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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ance 프랑스

조류독감과 CPE로 시끌벅적

동남아시아와 중국에서 시작된 조류독감이 터키를 거쳐 드디어 유럽에 상륙. 날이면 날마다 뉴스에 조류독감과CPE로 사회가 시끌~. 어제 저녁에 트루먼 카포트 보고 나오는데 영화관 주변 분위기가  웬지 심상찮아.. 길에 서있는 젊은 학생들, 단순 보행자가 아니라 뭔가 시위가 있었던 듯한 분위기고, 앰블런스가 웽웽~ 거리며 6대가 지나가더만. 아니나달라.. 아침 뉴스에 영화관이 있던 지역에서 심한 시위가 있었노라고 나오대. 시위 진압하던 경찰 하나 머리 깨지고.. 시위가 죄없이 죽어가는 독감에 걸린 새들과 그 새들을 노리는 고양이 때문이겠어? 당근 실업구제책으로 빌빵이 내놓은 CPE 때문이지.

 

CPE가 뭐냐? contrat premiere embauche의 이니셜로 26세 미만의 노동자에 한해서, 고용일로부터 2년 안에 특정한 사유없이 해고할 수 있다는 내용의 노동계약을 말한다. 노동자의 경쟁력을 높이고, 실업자들에게 고른 기회를 주자는 의도로 만들어진 실업률 억제를 위한 새로운 제도다.

 

직장에 일을 하러 온건지 놀러온건지.. 그렇게 일을 하고도 월급을 받냐? 싶은.. 에휴, 내가 네 고용인이었으면 벌써 짤렀다, 싶은.. 서비스정신 제로의 프랑스 노동자들을 개탄하는 나랑 신랑은 '화이팅, 빌빵! 밀어부쳐!'를 외치며 찬성인데,대학생들은 '장장 2년 동안 언제 짤릴 지 모르는 스트레스 속에서 어떻게 일을 하냐'면서 연일시위를 한다. 다수의 젊은 실업자들에게 고른 기회를 주자는 취지인데, 이 제도가 모든 노동자에 해당한다면 물론 난리가 나지.. 난리가! 하지만 그게 아니잖아? 젊은 노동자, 즉 사회초년생들에게 한하는 거라구. 실력없는 일꾼을 추려내버리고 경쟁력을 배양하자는거야.

 

제일 껄적지근하게 걸리는 문구가 '2년 안에 특정한 사유없이 해고할 수 있다'는 거겠지. 근데 사실 보스가 해고하고 싶다면 어떤 사유든지 들어서라도 해고를 할 수 있어요.. 예를 들어 서울의 명동 지사에서 일하던 직원을 저 어디 산넘고 강건너 두메산골 지점으로 발령을 내버리면 사실상 해고와 다를바가 없는거라구. 아니면 아예 책상을 치워버린다거나. 사정이 이쯤되면 '해고'라고 대놓고 말은 안 해도 뻔~히 보이는데, 드러워서 사표를 써버리고 말지.이런 식의 사실상 해고는 비단 26세 미만의 CPE계약 사원에게만 일어날 수 있는 경우가 아니라 40대, 50대 경력사원에게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거라구. 

 

언제까지 니들 '권리'만 주장하며 살꺼니?대체 왜 그리 폭력적으로 시위를 하느거냐 말이야.. 점점 심해지는 CPE 반대시위를 보면 시위대 중에 분명 시위 자체를 즐기는 무리가 있는 것으로 보여. 지난 화요일 저녁에 경찰 세 명 머리 깨지는 것도 모자라서 이제는 시위 도중에 공공기물을 파손하고 거리에 주차된 자동차를 불살라? 혹시방리유에서 소동을 일으키던 젊은이들이 시위대열에 섞인게 아닌가 싶은 의심마저 들어. 아.. 꽃피는 봄이 오니 데모의 계절이 시작됐다 이건가? 20대 초반의 젊은 청춘들아, 너희가 걸어잠근 대학 문 열고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고전분투하렴. 미래는 걱정하는 자의 것이 아니라 준비하는 자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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