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Parents 교육/육아

고열에 해열제 쓰지 마세요

엄마은 반(half) 의사라는 말처럼 정말 엄마가 된 후로 아이가 아플 때마다 의료지식이 일취월장합니다. 오늘의 포스팅은 고열과 해열제! 감기와 독감이 고열을 동반하지요. 해열제 쉽게 쓰지 마세요. 고열의 메카니즘을 알고나면 이해하기 쉬워요.

바이러스는 온도가 비교적 낮고 건조한데서 오래 살아남는 반면 38도 이상의 고열에서는 힘을 잃어요. 몸에서 열을 내는 이유는 체내에 침투한 바이러스를 죽이기 위한 신체의 자연스런 반응입니다. 고열은 병이 아닙니다. 병을 치유하기 위한 인간의 자연치유방법이지요. 하느님이 빚으신 우리의 몸은 참 신비로울 때가 많습니다. 임신하고 출산하고 인간이 크는걸 가까운데서 지켜보노라면 그 신비로움을 경험하고 지켜보면서 얼마나 감동하고 감탄하는 지 몰라요.

몸은 바이러스를 퇴치하려고 용을 쓰며 열을 일부러 내고 있는데, 해열제를 써서 강제로 열을 내리면 바이러스만 신이 납니다. 바이러스는 활동을 재개하고, 몸은 쉽게 낫지 않아요. 몸은 다음엔 더 높은 열을 내려고 안간힘을 씁니다. 그래야 바이러스를 죽일 수 있으니까 안간힘을 쓰는거지요. 그래서 해열제를 쓰면 쓸수록 다음엔 더 높은 고열이 찾아오는 거에요. 바이러스가 낮은 온도와 건조한데서 살아남는다면 바이러스를 퇴치하는 방법은? 그렇죠. 열을 내고, 물을 많이 마셔야 하지요.

서양의학에서는 열이 나면 옷을 다 벗기고, 찬물에 담그라, 심하면 알콜로 몸을 닦으라고 하지만, 동양의학에서는 정반대로 봅니다. 열이 나면 옷을 몇 겹을 입어도 '춥다'라고 느끼지요? 동양의학 고열이란 몸에 들어온 찬기운을 밀어내기 위해서 몸이 내부에서 뜨거운 열을 내는 것으로 봅니다. 따라서 열이 나면 -상식과는 반대로- 몸을 덮히라고 처방합니다. 그래야 바이러스가 퇴치되고, 바이러스가 퇴치되면 열은 자연히 내린다는 거죠. 다시 말하면, 고열의 포인트는 바이러스를 잡는거지, 열을 잡는게 아니라는 겁니다.

제 경우, 열이 나면 전기요를 최고로 틀고 두꺼운 이불을 발끝부터 목까지 뒤집어 쓴 후 땀이 날 때까지 버팁니다. 이마에 송송 땀이 나고, 온몸이 땀으로 범벅이 되서 속옷이 다 땀으로 젖으면 그때는 일어나 따뜻한 물에 샤워를 하고 옷을 입어요. 두 달 전에 39도까지 독한 감기와 함께 열이 치솟은 적이 있는데, 이렇게 해서 반나절만에 체온이 정상으로 돌아왔어요. 그때 몸살, 오한, 기침, 코막힘 등 한꺼번에 왔는데, 그게 감기였는 지 독감이었는 지는 모르겠어요. 의사를 보러가지 않고 집에서 스스로 간호하면서 나았으니까요.

어른에게 고열이란 37.5도 이상이지만 아이들은 어른보다 몸에 열이 항상 조금 있어서 38.5도 이상을 고열로 봅니다. 체온은 귓속이나 항문으로 재야 정확합니다. 이마로 재는 체온에서 0.5~1도 높은 체온이 진짜 체온이에요. 아이들이 열을 내면 가장 쉽게 할 수 있는건 각탕. 발을 덮히면 온몸이 따뜻해집니다. 상의를 따뜻하게 입히고, 발목에서 5cm 이상 잠길 정도의 따뜻한 물에 발을 담궈주세요. 40도에서 시작해서 5분마다 1분씩 물의 온도를 높여 20분동안 발물을 하는게 원칙인데, 아이들은 38도에서 시작해서 42도까지 해줘도 뜨겁다고 하더라구요. 땀이 이마에 송글송글 맺히면 좋지만 저희 아이를 보면 땀은 잘 안 나더라구요. 그래도 이렇게 하면 열이 1도에서 많게는 2°C 내려갑니다. 각탕 전후에 수분(물), -땀으로 빠져나가는- 염분, 비타민C를 섭취하구요. 발물 마지막엔 14~18도씨의 냉탕으로 마감해주세요. 발의 혈관이 팽창되어 있으면 걷기 불편하거든요. 그냥 바로 가서 잘꺼라면 시원한 물 마감을 안 해도 괜찮아요.

애들이 발물하는 동안 가만히 있을까? 싶었는데 생각보다 발물을 참 좋아하더군요. 영아라거나 몸이 너무 허해서 앉을 힘도 없다거나 잠이 든 경우, 누운 아이의 발에 뜨거운 물을 적셔서 짠 수건을 수시로 갈아가며 덮혀주세요. 밤이면 밤마다 찾아오는 고열에 제가 터득한 또 하나의 방법은 자는 아이의 발에 핫팩을 놓고 이불로 덮어주는 거였어요. 그렇게 20~30분 하면 열이 1도 정도 떨어집니다. 열이 39도에서 38도로만 떨어져도 엄마 마음이 놓이죠.

저희 아이가 비인두염으로 39도의 고열이 찾아왔던 시기에 제 시누의 딸도 고열로 시달렸어요. 일하러 가는 시누는 애보는 사람에게 '38도가 되면 해열제를 주라'고 했지요. 해열제D를 6시간마다 써도 열이 내리지 않자, 시누는 다시 의사를 보러 갔고, 의사는 분자성분이 다른 해열제A를 번갈아 주라고 처방했어요. 해열제D - 해열제A - 해열제D - 해열제A... 이렇게 두 가지 해열제를 3시간 간격으로 처방했어요. 이틀 후에야 아이의 열이 내렸습니다.

반면에, 저희 아이도 같은 이틀밤 고열이 찾아왔어요. 첫날밤은 39도였습니다. 열경기가 한번 왔던 아이라서 긴장하고 있던 저는 '39.3도 이상으로 올라가면 그때 해열제를 주리라' 마음을 먹고 밤새 옆에서 자면서 수시로 깨 체온을 쟀습니다. 열이 있길래 자기 전에 발물 한번 시켰고, 밤중에 발에 핫팩 한번 올려주면 38도로 떨어졌다가 슬슬 다시 39도로 올라갔지만 39도에서 일정하게 유지되었고, 그 이상으로 올라가지 않았어요. 해열제를 주지 않았습니다. 새벽 5시가 되니 정상으로 떨어졌어요. 그 다음 날, 잘 시간이 되자 또 열이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근데 이번엔 38도에서 일정하게 유지되는 거였어요. 방 안의 습도유지 차원에서 젖은 수건을 걸어주는 것과 수시로 체온을 측정하는 것외에는 해열제를 주지도, 아무 것도 해주지 않았어요. 역시 새벽 5시가 되니 정상으로 떨어졌고, 다음 날은 열이 찾아오지 않았습니다. 제 시누나 저나 똑같은 상황이었는데, 시누 딸은 해열제를 3시간마다 한번씩 복용했고, 저희 딸은 해열제 없이 지나갔지만 열은 똑같이 사흘째 내렸지요. 아마 다음에 고열이 찾아온다면 시누의 딸은 40도 이상으로 더 높이 올라가겠지요. 혹시 40도, 41도, 42도로 올라가는 아이들, 고열에 매번 해열제를 처방한 게 아니었는 지 잘 생각해보세요. 열을 일부러 잡으려고 하지 말고, 열의 메카니즘을 이해하고 열을 다룰 줄 알면 몸의 자연치유력이 향상됩니다. 신종플루로 오는 고열도 마찬가지로 대처하세요.

반면에 제 경우, 해열제를 비상으로 두기는 합니다. 언제 쓰냐면, 신종플루백신 포스팅에서 설명했던 바와 같이 열이 40도 이상으로 치달아서 두뇌에 손상을 두지않기 위해서지요. 제 경우, 열이 빠른 속도로 오른다거나 (이건 흔치 않더라구요), 열이 39.3도, 39.5도 이렇게 올라가는데 밤보초를 설 자신이 없을 때 두 경우에 씁니다. 아이가 신종플루백신, 비인두염, 중이염 등으로 지난 보름간 열이 오르락 내리락 했는데 그동안 해열제 딱 세 밤, 그니까 세 번 복용했습니다. 항생제 쓰지 않고 중이염을 치료한 이야기는 다음에 할께요.

아이가 열경기 한번 일으킨 이후로 고열에 대해 공부 많이 했습니다. 열경기가 난다고 바로 뇌에 손상이 가는건 아니지만 열경기라는게 뇌에 가는 산소가 끊기는 거기 때문에 잦은 열경기는 위험합니다. 그리고 열경기를 한번 일으킨 아이는 만 5세까지 열경기가 올 수 있다고 하니 조심스럽게 지켜봐야지요.


의료지식이 늘어나는 건 좋은데, 아이가 아픈건 정말 싫어요. ㅠㅠ

'Parents 교육/육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토피  (0) 2010.04.09
산타할아버지, 양말 속에 초콜렛 넣어주세여~  (0) 2009.12.02
생떼쓰는 아이 길들이기  (6) 2009.1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