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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ance 프랑스

파리 '우리는 99%' 시위현장 (Occupy France)

어제 금요일 저녁, 라데팡스 개선문 아래 '우리는 99%' 시위를 400명이 했다는 기사를 접하고 오늘 파리에서 전시를 보고 돌아오는 길에 라데팡스에 들렀다. 이곳에서 occupy 시위가 열리고, 시민들이 숙박을 하기 시작한 지는 1주일 됐다고.


'우리는 99%' 시위 가면



'우리는 99%. 더이상 침묵하지 않겠다'



'당신의 자리를 찾는 독립공화국에 오신걸 환영합니다'



신개선문 아래 깔린 경찰 차량을 보라. 총 12대 대기 중.



오른편에 보이는 부스는 안내소. 이곳에서 occupy시위에 대한 기본적인 안내받을 수 있고, 인쇄자료를 얻을 수 있으며, 그날의 스케줄과 캠프 안내도를 볼 수 있다.


시위대 주변을 둘러싸고 같이 밤새는 경찰들.

한 젊은 학생에게 경찰과 무력충돌은 없었냐고 물어보니 시민쪽에서 폭력을 쓴 적은 없는데
며칠 전 경찰이 시위대의 물품을 부수고 시위자 몇 명에게 폭력을 행사했다고 증언했다.




11월 12일 토요일 일정. 

매일 저녁 7시면 회의가 시작된다.


시위자들에게 필요한 목록과 캠프장 안내도. 

시위자들에게 필요한 목록에는 생필품 뿐만 아니라 대자보와 포스터를 작성하는데 필요한 물품들이 적혀있다.






샌드위치를 만들고 있길래 '사먹을 수 있는건가요?' 물어보니 '돈 내는거 아니'란다. 옆에서 하는 회의가 다 끝나고 사람들이 이리로 오면 먹을꺼란다. '저도 먹을 수 있나요?' 물어보니 '그렇'단다. 이들이 빵을 자르고 뭔가를 바르고 있길래 식사를 준비하는 줄 알았는데, 그건 또 아니랜다. 모두가 다 각자 자기의 샌드위치를 만들어 먹는거랜다. 같이 앉아 먹고 얼마 기부를 하고 오려고 했는데 밤 10시까지 있다가 추워서 그냥 왔다. (집에 왔더니 먹을게 없더만.. 쪼로록~)




이곳이 시위장 한가운데에 있는 회의장.

서로 모르는 낯선 대중이 모여 질서있게 회의가 진행되는 모습이 퍽이나 인상적이었다. 발언을 원하는 사람은 사회자가 갖고 있는 종이, 즉 목록에 등록해야 한다. 목록에 적힌 순서대로 일어나서 시위에 대한 자기 생각이나 느낌을 자유롭게 표현한다. 현상황에 대한 비판일 수도 있고, 2년 전 해고된 자기 얘기일 수도 있으며, 시위분위기에 대한 개선점을 토로하기도 한다. 외국인이든 청소부든 유색인종이든 누구에게나 발언할 권리는 평등했다. 1시간 반 앉아있다 왔는데 어느 누구도 육두문자나 인신공격을 하지 않았다.

흥미로운 건 이들에게 무언의 제스춰들이 있다는 사실! 중간에 누가 질문을 하는 바람에 사회자가 설명을 해줬다. 얘기를 듣는 도중 동의를 나타날 때는 박수 대신 양손을 높이 들어 반짝반짝 손을 흔드는 시늉을 한다. (사랑해~ 많이 많이~할 때, 그 '많이 많이' 동작. 방귀대장 뿡뿡이를 보신 분들은 이해하리라!) 마이크가 없는 상황에서 발언 도중 박수를 치면 말이 안 들리기 때문이다. 발언이 끝날 때, 박수는 원칙적으로 치지 않았다. 하지만 발언에 동의하는 바가 크면 발언자가 앉을 때 박수가 나왔다.

예를 들면 이렇다. 한 여성이 말했다. "난 발언이라기보다는 여기서 느낀 2가지를 말하고 싶어요. 첫째, 여기 시위자 중에 여기서 자는 사람과 안 자는 사람 사이간에 위계의식이 생기는 것 같아요. 여기서 자든 안자든 이 시위에 동참한다는 것이 중요합니다. (청중들이 침묵 속에서 찬성 몸짓을 열렬히 보냈다) 둘째, 이 시위는 비폭력 원칙인데, 우리 안에서도 폭력을 쓰는 이들이 있는 것 같아요. 서로를 존중하면서 친절하게 대했으면 좋겠습니다. (청중들 다시 침묵 속에 찬성 몸짓만)"

반대 의사를 내비치는 동작도 정해져있긴 하지만 내가 앉아있는 동안 한번도 보지 못했다. (한 팔을 들어 위아래로 흔듬)

발언권도 없는 사람이 말을 해서 발언자의 말을 끊는 경우가 생기면, 머리 위에 양팔로 큰 항아리를 만든다. '그만 얘기해. 말 끊지마!'의 표시.

지루하게 똑같은 말을 반복하는 경우, 양팔로 물레방아를 돌리듯이 둥글게 둥글게를 그려보인다.

발언시간이 너무 늘어난다 싶으면 양팔을 가위모양으로 만들어 보인다. '그만 혀!'

술 취한 사람이 소리를 지르거나 누군가 시끄럽게 하거나 소란스러우면 대중들이 대번에 서로 '쉬잇~!'하며 주의를 준다. 사회자가 주의를 줄 필요도 없다. 대중들이 알아서 주의를 주기 때문에. 술에 취한 사람들이 몇 있었는데, 몸을 덮힌다는 이유로 술 마시는 걸 자제하라는 의견이 자체적으로 나오고 있었다.

위에 적힌 몇 가지 제스춰를 갖고 발언자이면서 동시에 청중인 시민들은 매우 질서정연하게 회의를 진행하고 있었다. 회의가 끝나면 샌드위치를 각자 싸먹으리라. 그리고 달밤에 잠을 자겠지. 라데팡스 광장을 점거하고 이렇게... 얼마나.. 갈까... Occupy 시위에 찬성은 하지만 시위를 해도 잠은 집에 들어가서 자고 씻고 했으면 좋겠는데.


Occupy France 전경. 왼쪽 상단에 밝게 뜬 건 어영청 뜬 보름달

난 밤 10시경에 집에 들어왔다. 춥더라고... 이곳에서 자는 사람들은 더하겠지. 다음 주면 3~10도라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