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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logie 친환경/Vie saine 건강한 삶

채식하니 20년 묵은 군살이 빠져

채식하면서 살이 빠지고 있습니다.평소에 건강에 문제가 있거나 통통한 편이 전혀 아니어서 굳이 살을 뺄 필요도 없었는데채식을 하면서 20년 묵은 군살마저 빠져나가고 있어요.

2번의 임신에도 불구하고 지난 20년 동안 체중의 변화가 없었거든요.근데 20년 동안 일정하던 체중이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는게 너무 신기하네요. 

 

채식하기 전에 우유를 먼저 끊었어요. 

우유가 칼슘의 보고가 아니라는 믿지못할 사실을 발견했을 때였죠.

그 얘기를 다름아닌 치과의사한테 직접 들었을 때의 충격이란 엄청났어요.

저는 우유 끊기 전과 후의 차이를 잘 모르겠는데,큰아이가 아침식사로 매일 먹던 우유와 네스퀵을 끊게한 지 보름만에 발에 있던 아토피가 거짓말처럼 싹 사라졌지요.

채식을 하게 된 가장 결정적인 동기는 가축용 고기를 어떻게 사육하는 지 다큐를 보고나서였어요.


우유를 먼저 끊었고, 최소한 하루에 한 끼는 먹던 고기를 -완전히 끊지도 못하고- 과감하게 줄이기 시작했어요.

 

초기에, 남편에게 고기 먹지 말자고 큰소리 친 것 까지는 좋았는데 요리를 하려니까 많이 암담했어요.제가 사는 프랑스는 그야말로 동물농장이라고 할 정도로 고기 종류도 많고, 가격도 저렴합니다. 소, 돼지, 닭은 기본이고, 오리, 칠면조, 비둘기, 말, 토끼, 거위 등 다 먹고, 돼지와 소 가공식품도 얼마나 다양하고 많은지 몰라요.

게다가 크리스마스철이면 멧돼지와 사슴, 거위간(일명 '후아그라'라고 하져) 등이 판을 칩니다.

달팽이는 말하면 무엇하리요.. 허나 '고기'가 아닌고로 패쑤~ 

이런 분위기에서 고기를 빼고 요리를 한다는건 상상하기조차 힘들었어요.

맨날 샐러드만 해서 먹을 수도 없고.. 도마 앞에서 황당하던 그날의 기억. OTL

 

한식과 프랑스식을 반반 먹는 상황이라 한국어로는 김옥경씨, 김수현씨의 책과 제가 이곳에서 구한 불어로 씌여진 채식요리책을 몇 권 참고하면서 스스로 연구하기 시작했어요. 한국식 재료를 다 구할 수 없는 상황에서 한국식 채식만 할 수가 없었거든요.

김옥경씨는 고기맛을 낼 때 캐쉬넛을 자주 쓰시는데,제가 본 상당수의 서양 채식 레시피에선 캐쉬넛을 쓰는 레시피를 볼 수 없었어요. 상당히 놀라왔어요. 한국에서 100% 수입에 의존하는 캐쉬넛 없이도 충분히 채식할 수 있다는 얘기죠.

반대로, 서양 채식 레시피에선 동양식 재료를 많이 차용하는데 놀랐어요. 예를 들어, 해조류와 간장을 쓴다는 것들이에요. 

서양에서 살아가는 동양인인 제가 채식을 하려는데는 굉장한 이점이었고, 채식하는게 어렵지 않겠구나.. 길이 보이는 듯 했어요.

 

이 책 저 책 보면서 혼자 공부를 하다보니 

사람의 몸은 채식을 위주로 살아가도록 설계가 되었다는 것도 깨닫게 되었고,

'단백질과 철분을 섭취하기 위해서'라고 광고하는 고기도 실상 광고하는 양만큼 섭취할 필요가 없다는 것도 알게 되었고,

채식한다고 풀만 먹으면 안된다는 것도 깨닫게 되었고,

훨씬 다양하게 먹어야겠구나, 훨씬 다양한 재료로 다양한 방법을 써야겠구나,

어떻게 먹어야 되고, 무얼 먹어야 되는 지... 점점 시야가 터졌어요.

고기가 지천에 깔린 시장에서도 내가 먹을 수 있는게 뭔지 눈에 보이기 시작하더라구요.

 

처음엔 고기를 한 달에 1~2회 정도로 급격하게 줄여먹다가 채식 시작한 지 6개월이 넘는 지금은 한 달에 한번도 고기 안 먹습니다. 1달에 두 번은 먹던 닭고기도 이제 1달에 한 번 먹을까 말까하고, 생선과 조개류만 1주일에 2회 이하 정도 먹고 있어요. 

밥이든 밀이든 통곡식을 하고 있고, 빵도 제빵기를 사서 유기농 밀가루로 집에서 만들어 먹어요. 

지난 8월에 한국에 가있는 동안 외에는 한 달에 2~3번 하던 외식도 1회 이하로 줄었구요.

식당에서 쓰는 재료들, 알고는 못 먹겠더라구요.

예전에도 패스트 푸드를 좋아한 적은 한번도 없지만 슬로우 푸드를 좀더 많이 실천하고 있어요.

 

결과는, 운동을 따고 한건 하나도 없는데 배에 붙었던 군살이 빠지면서 체중이 줄었어요.

군더더기가 없는 몸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사실 많이 빠질래야 빠질만한 살이 많지 않았어요.

눈이 오나 비가 오나 20년동안 일정하던 체중이 아래로 꺽어졌다는 것 자체가 저한테는 너무나 놀라와요.

 

둘째로, 고기 맛이 그리우면 어쩌나.. 염려하던 것과는 상반되게어쩌다 고기를 먹게 되면 다음날 기분이 왠지 찝찝해지고 몸이 찌뿌둥한게 무거워지는 느낌이 들어요.


하루에 한 번 보던 변 습관은 변한게 없구요.

 

얼마 전에 소아과샘을 보러갔는데, 이유식 잘 먹는 우리 애기, 고기와 유제품을 먹이라고 하시데요. 고기 안 먹어도 충분히 건강하게 살 수 있다는 걸 체험하고 있는 터라서 고기 안 주고 계속 이유식 해볼랍니다.고기에 들었다는 단백질과 철분, 채식에서도 충분히 얻어질 수 있는 것이거든요. 공부를 하니까 세상의 잘못된 상식에 맞설 지혜와 용기가 생기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