이름은 'Le Potager de Marais(르 뽀따줴 듀 마레)',
퐁피두센터에서 마레 방면으로 길 건너서 50m 정도 걸어가다보면
왼편에 (Franprix 옆에) 있어요.

 22 rue Rambuteau
75003PARIS
Tél. 01 42 74 24 66

http://www.lepotagerdumara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