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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ualités 시사

한국의 열린 웹을 지향한다

젯밤 글 몇 개 읽고 그 김에 바로 가입을 해버린 카페가 있다. 날이 밝고 난 오늘, 후회하고 있다. 내가 왜 이 짓을? 카페에 올렸던 가입인사인지 답변인지를 읽고 누군가 내 블로그에 찾아와 안부게시판에 비밀글로 안부인사를 하는 듯 하면서 그가 오픈한 '친가족형 스타일의 카페'를 홍보하고 갔다. 미안 하지만 난 친가족형을 지향하는 카페, 정말 싫어한다. 왜? 정말 친해서 '친가족'처럼 되는게 아니라 친한 '척'해야하며, 친해'져야만 하는 의무감'을 갖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게 전반적인 한국문화의 일부라는 것을 모르는 바 아니다.  

 

정보를 주고받기 위해서 가입을 했다니. 그 정보가 내게 정말 불가피한 것이면 모르겠는데, 내가 살고 있는 지역적 특수성 때문에 한국 카페에 올라있는 정보는 내게 50%밖에 효용가치가 없다. 내가 게시판에 업로드를 하기 위해서라면 로그인이 필요하겠지만 게시판의 글을 읽는데 로그인이 필요한 웹은 닫힌 네트다. 한국엔 이런 닫힌 네트가 참 많다.

 

한국의 인터넷 서버들이 여럿인데, 그 안에는 블로그도 있고, 카페도 있다. 불만족스런 점은 왜 이 모든 블로그와 카페가 '유저' 중심이 아니라 '서버' 중심이냐는거다. 유저 중심이 되면 정보 교류가 자유롭다. 카페의 정보를 공유하기 위해서 굳이 가입이란 절차를 밟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다. 그게 내가 지난 밤에 한 일을 후회하게 만들고 있는 이유다. 왜 정보를 공유하기 위해서 로그인을 해야 하는가? 일반적으로 한국에 살고 계시는 분들은 '아니 대체 이 사람이 대체 왜 당연한 일에 태클을 걸지?' 싶을 것이다.

 

검색에 걸린 특정 게시판의 글을 읽기 위해서는 서버에 계좌를 틀어야하고, 까페에 가입을 해야하며 회원으로 인정받아야 한다. 이 얼마나 번거로운 일인가? 이 세상에서 한국어를 할 줄 아는 인구는 한국인밖에 없으며 한국인들끼리 자기 맘에 맞는 인트라넷을 구축한다는데 뭔 상관이냐?라고 말한다면 할 말이 없다. 나의 불만은 번거로운걸 싫어하는 사람의 투정에 지나지 않을 지도 모른다.

 

웹이란 열린세계, 정보의 공유를 위해서 탄생했다. 정보를 공유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전제조건이 따른다.

첫째, 정보의 출처를 공개해야 한다. 누가 어디에 실은 글이며 정보인지 반드시 기재해야 한다. 매우 유감스럽게도 한국 유저들은 이 점을 아주 쉽게 간과한다.

둘째, 정보를 공유하기 위해서 특정 서버에 필수적으로 로그인을 하게 해서는 안된다.정보는 누구에게나 접근 가능한 것이어야 한다. 특정 정보가 특정 연령이나 특정 분야에 제한되는 경우는 예외로 한다. 예를 들어, 국가기밀이 담긴 정보에 누구나 접근하면 안되는 것처럼.

셋째, 로그인이 필요한 경우, 신분증 번호를 요구해서는 안된다.한국의 대다수의 로그인을 요구하는 서버들이 신분증 번호를 필수적으로 요구하는데, 이건 유저를 콘트롤하겠다는거다. 얼마나 닫힌 사고의 반영인가. 짐작컨데 숱한 고단수의 도둑들을 걸러내기 위해서? 생각해봐라, 구글에서 찾아진 정보 게시판에 접근하기 위해서 구글 서버에 로그인을 해야 한다면? 라이코스면 라이코스, 야후면 야후, 네이버면 네이버.. 이런 식으로 모든 서버들이 '우리 사이트에서 정보를 얻어가려면 로그인을 해라'로 나온다면 유저가 얼마나 답답한 지.

 

한번은 한국에 꽃배달 서비스를 주문하려고 했는데, 거의 모든 꽃배달 서비스 업체가 신분증 번호와 함께 로그인하기를 요구하더라. 신분증 번호와 로그인이 필요없는 사이트를 찾으려고 몇 시간을 컴 앞에서 보냈는지 모른다. 프랑스에서도 꽃배달을 주문해봤지만 그들 업체는 로그인도 요구하지 않고 신분증 번호는 더더욱 요구하지 않는다. 자세히 말하면, 꽃을 선택하고 장바구니를 선택, 배달 주소 등 입력하면 카드업체로 연결이 되고, 카드결제 처리가 끝나면 주문이 끝나고, 영수증은 바로 출력을 하든지 이메일로 날아온다. 이들이 사적정보로서 요구하는 건 이메일 주소와 카드결제, 이 둘 뿐이다. 

 

인터넷으로 책을 사든 냉장고를 사든 마찬가지다. 구매자에게 계좌등록을 요구하지 않으며, 계좌를 트기위해 신분증 번호를 묻지 않는다. 생각을 해봐라, 가게에 가서 물건을 살 때마다 그 매장에 손님목록으로 등록을 해야하고, 신분증 복사본을 제출해야한다면 기분이 어떨가? 로그인도 신분증 번호 요구도 쓸모 없다. 구매자는 물품을 선택하고, 돈을 지불하면 된다. 판매자는 구매자에게 그 이상의 어떤 것도 요구할 권리가 없다. 다시 말하지만 인터넷 상거래에서 배송을 요구할 경우에도, 이름과 주소, 전화번호와 이메일을 묻지 신분증 번호를 대라는 곳은 한 군데도 없다.

 

만약 로그인 id나 비번을 잊어버렸을 때는 어떨까? 프랑스 웹의 경우, 이메일 주소로 로그인id를 찾고, 로그인id와 이메일주소로 비번을 찾는다. 주민등록증 번호는 어느 경우에도 요구받지 않는다.

 

정보를 정기적으로 메일로 보내주는 웹에서도 주민증번호는 요구하지 않는다. 필요한 건 단 한 가지, '당신의 이메일 주소를 주세요'. 더이상 뭐가 필요한가? 그리고 왜?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 '우리 카페에서 정보를 얻어가시려면 로그인을 하세요, 그리고 회원가입을 하세요'. 카페가 비밀단체라든가 친가족형이라면 로그인과 회원가입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진실로 정보의 공유를 원한다면 누구나 정보를 올릴 수 있고, 누구나 정보를 조회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면 이런 절차들은 다 사라져야 한다. 회원가입도 가입인사도. 왜 필요한 지 이유를 모르는 짓을 어젯밤에 했고, 그때문에 후회한다. 불행히도 인터넷상의 열린 공간은 한국 웹에서 찾기가 매우 매우 매우 힘들다.

 

넷째, 유저는 다른 유저들을 존중해야 한다. 익명을 악용해서 타인을 무시하거나 비하하거나 비난하는 언행은 유치하고 야만스런 행위다. 광고성이나 음란성 게시물을 올리는 행위도 마찬가지. 불어 웹의 경우, 로그인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해도 악플이나 광고성/음란성 게시물이 게시판을 흐리는걸 본 적이 없다. 

 

(지금 당장 생각나는 것들로) 위 4가지가 지켜지지 않으면 인터넷은 그 진정한 의미를 상실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추가 : 다섯째, 한글전용 프로그램을 깔도록 요구하지 않을 것.

해외에서 접속하는 한국인들이 정확히 수는 세지 못해도 상당히 많다. 나도 그들 중 하나인데, 내 컴은 프랑스에서 구입했으며 불문 윈도우가 깔려있다. 문제는 한국 사이트에 접속할 때, 적잖은 사이트들이 한글로 된 프로그램을 깔도록 요구하는데 이들 프로그램들은 내 컴하고 종종 불찰을 일으킨다. 프로그램을 설치할 때부터 사실 문제가 생기는데, 모든 한글 설치명령어가 불문윈도우에서 다 깨져보여서 대체 뭘 선택해야할 지 조차 알 수가 없다. 다시 말하면 설치를 못한다는거지.. 이런 장애물들, 제발 만들지 말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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