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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ance 프랑스

기름사러 200m 도로 정체!

대중교통 타면 2번을 갈아타고 1시간반 걸린 거리에 차로 가면 20분밖에 안 걸릴 것 같아서 아침에 차를 몰고 나갔는데, 길이 엄청 막혔다. 늘 그렇듯이 '트람(tram) 공사 때문에 막히나부네'했는데 왠걸?! 알고보니 정유하려고 줄을 선 차량이 도로까지 100m는 나와 도로가 정체된 탓!!! 러시아에서 아스크림 사먹으러 줄을 100m 섰다는 풍경이 바로 이런거겠구나... 정유소를 지나니 길이 뻥~ 뚫렸다. 우리 남편도 정유소를 몇 군데나 돌아다녀봤지만 디젤 기름이 다 동이 났더라는 말을 하면서 지나갔다. 도로가 정체된 상황에서 우리도 기름을 아끼려고 아예 시동을 끄기를 여러 번.

정체구간을 지나 파리 외곽순환도로를 타고 도는데, 600m 앞에 정유소가 있다는 도로표지판이 눈에 띄었다. "설마 누가 외곽순환도로에까지 나와 주유하겠어? 당신도 여기서 주유할래?"하고 남편에게 물었다. '정유소, 200m 남았음' 안내판이 보이는데... 어헐헐헐~ 거기서부터 도로 하나를 점령하고 차들이 나래비를 서있는게 아닌가!

원래 평일에는 대중교통으로 다니는데, 오늘 꼭 일이 있어서 차 끌고 나왔드마 하필 정유회사 직원들이 퇴직개혁에 반대하는 파업하는 날이더냐. 차들이 길거리에 자리만 있으면 다들 주차를 해놓고 (길에 차가 그렇게 많이 주차된 걸 보기는 처음!!!), 도로에 다니는 차들이 한산하고, 대중교통은 미어터질 정도로 승객이 많았다고. 주유를 하기 위해 줄을 100m, 200m 선 차량들을 보니 '그 날'이 도래했구만, 하는 생각이 스쳤다. 기름으로 가는 차가 더이상 가지 못하는 날, 전기차를 쓰지 않을 수 없는 날. 그 때 볼 수 있는 풍경을 오늘 본 것이겠지.

요즘 프랑스에서 퇴직개혁에 반대하는 시위가 연일 벌어지고 있다. 이미 한국뉴스에까지 알려진 상황이니 부연설명도 필요없겠지만. 그 탓에 9월 초에 개학한 우리 딸 애 학교가 40일동안 장장 세 번이나 문을 닫았었다. 사립학교를 다니는 아이들은 학교에 가고, 국립학교를 다니는 아이들은 휴학이었다. 파업에 참가하는 선생님들의 의사는 존중하지만 학교에 못가는 아이들에 대한 후처리는 없는게 분통이 터지기도 했다. 일을 하지 않는 부모가 있다면 아이를 집에서 하루 데리고 있는데, 이것도 자주 일어나는 일이면 '벌써 몇 번째야?! 내년엔 확 사립학교를 보내버려?!' 싶은 짜증이 난다. 두 부모가 다 일을 하는 경우엔 집에 있는 아이를 위해 하루 휴가를 일부러 내거나 -그렇다고 어디 놀러갈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아이를 맡길 누군가를 찾아야하니 파업하는 선생님 반에 있는 아이의 부모는 선생님들의 파업이 -한 번이라면 모르지만 반복된다면- 그다지 환영스럽지 않다. 평균수명이 예전에비해 연장된 현대사회에서 퇴직연령도 올라가는게 당연하지 않을까? '한번 권리를 얻은 자는 절/대/로 그 권리를 포기하려고 하지 않는다'고 말씀하셨던 인도출신의 프랑스 모대학 교수님의 말씀이 떠올라 고개를 끄덕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