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들이 손수건을 필수적으로 지니고 다니던 시절이 있었고,
환심사고 싶은 남자 앞에서 그걸 떨어뜨리면 "아가씨, 손수건.." 줏어주며 눈 마주치던 때가 있었다.
남편을 '미스터', 부인을 '미세즈'로 부르던 시대가 있었고, 그때는
줄줄이 낳은 딸들을 어서 시집보내버리는게 가계를 돕는 장한 일이었던 때가 있었다.
전철도 버스도 없이, 자동차나 말은 있기는 있었지만 이도저도 안되면 하루 종일을 걸어서 옆동네로 이동해야 했던 시절이 있었다.
마차에 올라타는 걸 도와주다 어쩌다 스친 손끝에 손마디가 다 짜릿하던 시대가 있었다.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 두근대는 심장을 꽉꽉 누르며 공손하게 "시간 뺏어서 미안하다"며 말한다..
성난 여인 앞에서 조용히 발돌리고 비를 온통 맞으며 가는 남자가 있었다.
말달리며 떠나가는 남자가 앞뒤로 빼곡히 써내려간 편지에 눈물 고여하던 여자가 있었다.
빗나가는 만남을 어찌 한번 잡아보지 못하고 발만 동동 구르던 선남선녀들이 있었다.
안개가 떠오르는 새벽, 밤새 그 먼 길을 걸어온 남자를 그저 손만 슬며시 잡아주고, 입술이 아닌 잡은 주먹 위에 키스를 하는 연인들이 있었다.
닭살돋게 이름 부르지 않고 '미스 엘리자베스' '미스터 달씨'라고 멀찌감치 부르던 시대가 있었다.
그래도 그렇게 키스 한번 못 해보고, 손 한 번 안 잡아봤어도 한번 본 눈길에 마음이 온통 활활 타올라 평생을 함께했던 시대가 서양에도 동양에도 우리의 과거 속에 있었다.
아...... 100 여 년 전에 그런 시절이 있었던가?
공룡이 날아다니는 시대마냥 멀게만 느껴지는 어색함.
그러나 자연도 사람도 공기도 순수했으므로 아름다운 시대.
하고픈 일 다 못 해보고 나이 차면 시집가는게 최고의 덕목이었던 시대.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을 영화로 보다.
© Mars Distribution
Affiche françai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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