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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varde 잡담

아이와 함께 정원일을 하다

오후에 정원일을 했다. 오두방정 딸래미가 삽을 들고 나서서 도와준다고 난리다. 땅도 파고, 씨도 뿌리고, 물도 뿌리고, 잡초도 뽑고, 뽑은 잡초는 봉지에 담았다. 땅을 파는데 지렁이가 나왔다고 흠찟 놀래더라. "지렁이가 있는 땅은 좋은 땅이야. 지렁이는 땅을 비옥하게 하거든"
공동정원에도 사흘째 내가 물을 주고 있는데, 딸애가 거들겠다고 서둘러 뛰어나왔다. 아이에겐 정원을 돌보는 '일'조차도 '놀이'인 것이다. 아이와 땅이 친해지는 걸 보고 있노라면 참 흐뭇하다. 내가 가르쳐주는 것 이상으로 자연은 아이에게 큰 배움의 장이 될꺼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요사이 딸기꽃이 한창이다. 지난 겨울에 시아버님께서 한 짐 지고오신 거름을 주었더니 확실히 잎사귀와 꽃이 크고 튼튼하다. 나 자신에게 넉넉해지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나도 나이가 (또 or 더) 들었구나, 싶다. 아빠가 보내주신 씨앗들, 땅이 쬐만해서 다 뿌리지 못하는게 유감이다. 해가 가면 발아률도 떨어질텐데... 숲에가서 휘이~ 뿌려주고 올까? 생명과 생명력 앞에서 잠시 고개를 숙이며 다시 한번 감탄한 오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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