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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ance 프랑스/Cinéma 영화

사강(Sagan)과 라몸(La Mome)

나는 사강을 모른다. 프랑스인들에게 들어서 대강 소문은 아는데 어떤 인물이었는지 궁금해서 영화를 봤다. 영화는 2008년 6월에 개봉됐고, 지난 이틀동안 TV에서 해줬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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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의 한 장면

 

유명인을 소재로 한 영화들이 많은데 이 영화 <사강>만큼 등장인물에 집중되지 않기는 참 드문 것 같다. 유명인을 소재로 한 영화를 볼 때, 초반에는 배우와 등장인물이 겉돌다가도 영화 중반에 들어서는 배우가 눈에 안 보이고 등장인물에 녹아들어가 내가 영화 속에 몰입이 되야 하는데, <사강>에서는 저 배우가 사강을 연기한다는 느낌이 끝까지 드는 통에 영화에 몰입이 안되서 혼났다. 사실 이 영화뿐만이 아니다. 내 편견인지는 몰라도 Sylvie Testud가 연기하는 영화에는 한번도 등장인물에 집중을 하지 못했다. '저 사람은 배우야. 지금 연기를 하고 있는거야'란 생각이 떠나질 않아서. Sylvie Testud는 좀더 자신을 처절하게 버려야 등장인물 속으로 완전히 동화될 수 있을꺼라고 본다.

 

공교롭게도 올해 프랑스의 유명한 여자 인물을 소재로 한 영화를 두 편 보게 되었다. 에디뜨 피아프를 그린 <라몸(La Mome)>과 프랑소와즈 사강을 그린 <사강(Sagan)>. Sylvie Testud는 두 영화에 다 출연한다. ㅎㅎ 한번은 조연으로, 한번은 주연으로. 두 영화를 비교해보면, 영화 작품면에서나 여배우의 연기면에서나 <사강>이 <라몸>에 많이 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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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몸>의 미국 개봉시 포스터

 

두 영화를 비교해보면 참 재미있다. 둘 다 프랑스에서 내로라하는 유명인물, 그것도 여자인물을 다루고 있다.영화 <사랑>은 프랑소와즈 사강의 일생과 어떤 인물인지 궁금한 (나같은) 사람에게 적합한 다큐멘터리가 될 것이다.사강이란 인물과 그 주변 사람들의 생활이 맘에 드는 지 안 드는 지는 둘째. 그리고 우리말 검색에 의하면, 사강이 남성 스타일의 의상을 주로 입었다고 하는데영화에 의하면 치마도 상당히 자주 입고 나온다.

 

반면에실존했던 인물을 다루기 때문에 다큐멘터리가 될 소지가 농후해 자칫하면 지겨워질 수도 있는 작품을 진짜 '영화'로 만들어내긴 힘든건데 <라몸>은 연대를 뒤집박죽 뒤섞어 놓아 그런 틀에서 탈피하려고 애썼다. 애를 너무 많이 써서 영화 보고 나니까 연대 맞추느라고 머리가 아파서 두통약 먹었다는. 시간을 앞뒤로 왔다갔다 수도없이 왕복하기 때문에 몇 년도 장면인지 유심히 봐야한다. 또한 피아프의 애인이 사고로 죽은 뒤 그걸 노래로 풀어내는 장면은 현실과 꿈이 잘 섞여 감독의 역량이 두드러져 보이는 장면이다. 애인의 부고 소식을 듣고 정신없이 집 복도를 뛰어가는데 무대로 바로 연결되서 <사랑의 찬가>를 부르는 장면말이다.연기면서에서도 Marion Cotlliard는 에디뜨 피아프를 완벽하게 소화해내서 프랑스 뿐만 아니라 미국에 건너가서도 최우수 여우주연상을 받는다. 미국이 프랑스 영화에 상을 주는건 참말로 드문 일인데. ㅎㅎ

 

사강(1935~2004)이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나 소르본느 대학을 다니고 (결국은 중퇴하지만 어쨌거나) 죽기 몇 년 전까지 평생을 돈걱정없이 부자로 놀멘놀멘 살아가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에디뜨 피아프(1915~1963)는 가난하고말고는 둘째치고 태생과 성장과정이 참 박복했다. 아버지는 써커스 곡예사였고, 엄마는 거리에서 노래하는 가수였으며, 친할머니는 매춘부들의 돈을 챙기는 포주였다. 엄마는 돈없어 밥도 못 먹이고, 아빠가친할머니한테 갖다 맡기는데, 상상을 해봐라. 창녀촌에서 크는 애를.소르본느는 커녕 학교에 한번도 다녀본 적이 없고, 거리에서 노래를 해 갖다받치고 남은 돈으로 생활을 영위해가는 일명 거리의 소녀였다. 교육을 받은 적이 없기 때문에 말을 했다하면 엄청난 막말이 튀어나온다는. 사강 주변엔 사람들이 끊이지 않고, 주변 인물들이 패션디자이너와 부유층, 대통령임에 반해, 피아프의 친구는 단 하나, 거리에서 노래하며 구걸하던 때 같이 다니던 단짝이다. 에디뜨 피아프, 바닥인생에서 시작해서 참 파란만장한 삶을 살다갔다.사강이말년을 빈털털이로 지내다가 69살에 외롭게 죽은 반면, 피아프는 47년의 짧은 인생의 말년을 많은 사람들의 관심 속에서 끝맺었다.

 

한국에 두 영화가 나왔는 지 모르겠는데 관심있는 분은 기회가 되면 꼭 두 개 다 구해다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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