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여왕, 플레르 펠르랑
한국에서 태어나 프랑스에 입양된 프랑스 장관에게 한국 언론은 월계관을 씌우고 있다. 애국적인 제스춰? 그것만은 아니다.
"한국계 첫 프랑스 장관, 김종숙"이 서울의 언론을 달군다. 플레르 펠르랑이 쟝-마크 에호 정부에서 중소기업/디지털경제 장관으로 임명된 다음날, 펠르랑 장관은 한국 기자들이 자신의 출생 당시의 한국어 이름을 부르는 마술을 보았다. 생후 6개월때 입양된 후로 한번도 모국을 밟아보지 않았던 그녀는 불과 몇 시간 만에 모국인 한국의 국가적 자부심의 대상이 되었다. 우아한 펠르랑 장관이 끈있는 가방을 메고 첫 장관 각료회의를 위해 엘리제궁에 도착하는 사진은 한국의 최고 일간신문인 조선일보 1면에 실렸고 (조선일보 기사 바로가기), 다른 거의 모든 언론에도 실렸다. 또다른 큰 보수언론인 동아일보는 그녀에게 한복을 입고 있는 예쁜 그림도 그려주었다. 국영방송 KBS는 이 스타에 대한 기사를 프랑소와 올렁드 대통령의 취임식보다도 먼저 다뤘다.
국적이 혈연으로 요약되는 나라에서 플레르 펠르랑의 장관 임명은 마치 애국적인 성공인 양 소개되고 있다. 코리아 타임즈의 윤서영 기자는 "한국인들은 이 소식으로 굉장한 자부심을 느끼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펠르랑은 같은 인종그룹에 속하거든요."라고 설명한다.
"이 소식을 듣고 저는 1970년대에 경제적인 어려움 때문에 굉장히 많았던 입양인들의 슬픈 이야기들이 떠올랐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전세계에 한국인들의 능력을 보여주는 것이지요"라며 김홍산(공무원, 54세)씨는 뽐내며 말했다.
1973년 서울생의 프랑스 새 장관이 한국의 수도의 길가에 버려졌다가 발견되어 프랑스 가족에 입양된 뒤 모든 교육을 받았다는 사실은 (그들에겐) 별로 중요하지 않다. 프랑스에서는 그녀가 공화주의적 학교의 성공사례로 소개되고 있는 반면, 서울에서는 해외에서 "성공한" 한국인의 반열에 올라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의해 뽑혀 세계은행의 새 총재가 된 미국 시민 김용이나 하와이에서 태어났지만 조용한 동방의 나라의 가족을 둔 탁월한 재능의 골퍼 미쉘 위처럼말이다.
따라야 할 모델
최근 새 장관은 주요 언론들과의 수없는 인터뷰를 통해 그녀가 완전히 프랑스인이라는 것을 환기시키고 있지만, 파리와 서울간의 관계를 돈독히하는 것도 중시하고 있다. 플레르 펠르랑은 조만간 조상의 땅에 처음으로 방문하고 출생과 연관된 관계를 다시 맺을 기대를 하고 있다. 그녀의 이야기를 쓸 계획도 갖고 있다. "입양된다는 것이 장애임과 동시에 내 성공의 동력이었다"고 펠르랑은 조선일보에 설명했다. 그녀의 행로는 장관직에 오르는데 실패한 녹색당의 쟝-뱅상 쁠라쎄 의원을 떠올린다. 그도 한국출신이기 때문이다. 지난 해 쁠라쎄씨는 고아원에서 자랐던 이후로 처음으로 서울에 되돌아가기 위해 외무부장관과 한 시간동안 면담을 가지는 등 VIP급 대접을 받고 레드카펫을 받을 권리가 주어졌었다.
플레르 펠르랑의 승진은 이 세상에서 가장 단일화된 사회 중 하나인, 이제 동화를 막 시도하는, 동방의 조용한 나라에 다양성에 대한 논의를 다시 던질 지도 모른다. 주로 동남아시아 이민자들을 싫어하는 외국인 혐오자에 대해 정부가 조치를 취함에도 불구하고, 보수여당인 새누리당은 이 기회를 빌어 따라야할 모델로 새 장관을 지목했다. "기회의 균등을 보장하고 사람들의 출생에 따라 차별하지 않는 사회, 프랑스의 이런 임명을 한국은 교훈으로 삼아야한다"고 확언했다. 급속한 인구고령화에 봉착한 아시아 경제서열 4위인 한국에 외국으로부터의 이민이 기록적으로 증가하면서 외국인을 싫어하는 이들이 다시금 늘고 있다. 지난 4월, 필리핀에서 태어난 첫 외국계 국회의원인 이 쟈스민씨가 국회에 입성했을 때, 인터넷 사용자들로부터 숱한 모욕을 받았다.
세바스티앙 팔레티, Lepoint 한국특파원 (5월18일자 기사 원문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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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르 펠르랑이 프랑스 장관으로 임명된 후, 한국 언론은 너도나도 할 것 없이 서로 '한국계 프랑스 장관 첫탄생'이라며 환호성을 쏟아놓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성인이라는 언론인들이 어쩌면 그리도 부끄러운 줄 모르고 개드립을 치는겁니까? 경제적인 어려움 때문에, 아니 그보다는 미혼모와 그 자녀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주지 않는 부계 중심 사회에서 매정하게 버렸다는 사실은 까맣게 잊고, 어떻게든지 '성공만하면!', 그 핏덩이을 길바닥에 버리고서 30~40년 후에 어떠케든 성공만하면!!!, 그제서야 '자랑스런 한국의 아들/딸'이라고 찾아가 손 내밉니까?!! 어쩌면 그리도 사람으로서의 창피함을 모르는지요. 성공만 하면 버린 자식도 내 자식이고, 성공하지 못하면 내 자식이 아닌겁니까?
새누리당의 개념없는 멘트에 대해서도 한 마디. 프랑스가 한국보다 훨씬 민주적이고, 자유적인 사회이긴 하나 사회에서 어느 선에 오르면 비유럽인에게는 문 걸어닫는 닫힌 사회라는 걸 모르시나보다. 개드립치는 한국 언론과 마찬가지로, 펠르랑 장관을 프랑스인 부모 밑에서 자란 프랑스인으로 보질않고, 자신과 외모가 비슷하니 한국인이라고 착각하신 탓이겠다. 지난 주에 파리에서 2010년 5월에 개정된 한국의 국적법 설명회가 있었다. 한국 법무부에서 직접 파견나오신 분이 새 국적법에 대해서 설명하고 특히 복수국적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고 가셨는데, 그때 그분 말씀이 '쁠라세 의원과 플페랑 장관 등 요즘 한국계 프랑스 정치인이 많이 늘고 있는 관계로 우리도 한국입양아에 대한 국적문제를 좀더 완화하려고 하고있다'셨다. 자기 밥그릇 하나 챙겨먹지도 못하는 어린 것을 내다버릴 때는 언제고 다 성장한 다음에, 그것도 성공하니까 '우리 편~!'? 나도 한국인인데 왜 이런 사고방식에 적응이 안되는지 모르겠다. 이와 관련해서 '당신도 한국인'식의 현재 대한민국 복수국적 제도의 맹점을 더 이야기하고 싶은데, 이건 다음에.
34년만에 노숙자로 발견된 팀, 그 후 이야기, 프레시안 (2012. 7. 2)
기독교는 과연 입양을 지지하는가?, 프레시안 (2011. 12. 31)
미국 입양된 아이가 34년만에 이태원 노숙자로 발견된 사연, 프레시안 (2011. 10. 6) *** : "사실 한국 정부나 사설입양기관들은 토비 도슨처럼 성공한 입양인에게는 열광하고 팀처럼 실패의 늪을 헤매고 있는 입양인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비존재화 시킨다. 국가가 무엇인가? 성공한 사람들에게 열광하라고 국가를 세운 것은 아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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