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꼴로 2005. 10. 28. 02:48

시댁식구들과 부모님과 함께 경복궁을 구경하고 나와 오후 2시에 청와대 방문에 앞서, 청와대 공식지정 중국집으로 향했다. 류산슬, 팔보채, 고추짜장 등을 시켜서 배부르게 먹고 청와대 방문차량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아, 민방위훈련에 걸려 방문이 20분 지연된다잖나. 

 

순간 배가 살살 아파왔다. 간만에 너무 느끼한 걸 먹어서 그런가, 제대로 씹지를 않아서 그런가? 체한 것 같았다. 수중에 약은 없고, 두 달 전부터 잡아놓은 청와대 방문은 곧 시작될터고. 나무그늘에 앉아 미식거리는 속을 쓰다듬고 있는데, 한 관광버스운전사가 오시더니 지압을 해주시겠단다. 아니, 이런 고맙겠시리...도 잠깐. 고사리같은 내 양 손을 떡주무르듯이 하고, 척추의 뼈마디를 내려치는데, 으아아~~~

 

"살려도! 나, 안 아플래여!!!!!!"

 

그렇다면, 수지침! 이러시더니 침을 꺼내서 왼손 엄지와 오른손 엄지를 따신다. 그렇게 피를 쥐어짜도 속이 계속 미식거린다고 하자, 왼쪽 손바닥 열 군데, 오른쪽 손바닥 열 군데를 순식간에 따신다. 허걱! 백설공주의 어머니도 손가락에 이렇게 피를 흘리시지는 않았을 것. 으아아~~~

 

'저 아저씨 혹시 돌팔이 아냐? 왜 아직도 미식거리는거지?' 했지만 입으로는 "고맙습니다"

솔직히 아프다는 사람에게 침값도 안 받고 즉석에서 팔걷고 도와주는 사람이 흔치는 않지않던가.

 

속 미식거림이 이날 밤까지 갔다. 손마디의 욱씬거림은 그 다음 날까지 갔고.

손 뼈나 근육, 어느 한 구석 부러지거나 고장났는 줄 알았다. ㅠㅠ

 

한편, 월초면 나오던 생리가 비치지를 않아 의아하던터였다. 집에 어른들께는 '속이 계속 안 좋아서 약을 조제하러간다'고 거짓말을 하고, 신랑과 함께 약국에 내려가 임신테스터를 샀다. 일전에 생리가 늦어져서 임신테스터를 산 적이 한번 있었다. 결과는 임신이 아니었어서 기대는 하지 않았다. 근데 말이지. 한국 테스터는 프랑스의 것보다 1/3이나 싸다. 무더기로 가져다가 팔까? 싶은 유혹. 흐흐..

 

다음 날. 10월 15일.

아침 5시에 소변을 보려고 부스스 일어났다. 그 잠결에도 정신은 차려서 테스터를 찾아들고 화장실에 들어갔다. 테스터에 선명하게 뜨는 분홍색 선 두 개, 임신.전날의 미식거림이 임신의 초기 자각증상이었음을 그제서야 깨달았다.

 

"이제 우리가 엄마 아빠가 되는거야?"

신랑은 기쁨에, 나는 신기함에 들떠 동이 틀 때까지 다시 잠에 들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