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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logie 친환경

아마존 원주민 족장님 영접하러 공항에 나가다

아마존에 브라질 댐 벨로몬테가 지어지면 '지구의 허파'라 불리는 4십만ha의 열대림이 물에 잠기고 숲과 강가에서 전통적으로 살아오던 원주민들의 문화가 '아듀~'를 고한다. 이미 지구상에서 사라져버린 부시맨처럼. 오늘 아침 파리에 벨로몬테 댐건설에 맞써 싸우고 있는 원주민 족장 라오니가 온다고 해서 샤를드골 공항에 나갔다왔다.


사실 사흘 전에 연락을 받기를, '라오니가 파리에 오는데 맞이하겠느냐'길래 파리 시내 어딘가에서 자리를 마련하겠지라고 생각하고 '오케~' 했다. 오늘 아침에 연락이 닿아서 모임장소와 시간을 알려주는데, 어.. 샤를드골 공항으로 오라는거다. 친구가 온다고해도 '야, 공항에서 RER선 타고 시내까지 들어와'하는 판에 애초부터 공항으로 모이는 거였으면 안갔을텐데 이제와서 내뺄 수도 없고.. 애기 맘마랑 기저귀를 챙겨서 부리나케 공항으로 뛰었다. 왕복티켓으로 11.40유로 곱하기 2. 궁시렁 궁시렁.. 근데 사실 불만이 많았던건 나보다 애기였다. 오전 내내 유모차에 묶여서 돌아다니질 못했으니까.


10시 45분 도착예정인 비행기가 1시간반 연착해서 12시04분에 도착했다.

터미널도 2F에서 2E가 되느라 유모차 들고 디립따 뛰었다.

기다리다 기다리다 애 밥이나 먹여야겠다 싶어 '언제 나오나' 조마조마하는 마음으로 먹였으나

애가 밥 두 공기를 다 먹을 때까지도 라오니는 나오지 않았다.

12시04분에 비행기가 도착했다더니 라오니는 12시40분이 다 되서야 나왔다.

저기 노란 모자 쓴 이가 라오니 족장님이시다. 



벨로몬테 댐건설 반대를 지지하는 이들에 둘러싼 라오니가 가려서 보이지도 않는다.



한 발 앞서 도착한 이 분은 이마에 '나 아마존에서 왔어요'라고 써있지 않나? 

불어와 원주민 토속어 통역자로 아마존에서 오셨다. 



벨로몬테 댐건설 반대서명을 출력한 것을 이분께 전해드리고 있다.

두꺼운 두 권의 책 속에 102,000명의 서명이 깨알처럼 적혀있다.

8월 20일 라데팡스에서, 8월 22일 프랑스의 브라질 대사관 앞에서

열린 두 차례의 거리 시위에서 이틀동안에만 천 여 명이 넘는 서명을 이끌어냈다.



프랑스에서의 잠자리, 먹거리, 옷, 숨쉬기 등 모든게 다 아마존을 떠나 낯설텐데... 걱정된다.

직행비행기임에도 20시간이나 걸린 여행으로 피로가 역력하다.

이분 연세가 팔십이랜다. 10년은 젊게 봤는데.. 아마존과 자연의 힘인 듯!



라오니 지지자들과 짧은 시간이래도 만남의 자리가 있었기를 바랬는데 왠걸?

그는 곧바로 프랑스 동행인과 함께 승강기에 올라서 사라졌다.

1시간 반을 기다려 50미터의 이동이 우리가 본 전부였다.

그가 사라진 뒤, 번역자께 트위터에서 받은 지지 메시지를 남겨드렸다. 



벨로몬테 외에도 아마존엔 60개의 댐건설 계획이 있으며, 댐으로 인해 인종말살(genocide)이 되고말 원주민들이 여럿 있다. 벨로몬테와 라오니는 이들 모두의 상징적인 의미다. 벨로몬테 댐 건설에 프랑스 굴지의 기업 둘이 참여한다 : 알스톰과 GDF 스웨즈. 라데팡스 시위에 프랑스 언론은 한군데서도 나오지 않았다. 오늘은 기자들 몇이 있던 것 같은데.. 내일 기사가 나와봐야 알겠지.


4십만 ha라고 하면, 연간 1분당 축구장만한 크기의 숲이 사라지는 셈이다. 댐 건설이 진행되면 첫번째 희생자는 4십만 ha의 숲과 그 숲에 사는 동식물, 균류 등의 생명체와 각종 무기물들이 안녕을 고한다. 그리고 숲과 강에서 전통적으로 살아오던 이들 문화가 멸종을 고한다. 그리고 가까운 미래, 우리들 모두가 희생자가 될 것이다. 지구온난화가 가속화 될 것이기에..


설중매를 한 잔 했더니 피로가 스믈스믈 나를 엄습해 졸면서 이 글을 쓰고 있다. 그럼, 이만.


+ 추가분 (9월 21일) ;

라오니의 프랑스 방문이 당일 19일 저녁에 20Minutes에 실렸고, 어제 Metro지에 실렸습니다. 근데 두 기사의 내용이 상이하군요.

20Minutes 기사는 라오니와 벨로몬테 댐 건설반대 서명에 대한 내용이고, Metro기사에 의하면 라오니는 댐건설 반대운동때문에 프랑스를 찾은게 아니라고 써있어요. 건강문제와 인디안 지역에 돈을 대기 위해서라고 써있습니다. Metro에서 나온 듀렁기자는 저도 기억해요. 공항에 나온 라오니 지지자들의 대화에 일일이 끼여들어 수첩에 열심히 적고, 우리에게 질문도 했고, 제 이름도 적어갔어요. 혹시나?했지만 역시나 제 이름은 나오지 않았지만요. ^^; Metro 기사를 읽으니 공항에서 2시간이나 기다렸던 지지자들과 왜 짧으나마 대화의 자리를 만들지 않고 브라질에서부터 함께했던 프랑스 동행인과 함께 승강기를 타고 사라졌는지 알 것도. 그 승강기에 파리쪽 지지자들이 올라탔지만 브라질에서 함께 했던 프랑스 동행인과 -승강기 문이 열린 상태에서- 몇 분간 대화가 오고갔고, 파리쪽 지지자들을 모은 Foundation 직원과 지지자들이 다 내렸거든요. Meto 기자가 훨씬 사실에 가까운 기사를 담았네요. 쭈빗쭈빗해서 초자기자인줄 알았는데 기사를 충실하게 썼네요. 역시 외양으로 판단하면 안돼.



Le chef Raoni en quête de soutien en France contre le barrage de Belo Monte (벨로몬테 댐에 맞써 프랑스에서의 지원을 찾는 라오니 족장), AFP, 20 Minutes 

Brésil : l'étrange silence de Raoni (브라질: 라오니의 이상한 침묵), Anne-Aêl DURAND, Metro -> 아래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