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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산은 우리 땅, 우리가 지킨다!

에꼴로 2005. 8. 13. 03:44

암만 자유인이다, 메트로폴리탄이다 노래를 불러대도 내 한구석에는 굉장히 보수적 근성이 있음을 인정한다. 시험보면 80점 넘기가 힘들었던 과목이 국사과목이라 역사에 대해 얘기하기를 보통 피하는데, 역사 얘기가 언급되면 특히 보수적 근성이 머리를 쳐든다. 미안하다. 내 핏줄이 흘러 그 뿌리가 꽂힌 땅이 한국이라 어쩔 수 없다. 미워도 우리나라는 우리나라고, 부모님과 형제가 계신 곳이라서 내가 암만 불평을 한다하더라도 결정적인 순간엔 팔이 안으로 확 굽어버린다. 그건 설명불가능한 본능이다. 그건 마치 울엄마가 화가 나서 내게 이 년, 저 년해도 나에 대한 애정이 식어서가 아닌 것과 마찬가지다.

 

'다케시마는 우리땅'이라고 하는 일본녀석들아... 과거 수 백 년 동안 해도해도 안되면 포기 좀 하지. 이젠 지겹지도 않냐? 본론까지 가기 전에 빙빙 돌아 백두산 간 얘기를 조금 하자.

 

1994년 여름, 대학에서 총 20명 정도를 뽑아 중국연수의 기회를 줬었다. 학교측이 비용의 반을 대고, 절반 60만원은 참가자부담으로 해서 인솔할 교수 몇 명과 함께 중국을 방문했다. 북경, 상해 등을 여러 곳을 거쳤지만 내 기억 속에 가장 남았던 곳은 두 다리로 걸어올랐던 백두산이었다!

 

디뎌도 디뎌도 미끄러지는 화산돌을 밟고 또 밟아 오르면 '저 푸른 초원'이 나타나고, 키작은 꽃들이 언덕 위에 흐드러지게 피어있고, 한 곁에는 시내가 졸졸졸 흐르는 낙원같은 장소가 나타난다. 시내를 거슬러 따라 올라가면 맑고 큰 연못이 나타나는데, 물가에 '천지'라고 붉은색의 한자으로 쓴 푯말이 보인다. 차가운 천지를 매만지면서, 가슴이 뛰었다. '아.. 이곳이 백두산이구나...' 산에 올라 가슴이 뛰기는 그 전에도 그 후에도 없었다.

 

백두산은 사실 원칙적으로 등반이 금지되어 있다. 바람에 세게 분다고 '풍구'라 불리는 곳에서 관광객이 바람에 휘말려 떨어져 죽은 후로 백두산 가이드는 관광객에게 등반을 허락하지 못하게 되어있다. 하지만 봉고차로 백두산을 돌아돌아 정상에서 천지를 내려다보고 그냥 내려가기엔 이팔청춘 스무명의 피는 너무도 펄펄 끓었다.

 

역사학 교수님께서 '백두산 등반시 불의의 사고가 생기는 것은 전적으로 우리의 책임으로 한다. 가이드에게는 아무런 책임이 없다'는 각서를 쓰시고, 학생들은 '동의'라고 밑에 적고 사인을 함으로써 보험이 걸리지 않은 죽음을 건 등반이 시작되었던 것이다.

 

연길 공항에서 연착되는 비행기를 기다리며 같은 날 백두산을 찾았던 한국인 관광객과 얘기를 해보았는데, 백두산 정상의 날씨가 변덕스럽기로 유명한지라 그분들은 구름때문에 천지를 보지 못했다고 했다.

 

백두산을 우리의 가슴 속에 고이 담고 내려와 단체버스에 올랐을 때, 가이드가 청천벽력같은 발언을 했다.

"지금 여러분이 보고 내려온 것은 백두산이 아닙니다"

 

우린 순간 어이가 없었다. 가이드가 말을 이었다.

"지금 여러분이 보고 내려온 것은 '장빠이산'이지 '백두산'이 아닙니다. 언젠가 반드시 백두산을 오르시기 바랍니다."

 

불필요한 부연설명을 하자면, 북한은 경제적인 이유로 중국에 백두산의 봉우리 중 여섯 봉우리를 팔았다. 우리가 백두산을 오를 수 있었던 경로는 중국을 통해서였고, 중국말로 '장빠이산', 한자어로 '장백산'이라 부른다. 우리가 언젠가 백두산을 오르는 날이란, 다시 말해서, 조선족 가이드가 소망하는 남과 북의 통일이다. 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고, 더워진 심장으로 창밖을 보았지만 눈에는 아무 것도 들어오지 않았다.

 

지금 그 백두산이 연길을 떠나 길림성 직속으로 행정권이 넘어가려고 한다. 조선족들이 백두산을 지키기 위해서 인터넷에서 서명운동을 하고 있다. 백두산 전체가 아닌 여섯 봉우리라지만 천지와 백두산은 조선족에게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 모두에게 정신적인 상징이다. 조선족들이 힘들여 지키려고 하지만 너무나 미비하다. 우리가 다함께 도와야 한다. 북에는 백두, 남에는 한라, 동에는 독도. 우리의 땅, 우리가 지키지 않으면 누가 지키랴? 이글 읽는 분들, 서명운동에 다들 동참했으면 한다.

 

장백산 지키기 서명운동 사이트 직접가기http://yanbian.e2008.org/

 

 

이집트괭이