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SOLDE !!! (세일)
지난 수요일(1월 11일)을 기해서 프랑스는 일 년에 두 번 열리기는 정기바겐세일에 돌입! 1차 세일이라 적게는 20%에서 50%까지 가격다운. 2차를 거쳐 막판인 3차 세일기간이 되면 70~80%까지 다운된다. 세일 1주일~열흘 전은 폭풍전야처럼 가게들이 썰렁하다. 세일을 노리는 소비자들이 주머니를 꽉 거머쥐고 있는거지. 우리 부부 역시 이번 세일기간을 목놓아 기다리며 살 품목이 있었다.
평소에 날긋날긋한 구두를 신고 출근하는 신랑을 보며 늘 마음에 걸렸던지라 작년 말 크리스마스에 선물로 구두를 사주겠노라고 했었다. 단, 1월 세일 기간에! 약속대로 금요일 저녁에 둘이 시내에 나갔는데, 이건모.. 625때 중공군들 인해전술을 보는 듯한 것이야~! 여러 켤레의 신발을 신어보던 신랑이 나보다 먼저 지쳐 '전략상 퇴각'을 요청.
결국 어제 점심시간에 회사근처에서 만나 주말사이 중공군이 쓸고간 거리를 한산하게 들러보았다.예쁘고 발에 맞는 신발이 그새 다 나갔을까.. 걱정했는데, 다행히 발에 편하게 잘 맞고 뽀대나는 신발 두 켤레를 찾았다. 어차피 한 켤레 값인거, 오래 신으라고 두 켤레를 다 사주었다.금강제화 구두티켓도 하나에 7~10만원하는데 우리 돈으로 7만2천원에 남성 정장용 구두 두 켤레 샀으면 잘 산거지. (그죠?)나한테 들어가는 돈은 아까운데 신랑에게 쓰는 돈은 아깝지가 않다.
곁다리...
어제 신발가게 계산대에서 고래고래 소리지르는 한 여자 목소리가 들리는데, 아니 이거 나의 모국어?! 딸인지 조카인지에게 신발을 사주러 왔다가 문제가 생긴 모양인데, 도와주러 갈까? 하다가 말았다. 그 사람많은 가게에서 삿대질 해가며 고래고래 소리 지르는 추태를 보이는 사람을 "나도 같은 한국인"이라며 나서서 도와주고 싶지 않았다. 그 성질에 도와준다고 나선 나한테까지 뭣이 튈 지도 모를 것 같아 보였다. 임산부는 듣는 말도 고와야 한다는데, 괜히 나서서 애한테 안 좋은 영향 주지 말자. 남편 신발 신어보는걸 도와주고 있는데, 아니나 다를까 그녀가 가게를 나서며 공중에 삿대질을 하며 한국말로 "이 마가장(;불어로 '가게'를 말함) 다시는 오나봐라!!!" 소리를 꽥 지르고 나갔다. 옆에 붙어있던 어려보이는 학생이 불어를 할 줄 아는 것 같던데 머리로 얼굴을 가린 채 고개를 숙이며 따라나갔다.무슨 일로 화가 났는지는 모르겠는데 과히 보기 좋은 모습은 아니었다.
2. GLOBALISATION
자본주의국가에서 태어나고 자라났건만 남편과 나는 세일가가 정상가라고 철떡!!!같이 믿는 소비자들이다. 한국이면 몰라도 적어도 프랑스에서는 그렇다. 더구나 글로벌리제이션이 횡행하는 요즘은 시장에 나오는 의류, 신발은 다 중국, 싱가폴, 아르메니아, 터키 등에서 생산된다. (한국산은 없다. 왜? 프랑스에서 한국산은 '싼 제품' 취급받지 않는다.) 값싼 노동력과 생산비의 감축, 좋다.
그런데 생산비가 다운되었으면 판매가도 다운되야하지 않을까? 실제는 전혀 그렇지 않다. 생산비는 중국, 동남아, 동유럽 수준에 맞추고, 판매가는 서유럽 수준으로 시장에 내놓는다. 가격은 글로벌리제이션 이전이나 이후나 달라진게 없다! 결국, 생산자는 노동력을 착취하는 셈이고, 중간이득을 엄청나게 부풀려 먹는 셈이다. 이걸 70%까지 할인해서 판다고 '눈 가리고 아웅~'을 하는데, 사실 이런 공정을 거쳐 시장에 나오는 물품의 생산비는 유통비를 포함한다쳐도 판매가의 90%밖에 안 들 것이다. 세일을 해도 확실히 남는 장사인거다. 남편과 나는 이 세일된 가격을 물건의 정상가로 여기고 소비한다.
글로벌리제이션이 개발도상국들의 노동자만 착취하는 건 아니다. 서유럽 노동자들의 피해도 만만치 않다. 프랑스가 법으로 정하는 최소법정임금(SMIC)이 시간당 네트 7유로, 주당 35시간 근무로 치자면 월급여 약 1,000유로가 된다. 근데 이걸 중국에다 생산을 맡기면 중국 노동자는 하루 일당 6유로, 주 6일 45시간 근무한다쳐도 약 150유로의 월급으로 생산이 가능하다. 불행하게도 850유로의 차액은 소비자에게 전혀 환급되지 않는다. 생산자의 호주머니로 쏘옥~!!!뒤통수까지 폭신하게 올라오는 의자에 앉아 서유럽 생산자는 자국 공장에서 일하는 친애하는 노동자들에게 편지를 쓴다.
"우리 회사가 중국에 공장을 신축하는데,다음 달부터 한 달에 150유로의 급여를 받고 일을 하든가, 중국 공장에 가서 일을 하든가. 선택을 해서 답신주기 바라오."
프랑스에서 150유로면 성인 1명이 한 달에 입에 풀칠할 정도밖에 안 된다. 월세와 교통비는 어찌하며 식솔은?! 해고장과 다름없는 편지에 선택의 여지는 어느 한 구석에서도 없다. 이렇게 지금 서유럽의 노동자들은 실업자가 되어가고 있다.
인간이 떠드는 이상적인 정치, 경제구조는 말뿐이다.
문제의 원인은 '시스템'에 있는 것이 아니라인간의 이기심에 있다.
* 참고 : 글로벌리제이션의 폐해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중 하나인 <다윈의 악몽>을 엮은글에 묶습니다. 지구 저편에서 인간의 이기심이 이런 비극을 불러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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