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6월의 첫일요일, '어머니의 날(fête des mères)'이다. 곧 만 6세가 되는 딸애가 유아학교(école maternelle)에서 만든 선물을 금요일부터 자기 책상 밑에 꽁꽁 숨겨놓고 안 보여주더니 (뭔지 보기는 다 봤다만 안 본 척, 아니 못 본 척~했다), 오늘 아침 마당에 나가 태극권을 하고 있는데 뒤에서 부른다. 태극권 끝내고 들어오니 내 책상 위에 올려놨다는 선물. 그림을 그려 손으로 만든 카드와 베고니아, 화분마저 손으로 그림을 그렸다. 올9월이면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딸래미, 그림도 글씨도 꼼꼼함도 해가 갈수록 발전한다. 왼쪽에 짧은 머리의 큰 여자는 엄마고, 오른쪽에 긴 머리의 작은 여자는 자기인가보다. 난 보통 바지를 많이 입고 다니는데, 지난 주말에 입었던 원피스가 인상적이었는지 원피스 입은 내 모습을 그렸다. 그 위에 하트모양의 꽃이 웃고 있고, (늘 그렇듯이) 파란 하늘에 해가 반짝.
학교에서 화분까지 준비해 베고니아를 나눠준 배려가 참 고맙다. 베고니아는 키우기 무척 쉽고, 꽃도 서리가 내릴 때까지 오래 핀다. 참고로, 프랑스에선 어머니날/아버지날에 정해진 특정한 꽃은 없다. 가만히 베고니아 화분을 보고 있자니 한국에 있을 때, 어버이날이면 댕강 모가지가 잘려나갔던 수 천 만 송이의 카네이션이 떠오른다. '어버이 날'엔 학교에서 늘 편지쓰기를 시켰다. 그게 강제적으로 느껴져서 왜 그렇게 싫었던지. 카네이션과 함께 편지를 드리는 걸로 하루가 무사히 지나갔고, 머리가 크면서 편지쓰기는 건너뛰었던 것 같다. 엄마는 편지를 받지 못해서 못내 아쉬워하셨지만 나는 머리를 쥐어짜며 말못한 사연은 제껴두고 감사했던 기억만 추려내어 수업시간에 편지쓰기를 해야한다는 의무감에서 벗어난다는게 얼마나 홀가분했던지! (추가로,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군인에게 편지를 쓰라는 시간도 정말 싫었다.) 여튼 편지는 없이 카네이션만 드리다가 더 커서는 가슴에 카네이션도 안 달아드려 저녁에 입이 이만큼 나온 엄마를 식당으로 모시고가 (물론 내 돈이 아니라 오빠 돈으로) 비싸고 맛난거 사먹는 걸로 대치되었던 기억이 주마등처럼 휘릭휘릭 지나간다.
6월의 셋째 일요일은 '아버지의 날(fête des pères)'이다. 딸아, 머리 쥐어짜지말고 네가 평소에 느끼는 마음 그대로, 표현하고 싶은 만큼 자유롭게 표현하렴. 내가 받아온 교육과 다른 교육으로 아이를 키우고 싶은, 그래서 좋은 부모, 좋은 엄마가 되는게 과연 무엇인지 아직도 고민하며 노력하는 엄마가.
2012년 런던올림픽을 위해 P&G에서 만든 '어머니 날' 캠페인 - 찡한 동영상 꼭 보시길.
자는 아이를 깨우며 시작하는 하루, 동서양을 막론하고 아침에 애들 깨워 학교 보내기 쉽지 않구나. ㅎㅎ
Le métier le plus difficile et le plus beau 가장 힘들고, 가장 아름다운 직업
Merci, maman. 고마와요,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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