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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ance 프랑스

대통령 1차선거, D-6

프랑스 대통령 선거를 현지에서 보는게 처음은 아니지만 블로그에 상황 중계하기는 처음이다. 대통령 선거 캠페인 분위기가 한국과는 매우 큰 차이를 보인다. (별 차이가 없었거나 한국보다 못했으면 아마도 중계할 마음을 먹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가장 큰 특징은확성기 켜놓고 떠들지 않는다는거다. 확성기 켜놓고 다니지를 않으니까 아주 조용한게 살맛난다. 이 나라에서 확성기 켜놓고 다니는 차량은 딱 한 가지밖에 못 봤다. 바로 써커스. '동네사람들~ 몇 월 몇 일 어디에서 써커스 합니다. 날이면 날마다 오는게 아니에요~ 많이들 와주세요오~' 여기 선거 캠페인은 매~우 조용하다. TV와 라이오 등 미디어를 꺼놓고 사는 (나같은) 사람은 선거운동을 하는지 안 하는지도 모른다. (저는 대신 신문, 관련잡지, 인터넷을 통해서 후보들의 공약과 진행과정을 봅니다. ^^) 

올해는 처음으로 인터넷이 대통령 선거에 등장했다! 인터넷을 통해서 각 후보들의 블로그에 접속할 수 있고, 언제 어느 날 어느 후보가 어느 채널에서 '국민과의 질의응답을 한다'고 하면 그 채널 사이트에 접속해 질문을 등록시킬 수도 있다. TV, 라디오, 신문 등은 매일매일 후보들의 공약, 질의응답, 선거운동 소식, 지지율 등을 전한다.

 

둘째,상대편을 헐뜯지 않는다. 프랑스인들의 장점 중 하나가 사람 흉을 뒤에서 보지않는다는거고, 헐뜯으면서 남얘기하는 사람을 안 좋게 본다는거다. 그런 분위기인지라 선거후보들 사이에서 상대편 후보의 프로그램을 비판은 하되 꼬투리잡고 신랄하게 공격적으로 물고 뜯지 않는다. (그래봐야 서~로 손해!) 미국 언론은 최근 프랑스 대통령 선거분위기를 두고 '신사적인 선거운동'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미국같으면 어림없을꺼라면서.

 

셋째, 동네마다 다니면서 주민들에게 밥 공세, 선물 공세 안 한다. (요즘은 한국도 안 하나요?)

 

그러나 프랑스도 이번 선거 초반, 실수를 했다. 당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고 여겨지는 두 후보만을 언론이 다뤘다. (이 중 한 명은 여성이다. 한국에 대통령 후보로 여성이 나왔다면 분위기가 어떨까? 싶다) 베이루(Bayrou)라는 후보가 여기에 태클을 걸었다. '왜 다른 후보들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습니까? 나도 후보요! 이건 공정보도가 아니요!'라고 항의를 했다. 맞다. 지명도가 높은 후보를 언론이 조명하는게 아니라, 언론이 특정후보의 지명도를 높이고 있는 것이기도 했다. 이후로 언론은 각 후보들을 비중있게 다루려고 노력했다.

 

선거포스터는 시에서 또는 국가에게 지정한 게시판에만 붙인다. 몇 달 전부터 시에서 관리하는 게시판에 후보들의 포스터를 간간이 보아왔었다. 그러더니 선거 보름 전이 되자 '선거만을 위한 게시판'이 생기더라. 그러더니 선거 열흘 전이 되자 게시판 0번에 '안내문'이 뜨고,선거 1주일 전이 되자 드디어 후보들 포스터가 붙더라. 현재 후보는 12명인데, 그 순서는 사다리타기(?) 또는 뺑뺑이 돌리기(?)로 정한다. 후보1이나 후보2가 당선가능성이 많은 한국과는 차이가 크고, 후보들의 순서를 주사위 굴리듯 막판에 내놓는 것도 재미있다.

 

12명의 후보의 공약을 보면 좌파부터 우파까지 각 당 나름의 굳건한 믿음을 갖고 공약들을 내놓는데, 정말 다양하다. 12명의 공약을 이 자리에서 요점정리할 수는 없고 (제게 그 노동을 하란 말이요?!), 좌파와 우파가 그렇게 팽팽이 맞서거니 뒷서거니 땡기니까 프랑스가 굴러가는구나.. 싶은 생각이 든다.

 

오는 4월 22일 일요일, 프랑스 대통령 1차선거가 있는 날이다. 이 중 2명이 2차선거에서 맞붙는다. 과연 누가...?

 

사용자 삽입 이미지

 

대통령 선거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몇 년 만에 뜬금없이 '함 보자'고 연락한 프랑스애가 대화 중 '프랑스 국적을 얻고 싶지 않느냐?'고 묻는다.

나: 왜 프랑스 국적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elle: 프랑스 대통령을 뽑을 권리가 있잖아.

나: 무엇보다, 프랑스는 이중국적을 인정하지만 한국은 이중국적을 인정하기 않기 때문에 프랑스 국적을 취득하려면 한국국적을 버려야해. (같은 행동이 한 나라에서는 합법이고, 다른 나라에서는 불법인거다. 희한하지?) 그리고, 프랑스 국적이 있으면 프랑스 대통령을 위해 선거할 수 있을 것이고, 한국 국적으로는 한국 대통령을 뽑을 수 있겠지. 내게는 어느 나라 국적으로든 대통령 "하나" 뽑기는 마찬가지야.

elle: 그렇겠구나..

 

그러고는 문득 '참, 나는 어느 나라 대통령도 뽑을 권리가 없지?' 싶어 흠찔했다. 왜? 난 재외국민이기 때문에. 다시 말해서,나는 프랑스인이 아니라서 프랑스 대통령 투표권도 없고,한국인이라해도또한 한국 국적을 고수한다해도 한국에 살지 않으니 한국 대통령을 뽑을 권리도 없다. 한 마디로 서글프다. 내 블로그 문지방이 닳던 날 방문했던 한 블로거가 말하길, 재외국민에게 참정권을 주는데 동의하지 않는다고 했다. 한국 사정을 잘 알 지 못하면서 선거를 어떻게 하느냐고? 한국에 사는 한국인일지라도 선거일을 단순히 휴일로만 알고 놀러가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난 그런 자유도 없다. 권리 조차 없기 때문에. 선거를 하는가 마는가는 선거권자에게 달린 일이다. 나에게권리를 달란 말이다. 이제는 예전같지 않아서 ADSL을 통해서 지구 반대편 소식을 실시간뉴스로 접할 수 있다. 이제는 TV, 라디오, 신문에서 한국을 읽지 않아도 인터넷을 통해서 한국소식을 언제라도 접할 수 있다. 이제는 (재외국민에게 선거권을 주는 일이) 가능하다고 본다.elle에게 "난 사실 한국인이라해도 한국에 살지 않기 때문에 한국 대통령 선거에 참여할 권리가 없다"는 말은 차마 못했다. 한국이란 나라, 내 나라가 해외에 있다는 이유로 나, 한국국민에게 투표권을 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밝히기가 차마 부끄러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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