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이민법 개정에 대한 의견
지난 연말부터 유학을 포함 외국인의 프랑스 입국, 체류, 이민법 등이 강화되었다. 프랑스인의 배우자도 예외가 아니다. 10년짜리 체류증, 프랑스 국적 취득 등도 기존의 기준에 비해 강화되었다. 아래 관련글을 읽어보면 대락 상황파악이 될 것이다. 지난 해 방리유 폭동사건 이후로 외국인에 대한 관리체제에 경고등이 켜졌다고 보면 된다.
관련글 :
프랑스 정부, 선별수용강화 이민법안 채택 (연합, 이성섭 특파원. 2006년 2월 10일)
http://www.hani.co.kr/arti/international/europe/101340.html
'톨레랑스' 잃어가는 프랑스 (부산일보, 최현아 통신원. 2006년 3월 1일) :
http://www.busanilbo.com/news2000/html/2005/1222/051920051222.1014110709.html
프랑스, 체류절차 강화 (한위클리, 2005년 12월) :
http://blog.naver.com/xjjeon?Redirect=Log&logNo=120020374685
톨레랑스를 잃어가고 있다고 개탄하는 파리1대학 박사과정의 글도 위에 있지만 난 프랑스의 새 이민법 개정안에 찬성한다. 나를 이상하다고 여기는 사람이 있다면, 당신이 옳다. 우리 시어머님께서도 "강화되는 법 대상에 너도 포함되는데도???"라며 반문하셨으니까. 하지만 어려서부터 '노예근성이 아닌 주인정신을 갖으라'고 교육된 사람으로서 '내가 프랑스 지도자라면?'이라고 자문했을 때, 난 프랑스 정부에 찬성하는 편이다.
자신에게 이득이 되는 것에 찬성하는 건 쉬운 일이다. 우리는 그걸 '당연하다'고 한다. 이해관계의 정면대립 안에서 반대편에게 '당신이 옳소'라고 하기란 힘들다. (정치인들이 대표적인 본보기를 보여주고 있지 않은가?) 프랑스의 새 이민법 개정안은 나에게 불이익이 되지만 난 그들이 옳다고 여기기 때문에 찬성한다.
실례로, 수많은 유학생들에게 프랑스 정부는 프랑스인들과 똑같이 주택보조금과 보험혜택을 준다. 반대로 유학생들이 프랑스인들과 똑같이 돈을 벌고 세금을 낼까? 누군가 뼈빠지게 벌어서 복지금으로 내놓는 돈을 중류 이하의 체류자들은 소비만할 뿐이다.
한때 유학생들은 CMU라는 복지혜택을 받았다. CMU란 치료비가 없어 치료를 못 받고 아파서 죽어가는 최하소득층을 보호하기위해 프랑스 정부가 만든 보험제도로 연간 보험료를 한 푼도 내지 않고도 보험혜택을 받을 수 있는, 그야말로 황홀한 복지제도다. 초기에는 외국인 학생에게도 혜택이 주어져서 한국에서 부모 돈 척척 받으며 윤택하게 생활하는 유학생도 '번 돈 없어요~'라며 CMU 혜택을 받았었다. 돈을 타내는 입장에서야 한없이 타먹어도 좋지만 이런 정책을 만들어 최하소득층을 보호하려는 선한 취지를 가진 사람들이 보기에는 솔직히 화나는 일이다. (보건소에서 일하는 '그대'는 내 말을 충분히 이해할 것이다.)
한국으로 돌아가자니 일자리 구하기 힘들고, 긴 가방끈 때문에 사회에 발 디디기는 겁나고 쩍팔리는 만년학생들이 -강경희 기자의 기사대로- 프랑스 체류를 선택한다. 체류증 연장을 위해 10여 년 간을 학생신분으로 지내고, 체류를 선택했다해도 전공과는 상관없는 직종에 종사한다. 과거를 묻는 사람도, '그거 배워서 겨우 그거나 하느냐'고 놀리는 사람도 없으니 얼마나 좋나. 게다가 프랑스인들과 똑같이 이런 저런 복지혜택도 많이 줘요. 자식을 둔 학생부부의 말을 빌면, '애가 셋이면 자동차를 굴린다'면서 애를 셋 낳는다.
이들은 프랑스가 좋다고 한다. 하류층에서 살기에 프랑스만큼 좋은 곳은 없을 지도 모른다.하지만 당신이 일하지 않고 누리기만 하는 입장이 아니라 뼈빠지게 벌어서 나라에다 뭉청뭉청 세금 갖다바치고, 반면에 주택보조금이라든가 출산수당을 받을 권리가 없는 부유한 입장에 놓여있다고 생각해보라. 당신이 등이 휘도록 일해서 갖다받치는 세금으로 수많은 익명의 CMU 보험금, 연금, 실업수당, 출산수당으로 뭉청뭉청 나가고 있다면, 사는게 공평치 못하다고 생각되지 않나? 더군다나 당신이 노동해서 번 돈으로 일 하나 하지 않는 나이 많은 외국인 학생들에게 '차를 굴릴 정도'의 복지금이 지급된다면?
프랑스인 학생은 대학 때부터 아르바이트를 하고, 학생신분이 만 22살 안팎에 끝나면 일자리를 찾으러 다니는데, 외국인 학생은 정부수입란에 위치하기 보다는 사회에 나가서 일을 해야할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정부지출란에 위치한다. 더군다나 그들의 자식들과 함께.
물론 한국인 유학생들과 그 가족보다 훨씬 못사는 이민자들도 많다. 불법체류를 하면서 방 한 칸에서 5~7명 되는 자식들과 같이 사는 이민자들도 있다. 자식은 프랑스에서 태어나 불어를 하지만 그들 자신은 불어로 소통이 안되서 학부모-선생간에 의사소통이 전혀 안되는 이들도 꽤 된다. 그들에게도 프랑스 정부는 복지혜택을 똑같이 준다. (제길, 나같으면 국물도 없다! 그 나라 말도 못 알아들으면서 어떻게 그 나라 땅에서 산단 말이냐?) 한국인들은 '그들에 비하면 우리는 새 이민법의 피해자'라고 말한다. 내가 보기엔 오십 보 백 보다.
당신이 복지혜택을 받는 하류층이 아니라 복지금의 원천을 내는 세금내는 자, 또는 세금을 거둬서 복지금으로 지출을 고민하는 지도자라고 생각을 해보라.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가. 나는 세금을 내는 자도, 세금을 분배하는 자도 아니지만 내게 얻어지는 이득과 불이득에 따라서 '옳지않은 것을 옳다'하는 염치없는 인간은 아니다. (난 정치인이 되기는 애당초 글러먹었다.) 프랑스의 이민법 개정안에 대해서는 프랑스 정부가 이제야 제대로 정신을 차렸다고 생각한다.
글을 쓰다보니 오빠랑 닮은 한 군데를 발견했다. 울오빠가 일자리 잃고 놀고 있을 때, 아빠가 실업수당이라도 받으라고 했단다. 오빠가 이런 말을 했다면서 아빠가 "너희 오빠 바보같지 않냐?"고 하셨다. 오빠 왈, "내가 타는 실업수당이 누군가의 월급에서 깍이는 걸텐데 저는 아직 먹을게 없을 정도로 힘들 지 않아요. 실업수당 안 받을래요." 아빠에게 대답대신 씩~ 웃고 말았지만 실업수당 안 받고 일자리 찾으러 다니던 오빠가 참 잘 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