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느므느므 좋았던 지난 주말, 파리에서 12km 떨어진 근교 말메종(Malmaison)에 있는 황후 조세핀의 전원주택에 갔다왔습니다. 나폴레옹의 자취가 곳곳에 남아있어요. 당시엔 그 근처 일대가 모두 그 집에 딸린 정원이었는데, 지금은 집(샤또)과 작은 정원만 박물관으로 남아있고, 정원에 속했던 땅의 일부는 지금은 일반에게 공개된 공중공원으로 쓰이고 있어요. '일부'라고는 하지만 '일부'라는 그 공공 공원의 넓이가 18헥타르니까 당시 조세핀의 전원주택에 속했던 정원은 얼마나 넓었을까요? 그 집 일대 전체가 다 개인정원이었죠모. 왕비도 아니고, 황후라잖아, 황후!!!
나폴레옹이 이집트에서 돌아와 조세핀과 함께 이곳에 처음 들렀을 때, 조세핀은 이 장소에 반하게 되어 이 집을 당장 사기로 합니다. 그녀에게 지름신은 대단하여서 집을 다 부숴버리고 다시 지으려고 했답니다. 이 무지막지한 계획에 나폴레옹은 반대를 하고 옥신각신 끝에 합의를 본 게, 개조를 하자! 양쪽에 보내는 두 개의 날개 건물은 조세핀이 살던 당시에는 없었던 부분이고, 사후에 또 다시 개조되면서 증축된 부분입니다.
입구에 중앙홀이 있고, 당시에는 회전하는 거울이 있었다고 해요. 지상층에서 왼편으로가면 음악홀과 무척 큰 당구대가 있는 당구장이 있어요. 당시에는 여성들이 당구를 즐겨 쳤다고 하더군요. 오른편으로는 식사하는 곳, 군무회의를 자주 열었던 회의실과 나폴레옹의 서재 등이 있습니다. 당시에 나폴레옹이 이 집에서 회의를 자주 열었기 때문에 당시 말메종은 파리에 버금가는 정치의 산실이었습니다. 나폴레옹의 학구열이 얼마나 대단한 지 밤에 자다가도 서재에 슬그머니 내려와 책을 읽으며 공부를 많이 했다고하죠. 때문에 밤에 사람들을 깨우지 않게끔 주택의 중앙복도를 통하지 않고 침실에서 서재로 바로 내려가는 비밀통로가 있습니다. 서재에서 꺼낸 문서와 책들을 한눈에 다 펼쳐놓고 볼 수 있게끔 하려고 나폴레옹의 책상은 특수하게 주문제작되어 길이가 일반 책상의 두 배가 넘습니다. 그렇다고 지금부터 큰 책상 주문하는 분들! 책상만 크다고 공부 잘 하는 것은 아니겠죠? 자다가 몰래 일어나 공부하라지 않습니까? ㅋㅋ
여튼 나폴레옹은 군사, 행정, 교육, 수로, 의료 등 매우 다양한 분야에 이르기까지 국가시스템을 만들어 정립했는데, 그 시스템이 워낙 탄탄하게 잘 만들어져서 현재까지 프랑스에 살아내려오고 있을 정도지요. 그 이유로 저희 남편은 '나폴레옹만한 지도자는 없다, 그는 매우 드문 천재다'라며 나폴레옹에 대한 존경심이 대단합니다. 천재는 타고 나기도 하겠지만 밤에 일어나 혼자 서재에 내려와 연구를 할 정도의 학구열에 있으니 나폴레옹이란 인물이 나올 수 있지 않았겠는가하는 싶었어요. 그냥 타고나는 건 없구나, 갈고 닦아야 되는 거구나, 너무나 당연한 얘기를 새삼스레 다시 느꼈네요.
그가 죽을 때까지 사랑한 조세핀, 그녀의 드레스와 장신구, 찻잔, 식기들도 2층과 3층에 전시되어 있습니다. 사치가 대단하여서 엄청난 빚을 끌어다 쓰면서도 옷과 장신구를 끊임없이 샀다고 하지요. 오죽하면 이태리로 전장에 나간 나폴레옹이 조세핀에게 보낸 편지에 '돈 좀 고만 펑펑 써!'라고 했을까요. 조세핀이 소장했던 손수건이 900장, 블라우스가 500장이랍니다. 2층(1er etage)에 올라가면 개인공간인 침실이 있는데, 나폴레옹의 침실은 황제의 침실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평범하다못해 소박할 정도였어요. 그곳엔 긴 더벅머리의 시골 총각 나폴레옹의 오래된 초상화가 걸려있습니다. 나폴레옹이 애 둘의 유부녀 조세핀을 만났을 당시 그런 모습이었다고 하지요. 나폴레옹이 전쟁에서 썼던 칼을 전시해놓은 방이 있고, 그 옆방에는 다비드의 유명한 나폴레옹의 초상화 원판이 걸려 있습니다. 오스트리아를 치기 위해 알프스를 넘어간다는 천재적인 전략의 나폴레옹을 그린 그림입니다.
나폴레옹이 단신이라고들 아는데, 그건 사실 나폴레옹을 얕잡아보려는 영국사가들이 '말에도 올라가지 못할 정도로 작았다'고 비하하는데 기원했을 뿐이고 실제로 작은 키는 아니었다고 합니다. 169cm로, 당시 성인 남성으로서는 매우 평균적인 크기였다고 해요. 한국을 폄하하려는 일본이나 프랑스를 폄하하려는 영국이나 섬에 사는 옆나라는 대륙에 사는 옆나라를 깍아내리려 하는 아주 못된 습성이 있는 것 같아요.
다비드는 이 외에도 나폴레오의 초상을 50점이나 그렸다고 합니다. 나폴레옹이 주문한 것은 아니었구요. 나폴레옹의 위대함을 나타내는 위 그림 역시 나폴레옹의 주문으로 제작된 게 아닙니다. 스페인 왕이 미술관을 지으면서 '당시 가장 위대한 군인의 그림을 그려달라'는 주문으로 그려진 것이라고 하지요. 그림 속에 말이 밟고 있는 바위 새겨진 이름은 알프스를 넘어갔던 위대한 유럽의 세 지도자의 이름이 새겨 있습니다 : 보나파르트 나폴레옹, 한니발, 그리고 샤를마뉴 대제. 세 지도자에 대한 오마쥬가 담긴 그림인거지요. 보통 이런 밑바닥에 작가의 사인이 새겨있는데 이 그림 속에는 작가 다비드가 어디에 사진을 해넣었을까요? 퀴즈! ^^
같은 2층에는 조세핀이 썼던 찻잔과 식기류들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그 방의 중앙에는 유리벽으로 둘러쳐져 (당연히 그 유리를 깨면 알람이 울리겠죠) 화려하게 금식기들을 깔아놓고 있습니다. 접시 중앙에는 도자기 위에 풍경화가 아름답게 그려져 있고, 접시 가장자리는 두께 3cm 정도로 금색으로 둘려쳐져 있습니다. 이 접시의 시가가 4만3천유로랍니다! 접시 세트의 총가가 아니라 접시 하나의 가격이이에요. 이 비싼 식기를 오로지 디저트를 먹는데만 썼답니다. 칼질을 하면 식기가 상할까봐서요. 입만 쩍! 벌어집디다.
계속 더 가면 붉은 천과 금실로 화려하게 장신된 조세핀의 침실이 나오는데 이곳에서 조세핀이 운명했다고 하죠. 근데 이 붉은 침실은 말만 침실이지 당시 그런 공간은 사람들을 맞이하는 용도로 쓰였다고 해요. 실제로 잠을 자려고 쓴 일은 없고, 그 옆에 있는 평범하고 창이 많은 밝은 방에서 자는걸 선호했다고 해요. (방이 남아돌아.. 헐헐) 황후나 저나 침실은 평범하고 햇빛 잘 들고 맘 편한게 좋은가 봅니다.
이 외에도 나폴레옹과 관련된 박물관, 하다못해 나폴레옹이 하루 묵었던 호텔 등 나폴레옹의 흔적은 프랑스 전국 곳곳에 있습니다. 말메종 저택은 그 중 하나에 불과할 뿐이지요. 나폴레옹과 조세핀이 좋은 시절을 보냈던 말메종의 전원주택을 방문해보고 싶은 분을 위해 찾아가는 길 알려드립니다.
* 찾아가는 방법 *
RER A선이나 메트로 1호선을 타고 La Defense(라데팡스)에서 내려서 258번 버스를 타세요.
Le Chateau(르 샤또)역에서 내려 버스 반대방향으로 30m 걸어내려와 사거리에서 길을 건넌 후, Chateau de Malmaison(샤또 드 말메종)이라는 표지판을 따라 가로수가 쭉 뻗은 길을 따라 300m 걸어가시면 길 끝 오른편에 위치해 있습니다.
박물관 앞 주차장은 무료입니다마는 환경을 위해서 사지멀쩡한 사람들은 대중교통을 이용해주세요!!! 그리고 4월부터 9월말까지 미니기차가 운행하고 있습니다. 박물관 정문 앞에서 서는 이 기차는 조세핀의 동상이 세워져 있는 18헥타르라는 공공 공원(Parc Bois-Preau)으로 데려다 주고, 이어 그 근처의 녹지로 안내합니다. 이 미니기차의 이용료는 무료에요.
입장료는 6유로, 점심시간 12시부터 오후 1시반까지 문 닫힙니다. 박물관 내에 먹을만한데가 없고 주변에 식당이 없으니 아침이나 점심 식사 후에 가셔야해요. 저는 김밥 여섯 줄 싸갖고 가서 '이만하면 먹고 남겠지' 싶었는데 다 까먹고 싸갖 과일까지 다 먹어치우고 왔네요. 쩝.. 역시 화창한 날에 하는 피크닉은 너무 재밌어요. 에너지가 퐁퐁퐁 솟는 것 같애..^^
개방시간은 철에 따라, 주말/주중에 따라 다르니 아래 링크된 사이트를 참고하세요.
http://www.musees-nationaux-napoleoniens.org//homes/home_id25138_u1l2.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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