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중에 생활에서 부딪히는 큰 애로사항은 난방인 것 같다. 방바닥이 절절 끓는 온돌이나 한겨울에도 빤스에 반팔입고 돌아다니는 한국 아파트 생활을 하는 이들은 상상이 불가하다. 60~70년대에 지어진 집합건축물은 강철 보일러 파이프가 각 세대를 관통하게 되는 중앙난방으로, 외창이라도 매우 따끈따끈한데, 이런 집을 구하기가 결코 쉽지않다. 상당수가 유리창은 외창에, 난방은 전기난방이다. 오래된 건물은 단열처리가 되어있지 않아 외풍이 더 심하고, 방음 안된 케이스가 비일비재하다. 옆집에서 밤에 오줌싸고 물내리는 소리까지 다 들린다는 집도 봤으니까.
70년대 석유파동 이후, 80년대부터 지어지는 건물들은 전기로 난방을 하도록 지어졌다. 단열처리는 되어있으되 외창에 전기난방이다. 90년대 이후에 건축된 집이어야 벽에 단열처리도 되고, 창도 이중창인데 난방은 죽으나 사나 전기난방이다. (가스난방으로 짓는 집도 간혹 있다.) 그나마 전기난방시설도 없는 집에 비하면 양반이라고 해야하나? 그런 집은 1,000~2,000와트하는 전기난방기구 각자 사서 쓰라는 소리지. 더구나 프랑스는 한국보다 북위가 높은데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겨울에 해가 짧다. 그 긴 겨울을 전기로..!
해가 짧다는건 추운 밤이 길다는 것이고 또한 일조량이 부족하다는 말이기도 하다. 이곳의 겨울은 오후 4시가 되면 어둑어둑해진다. 프랑스에서 첫겨울을 보낼 때, 집에 돌아오면 픽픽~ 쓰러질 정도로 피곤해서 몸에 이상이 있는줄 알고 진찰하러 가보니 일조량이 부족해서 그런거라고 했다. (남불은 얘기가 다르고...) 한국의 파란 하늘, 햇볕 찬란한 겨울은 그야말로 축복 중의 축복이다.
난방은 그렇다치고 더운물은 잘 나오느냐? 중앙난방인 집은 수도꼭지를 여는대로 더운물이 펑펑 나오지만, 대다수가 물을 전기로 데우기 때문에 꼭지를 틀어놓고 몇 분 기다려야 하며, 샤워까지는 해도 욕조탕은 겁나는 전기요금 때문에 차마 엄두를 못낸다. 게다가 물값까지 따로 청구되는 월세집을 얻으면?
월세는 비싸지, 난방은 잘 안되지, 보증인이 아니면 6~12개월치 월세에 해당하는 은행보증 요구하지.. 프랑스에서 집구하기가 정말 힘들다. 나 역시도 마찬가지여서 애를 많이 먹었는데, 운이 좋은 편이었어서 외창이긴 했지만 월세도 싸고, 중앙난방이 되서 따뜻하게 겨울을 나는 집에서 살았었다. 더구나 내가 추위를 유별나게 많이 타는터라 전기난방했다가는 겨울철 난방비를 감당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다가 어떻게 신랑을 만났는데, 아, 이 쌀람이 전기난방 아파트에 사네... 2003년도에 지어진 건물이라 단열도 확실하고, 방음도 끝내주는데, 단열 암만 좋으면 뭐하나? 안에서 군불을 떼야 따뜻한거 아닌감? 작년 늦가을이었다. 어찌나 춥든지 몸은 사시나무 떨듯, 이빨은 덜덜덜덜~ 부딪치며 떨며 앉아있었다. 얼어죽을 때 느낌이 이렇겠지, 싶었다.
남편은 실내 온도가 17도 이하로 내려가지 않는 한 난방을 켜지 않는다. 서울에 계신 부모님과 웹캄 켜놓고 대화하는데, 엄마가 뭐라시느냐.. "여보, 쟤 좀 봐. 집에서 스/웨/터/를 입고 사네!" 작년 겨울, 우리, 난방 보름간 켰다. 그것도 절연되는 시간에만. 하루에 4시간씩 보름간.
올여름에 서울에서 나오면서 버리려고 했다는 팡팡한 오리털 파카 속을 들고 나왔다 (밑바닥 사진). 난 요즘 집에서 이거 입고 지낸다. 지난 10년간 안 입던 내복을 위아래 입고, 집에서 입는 옷 입고, 그 위에 저 오리털 파카를 입는다. 프랑스인들이 워낙 이렇게 추운 집에서 살면서 훈련이 되서 그런지 추위에 강한 것 같다. 신랑도 추위에 강하고, 다들 의레 겨울에 집에서도 스웨터를 입고 살거니...
난 늘 우리집 온도계를 의심한다. "쟤 고장난거 아니야? 밖은 점점 더 추워지는데 쟨 왜 맨날 17~18도를 안 내려간데?" 오늘 실외온도 5도, 실내온도는 19도다. 아직도 난방을 틀기는 이르다. ㅠㅠ
'France 프랑스'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방리유의 목소리 (0) | 2005.11.22 |
---|---|
소요사태가 일어나는 파리의 방리유는 어디? (0) | 2005.11.17 |
'저주받은 왕들' : 알지 못했던 프랑스의 매력 (0) | 2005.11.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